정부가 국내 전문투자형 사모펀드(PEF와 헤지펀드)의 사모부채펀드(PEF) 조성을 허용해줬지만 연기금은 해외 PDF에만 주목하는 형국이어서 국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에게 PDF는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PDF는 인수·합병(M&A)를 추진하는 기업에 자금을 빌려주고 대출채권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낸다. 담보물을 대상으로 대출해주는 방식이어서 지분을 매입하는 PEF보다는 수익률이 낮지만 그만큼 리스크가 낮은 장점도 있다.
국내 M&A 시장이 크지 않은 데다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의 PDF는 메자닌(지분투자+대출) 방식이어서 리스크 대비 수익률이 높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를 대상으로 한 PDF에 출자할 기관투자자들도 없다는 점도 한 몫하고 있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국민연금 M&A 인수금융 PDF 운용사 선정에 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 하나금융투자 등 3곳이 참여하고 하반기 PDF 조성에 나섰다. 우리은행도 내년 초 5000억원 규모의 PDF 2호를 만들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이미 지난 7월 4000억원의 PDF를 조성한 바 있다.
국민연금이 각각 2000억원씩 2곳의 금융회사에 출자할 계획인 만큼 연내 최소 3000억원 수준의 PDF가 2개 이상 조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 PDF의 출자규모도 국민연금, 사학연금, 행정공제회 등 연기금들 전체가 1조원에 육박하는 것과 비교했을 때 국내 PDF의 규모도 1조원 수준이다. 국내외 모두 'PDF 전성시대'라고 할 만하다.
그러나 국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은 "국내 PDF 시장은 은행들의 선순위대출에 잠식됐다며 정부가 전문투자형 사모펀드의 PDF 운용을 허용해준다고 해도 이같은 구조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은행들은 자산운용사를 통해 최우선으로 자금회수가 가능한 선순위 대출로 PDF를 만든다. 연기금들은 안정적인 자금회수가 가능한 은행들의 PDF를 찾는다.
반대로 국내 메자닌 PDF의 리스크 대비 수익률보다 해외 PDF 수익률이 좋다는 판단에 국내 메자닌 PDF가 아닌 해외 PDF 투자를 늘리고 있다. 증권사와 자산운용사가 PDF 조성에 소극적인 이유도 이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일단 국내 메자닌 PDF는 투자처가 있어야 연기금이 들어오기 때문에 투자처를 정하지 않고 미리 자금을 모집하는 블라인드 방식이 어렵다"면서 "리스크 대비 수익률로 따지면 해외가 낫다는 게 연기금들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PEF의 운용자산 최대 50%까지 헤지펀드는 운용자산의 전체를 기업에 대출할 수 있도록 PDF의 운용범위를 확대해주기로 했지만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의 반응은 냉담하다. PEF들도 PDF의 조성을 계획하고 있는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이유는 국내 M&A 시장이 크지 않은 데다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의 회사채를 받아주는 방식으로는 PDF의 투자자(LP)들을 모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maru13@fnnews.com 김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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