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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신전문채권 금리 10bp 급등

정부의 ELS 규제가 기관의 투자심리 위축
회사채에도 영향줄 듯

미국 금리인상 우려에 따른 금리변동성, 정책 불확실성 등 요인으로 여신전문채권(여전채) 금리 상승세가 가파르다. 채권금리 상승은 리스크 확대를 의미하는 만큼 지난해 하반기 전체 채권시장을 얼어붙게 했던 여전채발 한파가 다시 몰아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1일 NICE피앤아이 및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AA-등급 여전채 3년물 금리는 1.964%로 한달 전인 지난달 9일에 비해 14.3bp(1bp=0.01%포인트) 증가했다. 같은 기간 AA0와 A+ 3년물은 각각 13.8bp 증가하며 각각 1.862% 1.964%를 기록하는 등 대부분의 여전채 금리가 한 달 만에 10bp 넘는 증가폭을 나타냈다. 여전채 금리가 상승했다는 의미는 그만큼 해당 채권의 리스크가 커지면서 약세를 보이고 있다는 의미다.

김수연 현대증권 연구원은 "10월 들어 여전채는 발행과 유통시장에 걸쳐 전월 수준의 약세 강도를 이어가면서 상당히 위축된 상황"이라면서 "최근 고유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지난해 하반기 BNK사태 당시보다 더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동일 만기 회사채와의 스프레드(금리차)도 더욱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10일 기준 AA0 등급 여전채의 회사채와의 스프레드는 17.6bp로, 이는 연중 최고 수준이다.스프레드가 크다는 것은 동일한 기준의 채권 대비 가격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금리변동성에 정부 규제 리스크 확대

최근 여전채, 회사채 등 크레디트물은 연말 미국의 금리인상 우려로 금리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여전채의 경우 여기에 지난 8월 말 불거진 금융당국의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규제가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ELS를 발행하는 증권사들은 주요 헤지 수단으로 상대적으로 금리 매력이 높은 여전채를 헤지 수단으로 매수한다. 정부가 ELS에 대한 규제에 나설 것으로 알려지면서 여전채에 대한 기관의 투자수요가 크게 줄어들면서 금리가 상승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진영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전체적으로 크레디트물이 약세를 나타내는 가운데 금융당국의 ELS 관련 규제로 여전채 스프레드 약세가 확연한 상황"이라면서도 "다만 여전채 스프레드를 확대시킨 요인 중 하나인 ELS 규제가 은행 및 증권사의 반발에 따라 기존 방안보다 완화된 수준으로 발표될 것으로 알려져 추가적인 약세는 주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내년 도입이 예정된 자체신용등급(독자신용등급) 제도도 여전채 시장 약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은행 계열 캐피털사의 경우 모회사의 지원 가능성을 고려해 높은 최종신용등급을 받아왔는데 이런 메리트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지난 수년간 지체된 자체신용등급이 내년부터 금융권을 시작으로 도입될 예정"이라면서 "은행계 캐피털사들이 모회사 지원 가능성을 고려해 그동안 높은 최종신용등급을 받아왔던 점이 최근 스프레드 확대에 일정부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여전채 리스크 시장 전반 확대되나

무엇보다 여전채 시장이 결국 회사채 등 채권시장 전반에 영향을 주는 만큼 채권시장에서 여전채발 금리 상승세가 지속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회사채를 비롯한 채권시장은 지난해 BNK캐피탈 사태 이후 올해 초까지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되며 극심한 침체에 빠져 있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BNK 사태에서 보듯 여전채 시장의 변화는 결국 회사채를 비롯한 채권시장 전반에 영향을 주게 된다"면서 "여전채 금리가 어느 방향으로 흘러가는지가 향후 채권시장의 주요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kim091@fnnews.com 김영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