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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백마 탄 왕자 테오, ‘밤비노의 저주’ 풀고 5년전 컵스 사장으로 이적

2년째 챔피언시리즈 진출.. 올 ‘염소의 저주’ 깨트릴까

미국 월급쟁이들의 꿈은 연봉 10만달러(약 1억1000만원)다. 미국 근로자 평균 연봉의 두 배다. 연 10만달러를 벌면 맞벌이를 하지 않아도 된다.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2016년 평균연봉은 440만달러다. 근로자 평균의 100배다.

시카고 컵스 사장 테오 엡스타인(43)은 지난 9월 말 구단과 재계약에 사인했다. 엡스타인 사장은 앞으로 5년 동안 매년 1000만달러의 연봉을 받게 된다. 총액 5000만달러다. 메이저리그 일류 선수의 연봉이다.

구단 사장에게 왜 이렇게 많은 연봉을 줄까? 엡스타인 사장의 '저주풀기' 능력 때문이다. 엡스타인 사장은 보스턴 단장 시절인 2004년 팀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안겨줬다. 무려 85년 만의 우승이었다.

보스턴은 유명한 '밤비노의 저주'에 시달렸다. 보스턴은 1920년 베이브 루스를 뉴욕 양키스로 팔아넘긴 후 저주에 걸렸다. 밤비노는 베이브 루스의 애칭. 이후 85년간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서른한살의 젊은 엡스타인 단장이 이 저주를 깨트렸다.

그리고 2011년 겨울 5년 1850만달러를 받고 시카고 컵스로 옮겼다. 컵스는 '염소의 저주'에 괴롭힘을 당해온 팀. 무려 108년간 월드시리즈 우승을 못했다. 역대 최장이다. 컵스는 1945년 월드시리즈서 염소와 함께 온 관중의 입장을 막았다.

그는 "앞으로 이 야구장에서 다시는 월드시리즈가 열리지 못할 것이다"며 저주를 퍼부었다. 유명한 '염소의 저주'다. 실제로 이후 71년간 컵스는 월드시리즈 문턱조차 밟지 못했다. 지독한 저주다.

컵스는 5년 전 저주 해체 전문가 엡스타인을 영입했다. 그리고 5년 후 올 시즌 메이저리그서 유일하게 6할 승률(0.640)을 기록했다. 이제 남은 목표는 월드시리즈 우승. 그 첫 단추를 무사히 채웠다.

컵스는 12일(이하 한국시간) 내셔널리그 디비즌시리즈 4차전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 통렬한 9회 역전 드라마를 연출했다. 컵스는 3승1패로 2년 연속 챔피언시리즈에 진출했다.

컵스는 8회까지 2-5로 뒤졌다. 9회 초 대거 4점을 보태 극적인 역전극을 성공시켰다. 포스트시즌서 8회 이후 3점차를 뒤집은 것은 1986년 뉴욕 메츠 이후 역대 두 번째. 그만큼 짜릿한 승부였다. 컵스는 LA 다저스와 워싱턴 내셔널스 승자와 16일부터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를 갖는다.

엡스타인 사장은 외야 수비를 중시하는 독특한 철학을 갖고 있다. 제이슨 헤이워드와 덱스터 파울러를 비싼 몸값으로 영입한 이유다. 시속 165㎞의 초강속구를 던지는 아롤디스 채프먼의 영입도 시기적절했다. 채프먼은 12일 경기서 한 점차 승부를 지켜냈다.


백마 탄 왕자는 동화 속 인물이다. 그의 키스는 깊은 잠에 빠진 백설공주를 깨어나게 했다. 엡스타인은 이미 85년간의 마법 같은 저주를 풀었다. 이번엔 108년의 저주를 깨트릴 수 있을까. 그는 정말 백마 탄 왕자일까?

texan509@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