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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어업협정에 희비 갈리는 국민생선...갈치 가격 급등, 고등어 보합


유통업체, 발빠른 대응... 생물공급 가능한 필리핀으로 눈돌려


국민생선으로 꼽히는 갈치와 고등어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지난 6월 한ㆍ일어업협정 결렬의 여파로 갈치는 어획량이 급감하면서 가격도 크게 오른 반면 고등어는 전년도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잇다.

20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7월부터 최근까지 갈치의 마리당 평균 소매 가격은 중품기준으로 8104원~8326원으로 지난 해 4914~5782원보다 43.7%~59.2% 가량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같은 기간 고등어의 마리당 평균 소매값은 -1~13% 가량 오르는데 그쳤다.

갈치와 고등어는 어획량에서도 큰 차이를 보였었다. 해양수산부 수산정보포털에 따르면 최근 보름간 갈치의 산지위판 물량은 전년 같은 기간의 어획량보다 61.4%가 줄어든 반면 고등어는 지난 해 같은 기간보다 어획량이 600%나 증가했다.

갈치, 고등어의 가격 및 물량 수급 상황은 유통업체 매출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10월(1~17일) 들어 고등어 매출은 53.7% 늘어난 반면, 갈치 매출은 28.1% 감소했다.

이처럼 국민 생선으로 불리는 갈치와 고등어의 희비가 교차한 까닭은 지난 6월 한일어업협정 협상이 결렬되면서 우리 어선들이 일본 배타적 경제수역(EEZ)에서의 조업을 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갈치의 경우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제주 서귀포에서 남쪽으로 200km 이상 떨어진 일본 측 배타적 경제수역 내에서 주로 잡히기 때문에 한일어업협정이 타결되지 않는 한 갈치 기근 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고등어의 경우 여름부터 겨울까지 제주도와 서해 인근에서 주로 잡히기 때문에 한일어업협정 결렬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것으로 분석되지만, 일본 배타적 경제수역 내에서 잡히는 고등어가 전체 생산량의 9%(1만1689t)에 달하기 때문에 어업협정 결렬 사태가 장기화된다면 향후에는 고등어 수급에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국민 생선인 갈치, 고등어의 국내 수급 전망이 불확실해지자 유통업체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세네갈 등 냉동상태로 국내에 반입될 수 밖에 없는 곳 대신 필리핀 등 생물거래도 가능한 곳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첫 선을 보였던 아랍에미리트산 생물 갈치 외에도 올해 처음으로 필리핀산 생물 갈치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고등어는 노르웨이 현지업체와의 직거래를 통해 안정적인 물량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진행 중이다.

곽명엽 롯데마트 수산상품기획자(MD)는 "갈치, 고등어는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수산물인만큼 한일어업협정 추이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며, "소비자와 생산자가 모두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단계별 시나리오까지 작성하는 등 만반의 사태에 대비 중"이라고 말했다.

ohngbear@fnnews.com 장용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