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사태 등 최근 잇따르고 있는 분식회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자유수임제 대신 지정감사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 자유수임제와 지정감사제를 순환해 적용하는 방식이 유력할 전망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지정감사제 확대가 기업 부담을 확대하고 기업 규제완화에 나서는 글로벌 추세에 역행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자유수임제 대신 지정감사제 확대
이총희 청년공인회계사회 대포는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진행된 '분식회계 근절을 위한 회계제도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통해 "공공재 성격이 강한 외부감사 업무의 개선을 위한 제도적인 보완책 마련이 절실하다"면서 "상장, 금융회사에 대한 전면적인 지정감사제도를 도입해 감사인의 독립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같은 제도가 무리한 것으로 판단된다면 현실적으로 순환방식의 지정감사제도를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유력한 순환방식으로 6년은 기업이 자유수임방식으로 감사인을 선임하고 3년은 지정감사를 받도록 하는 '6+3' 방안이 꼽혔다. 이 방안은 현재 정부의 회계제도개혁 태스크포스(TF)에서도 중점 논의중이다.
구의청 한국공인회계사회 연구위원도 "우리나라의 자유선임제도가 선진국 제도와 차이가 있는 만큼 지정제도를 활용해 현행 제도와 감독기능을 보완해야 한다"면서 "6+3방식을 통해 자유선임제도의 현 체제를 유지해 경쟁을 유도하되 갑을관계 개선 및 감독기구 감리기능을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감사인 지정제도 강화가 결국 기업 규제를 완화하는 세계적 추세에 역행하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정우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전무는 "지정제도를 강화한다는 것은 결국 우리 스스로 기업, 감사위원회 및 외부감사인 모두가 정상적 기능을 못한다는 것을 시인하고 정부가 감사계약 과정에 개입하겠다는 것을 선언한다는 것인데 이런 제도가 세계에 전례가 있는 제도인지 우려된다"면서 "지정제도 강화는 본질적인 처방 대신 단기적인 처방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6+3 제도를 신설할 경우 분식기업을 사전에 가려내는데서 오는 효익 보다 대다수 정상기업의 정책 순응비용을 증가시키고 감사비효율을 증가시키는 등 역효과도 무시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분식회계 관련자 처벌 강화해야
분식회계 근절을 위해서는 관련자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한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분식회계는 범죄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며 "회계부정을 저지른 사람이 형기를 마치면 다시 상장회사에 버젓이 복귀하는 것은 자본주의가 발달한 다른 나라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분식회계 연루자 취업 제한이 법률적 문제로 어렵다면 그런 취업이 이뤄진 기업을 바로 감사인 지정 대상으로 만드는 등 부담을 주면 된다"며 "분식회계 내부 고발자에 대한 포상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것도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이총희 대표도 "분식의 책임은 기업에 있고 감사인은 적발에 대한 책임이, 감독기관은 감독에 대한 책임이 있다"면서 "재무제표 사전제출, 감리착수, 감사인 지정 가운데 주요 사항의 변경, 자본시장법상 허위기재 등의 사항을 회사가 어겼을 경우 위반사실을 감독당국이 공시토록 해 정보이용자들이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석란 금융위원회 공정시장과장은 "기업과 외부감사인의 부실한 회계정보 생성과 감사에 대해서는 사후적으로 감독당국이 철저히 조사하고 그에 맞는 제재를 부과함으로써 분식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도록 할 것"이라면서 "현재 정부는 회계제도개혁 TF를 운영해 이러한 방향으로 방안을 검토하고 있고 가급적 연내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kim091@fnnews.com 김영권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