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째 1.25% 유지… 당분간 동결로 갈듯
이주열 총재 "美 내달 금리 인상 가능성 높아, 보호무역 대비해 미리 액션 취할 단계 아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남대문로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회의에 앞서 취재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 사진=김범석 기자
밖으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불확실성이고, 안으로는 치솟는 가계 부채 부담 등으로 대표되는 국내 경제 상황이다. 이 두개 요인이 기준금리 향방을 놓고 한국은행을 고민하게 만든다.
실제로 한은은 11일 발표한 통화정책방향문에 향후 지켜볼 변수로 대내외 불확실성과 영향, 미국 통화정책 변화를 추가했다. 대신 지난 달에 제시했던 기업 구조조정 진행상황은 지웠다.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세계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진 점은 더 이상 가볍게 볼 수 없는 변수다. 국내 문제로는 '최순실 게이트'가 크지만 가계부채도 증가세다. 만약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자본유출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이 경우 우리나라의 기준금리 인하 여지는 더욱 줄어든다.
■통제 못할 트럼프 변수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서울 남대문로 한은 본관에서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25%로 동결했다. 지난 6월 금통위원 7명 전원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린 후 5개월 째 동결기조다.
한은이 금리정책을 신중히 펼치는 배경엔 며칠 사이 더욱 불투명해진 미국의 통화정책 전망이 뚜렷하게 자리잡았다. 트럼프가 금융시장의 예상을 깨고 차기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졌다.
실제로 트럼프 당선자는 통화정책에 대해 일관성이 없는 모습이면서도 연준에 대한 통제권만은 쥐고 가겠다는 입장이다. 향후 이것이 미국 금리 움직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급증하는 국내 가계 부채 부담도 한은을 고민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지난 10월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7조5000억원이나 늘어난 695조7000억원이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지난 9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한국의 민간부채 위험을 '주의' 단계로 평가했다. 한은도 가계부채를 중심으로 한 민간신용의 확장 국면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한은은 불확실성 확대 기조 속에도 다음 달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시장은 12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상당히 높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금리 동결기조 언제까지
트럼프 당선 이후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고 원화 절상압력 가능성까지 커지면 국내 경제가 타격을 입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정책이 실제로 실행돼 국내 경제지표 악화로 연결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 총재도 "보호무역주의가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으로 나타날지 불확실하기 때문에 거기에 대비해서 미리 액션을 취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정리했다.
이 때문에 국내 기준금리도 추가 인하되기보다는 당분간 동결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가장 큰 트럼프 변수의 경우 사안 별로 나눠 볼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우리나라 수출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은 트럼프 당선자가 강력하게 주장했던 바이나 입법화 추진의 우선순위를 고려하면 내년 상반기 이후에 검토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러한 일정들과 보호무역주의 강화가 우리나라 경제지표에 반영될 시간 등을 반영하면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시점은 상반기보다는 그 이후가 될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높다"고 설명했다.
트럼프의 공약 이행으로 향후 미국내 대규모 재정정책이 가동되고, 이것이 물가 상승으로 연결되면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적으로도 급증하는 가계부채를 감당하기엔 아직 경제 여력이 부족하다.
박종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은행은 여전히 주요 선진국에 비해 국내에서는 기준금리 인하의 여지가 남아 있다고 보고 있으나, 추가 금리인하가 가능해지려면 금융안정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전했다.
july20@fnnews.com 김유진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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