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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비 명성에 오점 남긴 'ING생명 박인비 인비테이셔널'..공동 주최사와 운영사가 '분탕질'

출전 선수들, 공동 주최사 요청으로 하루 저녁에 두 차례 식사  

박인비 명성에 오점 남긴 'ING생명 박인비 인비테이셔널'..공동 주최사와 운영사가 '분탕질'
27일 부산 금정구 동래베네스트GC에서 막을 내린 ING생명 챔피언스트로피 박인비 인비테이셔널이 LPGA팀의 대회 2연패로 막을 내렸다.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정상급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기 위해 대회장을 찾은 골프팬들이 1번홀 갤러리 스탠드를 가득 메우고 있다.
동래(부산)=정대균골프전문기자】'콘텐츠는 세계 최고, 운영은 C급'
27일 부산 금정구 동래베네스트GC서 막을 내린 ING생명 챔피언스트로피 박인비 인비테이셔널에 대한 평가다. 한국 여자골프의 간판 박인비(28·KB금융그룹)의 이름을 걸고 올해 2회째 열린 이 대회는 한국 여자골프를 대표하는 스타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개막 전부터 골프팬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번 대회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서 올 시즌 맹활약을 펼친 26명의 선수가 출전한 팀대항전이다.

이 대회의 창설 배경은 한 마디로 '보은'이다. 올 1년간 미국과 국내서 활동한 여자 선수들에 대한 전폭적 지지와 응원을 보내준 팬들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출전 선수와 상금 규모 등 질적인 면에서 특급대회와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이번 대회 총상금액은 10억원이다. 사흘간 경기를 치러 우승팀에게는 6억5000만원, 준우승팀에게는 3억5000만원이 주어진다. 총상금 외에 선수들 항공료, 체재비 등 제반 운영비까지 포함하면 이 대회를 치르는데 소요된 총 경비는 대략 적게는 20억원에서 많게는 30억원이 소요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다. 제아무리 호화 캐스팅이고 막대한 비용을 쓴다한들 운영이 매끄럽지 못하면 그 효과는 반감될 수 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몇 가지 아쉬움이 있었다. 그 중에서도 이번 대회 주최측이 프로암을 마치고 나서 선수들에게 행한 행동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선수들은 그날 저녁 식사를 연거푸 두 차례나 했다고 한다. 공동 주최사인 ING생명과 MBC가 따로 선수들을 초청했기 때문이다. 모든 대회를 막론하고 선수들은 주최측에 최선을 다하기 마련이다. 대회를 열어준 것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다. 결국 선수들은 울며겨자 먹기 식으로 두 차례의 저녁 식사를 할 수 밖에 없었다.

팬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는 것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대회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계절적으로 수도권에 비해 보다 따뜻한 부산에서 열렸다. 주최측은 갤러리 동원 효과 등 일석이조를 노렸다고 한다. 물론 이 지역은 갤러리 동원 면에서 수도권에 버금가는 것은 정평이 나있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이 곳에거…'라는 의구심이 든다. 대회 개최 코스는 지난 1971년에 개장한 영남권 최고 명문이다. 하지만 이번 대회처럼 많은 갤러리가 몰리는 대회 코스로는 적합치 않았다는 게 중론이다. 산악지형이라 업앤다운이 심한데다 갤러리 동선 확보가 여의치 않았기 때문이다. 주최측 집계에 따르면 이번 대회는 첫날 2000명, 이튿날 3000명, 그리고 마지막날에는 약 7000명이 대회장을 찾았다. 그야말로 포화 상태였다.

대다수 갤러리가 코스 입장 전부터 진땀을 흘리는 것은 예측된 결과였다. 갤러리는 주최측이 제공한 셔틀버스를 이용했다. 그러나 버스가 골프장 입구부터 다른 차량과 뒤엉켜 운행이 여의치 않았다. 한 마디로 난장판이었다. 운영사인 갤럭시아SM의 판단 미스와 미숙한 운영이 야기한 예견된 모습이었다. 운영사측의 한 관계자는 "작년 대회장에 비해 코스 사용료가 다소 저렴한 것이 코스 선택의 기준이 됐다"고 말한다. 부산 연제구 연산동에서 왔다는 주부 K씨는 "내가 좋아하는 선수의 경기 모습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설레임으로 왔는데 입장 전부터 기분이 상하게 됐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비용 절감 때문에 팬들만 곤욕을 치른 셈이다.

대회 시간도 마땅히 지적되어야 한다. 첫째날 포볼경기는 10시, 둘째날 포섬은 10시45분, 그리고 마지막날 싱글 스트로크 매치플레이는 9시30분에 첫조가 출발했다. 주최사인 MBC의 방송 편성 시간을 고려했다는 게 운영사의 설명이다. 그런데 그 중 둘째날이 문제였다. 이날은 대회장에 비가 내려 경기가 막바지로 치닫던 오후 4시 30분경이 되면서 사방이 어둑어둑해졌다. 만약 마지막조 승부가 17번홀에서 2&1으로 갈리지 않았더라면 마지막홀은 다음날로 순연되어야 할 상황이 연출될 뻔했다. 물론 갑작스런 추위로 갤러리의 고생 또한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부정확한 리얼타임 스코어링, 케이블에서 지상파로 넘긴다는 이유로 마지막날 중계방송을 잠시 중단한 MBC의 태도, 골프 중계 방송 경험이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캐스터의 미숙한 진행 등도 '만추의 골프 페스티벌'에 찬물을 끼얹는 요소로 지적받아 마땅하다.

반면 '호스트' 박인비는 부상 여파로 비록 선수로서 코스에 나서진 못했지만 대회 기간 내내 팬 사인회, 선수들 독려, 중계방송 해설 등 호스트로서의 역할에 충실했다. 이번 대회처럼 스타 플레이어가 자신의 이름을 내건 대회는 다수 있다. 하지만 그러기까지는 쉬운 결정이 아니다. 자신의 명예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 주최측은 불세출의 골프스타 박인비를 활용한 이른바 '박인비 마케팅'을 했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럴 수 있다.
그런데 그것이 박인비라는 잘 차려진 밥상에 슬그머니 숟가락만 얹으려는 심산이었다면 분명 문제다. 물론 아니었을 것으로 믿고 싶다. 왜냐면 박인비는 이 대회 공동 주최사 뿐만 아니라 우리 골프계 전체를 위한 보석과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golf@fnnews.com 정대균 골프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