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력과 품질로 승부를 보겠다."
필로시스 이진용 대표(49.사진)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필로시스가 가진 기술력만큼은 '글로벌 톱클래스에 든다'는 자부심 덕분이다. 필로시스는 혈당측정기 '지메이트(Gmate)'를 비롯해 각종 혈액진단측정기 개발이 전문이다.
이 대표는 13일 "지메이트는 (병원의) 실제 측정치와의 오차가 11% 이내로, 세계 최고로 꼽히는 로슈와 불과 1%포인트 차이가 난다"면서 "신뢰성 측면에서 로슈와 견줘도 전혀 손색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국내에서는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시피 하지만 외국에만 나가면 평판이 좋다"며 "최근 멕시코에서 4900명을 대상으로 테스트를 했는데 호평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실제 필로시스의 전체 매출 가운데 99.9%는 외국에서 발생한다. 올해의 경우 국내 매출분은 서울성모병원에 소규모(1억원)로 납품한 것이 전부다.
수요에 비해 공급물량이 턱없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물건이 없어서 못 판다"고 말했다. 수익성이 더 좋은 해외공급을 우선으로 하다 보니 국내시장은 뒷전으로 밀려난 셈이다.
LG와 외국계 회사를 거치며 구조조정업무를 해왔던 이 대표가 필로시스에 합류한 것은 2년 전이다. 그는 "함께 일할 만한 기업을 찾고 있었는데 마침 필로시스가 경영위기를 겪고 있었다"며 "1년여의 구애 끝에 기존 경영진과 의기투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당시의 최인환 대표는 현재 연구개발(R&D)부문을 맡아 이 대표와 각자대표체제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경영이 안정되면서 매출도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올해 예상 매출 규모는 100억원 수준이고, 내년부터 가파른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앞날에는 벌써 청신호가 켜졌다. 올해 중국(KDL그룹)과 멕시코(덴티랩)에 향후 4년간 각각 1000억원, 2500억원 규모의 물량을 공급하기로 계약을 맺은 것이다. 필로시스는 전북 군산 제1공장만으로는 밀려드는 수요를 대기가 벅차 제2공장을 짓고 있다. 이 대표는 "제1공장으로는 연간 150억원어치밖에 못 만든다"며 "제2공장이 시험가동을 거쳐 내년 봄 양산을 시작하면 500억∼600억원어치의 물량공급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혈액진단측정기를 팩스에 비유했다. 팩스가 기계 이외에 잉크와 토너, 종이를 팔아 수익을 올리는 것처럼 혈액진단측정기도 기기 자체보다는 소모성인 스트립에서 '더 많은 수익이 꾸준히 난다'는 것이다.
'지메이트'의 국내 판매는 내년 여름쯤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전국 각지의 병원 등에서 공급요청이 쇄도하고 있다"며 "원활한 국내공급을 위해 유통회사를 인수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R&D에 더 많은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연구개발인력은 2년 새 25명에서 59명으로 크게 늘어났다. 이 대표는 향후 100명까지 늘릴 방침이다.
그는 "진단 관련 총괄회사, 리딩컴퍼니를 만드는 것이 꿈"이라며 "모든 사람이 스마트폰을 들고다니는 만큼 이와 연계된 제품 개발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관련 특허를 30개 이상 보유하고 있으며, 임신 여부를 알려주는 임신진단키트와 대사증후군 관련 비타민D 테스트기 등도 개발을 마쳤다. 필로시스는 내년에 기술특례 상장을 계획하고 있다.
blue73@fnnews.com 윤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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