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모친 고(故) 김정일 여사의 빈소에는 그룹 임원들과 정·재계 주요인사들의 조문행렬이 이어졌다. 한진그룹 창업주인 고 조중훈 회장의 부인인 김여사는 향년 93세로 지난 15일 인하대학교 병원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
이날 조양호 회장과 아들인 조원태 대한항공 총괄부사장 등이 빈소를 지킨 가운데 지창훈 대한항공 사장, 서용원 한진 대표 등 그룹 임원들을 비롯해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문희상 더불어민주당 의원, 나경원 새누리당 의원, 이희범 평창조직위원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김수천 아시아나항공 사장 등이 조문했다.
김여사는 조중훈 선대회장과 1944년 5월 결혼해 조양호 회장과 조남호 한진중공업홀딩스 회장, 2006년 별세한 조수호 전 한진해운 회장,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 조현숙 씨 등 슬하에 4남 1녀를 뒀다.
둘째 며느리인 김 여사는 맏며느리 역할을 하며 살림을 도맡아 시어른을 봉양하고 학교를 다니던 어린 시누이와 시동생들을 어머니처럼 보살피고 뒷바라지를 했다.
어려운 시절도 있었지만 김 여사는 깊은 불심을 바탕으로 견뎠다. 항상 남편과 자녀들을 위해 지극 정성으로 기도했고 그런 아내의 정성은 조중훈 회장이 사업가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삶의 자세를 가다듬는데 바탕이 됐다.
1945년 11월 설립된 한진상사가 글로벌 종합물류 기업인 한진그룹으로 성장한 데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뤄진 김 여사의 헌신이 있었다.
조중훈 회장이 베트남 전쟁 현지에서 사업을 진두지휘할 당시 김 여사는 주변의 만류를 무릅쓰고 전장에서 함께했다. 베트남 현지에 마련된 김치공장에서 직접 김치를 담그고 여러가지 궂은 일을 도맡아 한 것이다.
또 평생을 검소하고 소박하게 지냈다. '식사는 아내가 직접 마련해야 한다'는 신조로 단 한 명의 고용원없이 손수 식사를 마련하고 집안 청소를 도맡아했다.
그럼에도 주변의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아낌없이 나눠주는 삶을 살았다.
늘 남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는 삶을 산 김 여사는 임종을 앞두고도 다른 사람들이 힘들지 않게 모든 장례 절차는 당신이 조금씩 모은 쌈짓돈으로 소박하게 치러 주길 바란다는 유언을 남겼다.
장례는 조중훈 선대회장 때와 마찬가지로 5일장으로 치러지며 발인은 19일이다. 장지는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하갈동의 선영이다.
kkskim@fnnews.com 김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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