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상징 황소 동상 여의도 떠나.. 국내 1호 시세전광판은 역사속으로
대신증권은 23일 서울 여의도 본사 영업부에 설치된 '국내 1호' 주식 시세전광판의 운영을 중단하고, 상주고객들과 마지막을 기념하는 행사를 가졌다. 나재철 대신증권 대표(왼쪽 일곱번째) 등 관계자들이 주문지를 부리는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대신증권이 30여년 간의 '여의도 시대'를 마무리하고, '명동 시대'를 연다.
대신증권은 23일 여의도 사옥에서 새로 지은 명동 신사옥(대신파이낸스센터)으로의 이전을 완료했다. 대신저축은행, 대신경제연구소, 대신F&I, 대신프라이빗에쿼티(PE) 등 대신자산운용을 제외한 모든 계열사가 함께 입주한다.
여의도 증권가의 명물로 손꼽히던 대신증권의 시세전광판과 황소상도 사라진다. 지난 1979년 대신증권이 국내 처음으로서 설치한 시세전광판은 이날 철거됐고, 황소상은 대림동 대신증권 연수원으로 잠시 옮겼다가 내년 초 신사옥 인근에 다시 자리를 잡을 예정이다.
서울 여의도 대신증권 사옥을 지키던 황소상이 23일 이사를 위해 차량으로 옮겨지고 있다. 황소상은 대림동 대신증권 연수원으로 잠시 옮겼다가 내년 초 신사옥 인근에 자리잡을 예정이다. 사진=박범준 기자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이 보편화되면서 대다수 증권사가 전광판을 철수했으나 대신증권은 '1호 전광판'으로서의 상징성과 고령투자자의 투자편의성 등을 이유로 지금까지 명맥을 유지해왔다.
대신증권 영업부 박규상 상무는 "시세전광판은 외환위기, 글로벌금융위기 등 숱한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성장해온 한국자본시장의 상징물로 여겨져왔다"며 "투자자들을 위한 주식정보 제공은 물론 투자자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며 명물로 자리잡았다"고 소회했다. 그는 "앞으로 고객들과의 접점을 늘려나갈 수 있도록 다양한 서비스를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대신증권은 여의도에서 증시 활황을 겪으며 성장을 거듭해왔다. 1985년 명동에서 여의도로 입성할 당시만 해도 대신증권은 총자산 1239억원, 직원수 590명의 중견 증권사였다. 31년이 흐른 지금 총자산은 19조5941억원으로 156배 증가했고, 직원수는 1580여명으로 늘었다.
지난해에는 영업이익 1700억원, 순이익 1361억원을 기록하면서 7년 만에 최대 실적을 올렸다. 특히 '달러자산에 투자하라'는 하우스뷰를 내놓으며 고액 자산가들의 눈길을 끄는데 성공했다.
고객들이 대신증권에 맡긴 달러자산은 지난해 1월 약 2500만달러에서 8배로 불어나 현재는 4억달러에 육박한다. 대신증권은 1986년 대신개발금융을 시작으로 대신전산센터(1987년), 대신투자자문(현 대신자산운용.1988년), 대신생명보험(1989년)을 잇따라 설립했고, 2011년 대신저축은행 인수, 2014년 대신PE 설립 및 대신F&I 인수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했다.
나재철 대신증권 대표는 "30여년 간 여의도에서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냈다"면서 "명동에서 '제2의 창업'이라는 각오를 갖고 전성기를 다시 일궈내겠다"고 말했다.
blue73@fnnews.com 윤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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