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너 김세일과 피아니스트 선우예권
1시간 20분 동안 ‘슬픔의 여정’ 동행
젊은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왼쪽)과 테너 김세일이 27일 슈베르트 연가곡 '겨울나그네'를 서울 혜화동 JCC콘서트홀 무대에 올린다. *사진=유창호
한 밤 짙은 어둠이 지나가면 새벽이 온다. 비극적 선율의 슈베르트 '겨울나그네'는 송년과 신년을 위한 공연으로는 다소 무거울 듯하지만, 어둠이 짙어질수록 빛이 가깝다는 격언처럼 죽음을 향해가는 '겨울나그네'에서 우리는 어쩌면 희망을 얻을 수도 있다.
부드러운 감성의 테너 김세일과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이 27일 서울 혜화동 JCC콘서트홀에서 슈베르트의 연가곡 '겨울나그네'로 환상의 콜라보 무대를 선보인다.
듀오로 이번 무대에서 서는 김세일과 선우예권은 최근 파이낸셜뉴스와 만나 "이번 공연은 깊어진 겨울을 온전히 만끽할 수 있는 무대가 될 것"이라고 털어놨다.
'겨울나그네'는 슈베르트의 대표적인 연가곡(連歌曲)이다. 슈베르트가 세상을 떠나기 전 해인 1827년, 나이 30세 때 작곡된 작품으로, 마치 자신에게 다가올 죽음을 예감한듯 전반적으로 어두운 정조가 가득한 비극적인 슬픔이 가득하다.
사랑에 실패한 청년이 추운 겨울, 방랑의 길을 떠난다.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추운 들판을 헤매는 청년의 마음은 죽을 것 같은 고통과 절망 속에 허덕이고 다양한 죽음에 대한 상념들이 마음 속에 자리잡는다. 마지막으로 마을 어귀에서 만난 늙은 악사에게 함께 여행을 떠나자고 제안하는 장면으로 이야기는 끝난다.
'연말 공연으로 너무 쓸쓸한 곡이 아니냐'고 묻자 김세일은 "실연으로 추운 겨울에 뛰쳐나가, 정체없이 헤매이다 결국 죽음에 이르는 '겨울 나그네'는 전통적 비극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죽음이 또 다른 세상의 시작이라고 본다면 모순되지만 새로운 희망의 메시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언젠가, 누구에게나 다가올 죽음을 기억한다면 이 모든 순간이 중요하다는 의미도 된다"고도 했다.
테너 김세일은 동양인 최초의 에반겔리스트(복음사가)다. 에반겔리스트는 바흐가 성경 4대 복음서 중 수난 복음을 합창곡으로 만든 수난곡에서 주인공이자 해설자 역할을 한다. 정확한 가사 전달력과 섬세한 음색이 요구되는 에반겔리스트 중에서 동양인은 그가 유일하다.
그는 "우리나라에서는 오라토리오나 수난곡이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기독교 문화가 짙은 유럽 문화와 클래식에서는 뿌리깊은 분야다. 특히 수난곡은 유럽 합창음악의 정수"라며 "성경의 복음을 노래하는 에반겔리스트는 언어나 문화적으로 아무래도 유럽인이 아니면 잘 하기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극을 이끌고 간다는 점에서 재미있다"고 전했다.
이번 공연도 인터미션 없이 1시간20분 동안 쓸쓸한 겨울여행을 떠나는 나그네의 여정을 노래해야 하기에, 구절마다 정확한 발음 및 깊이 있는 표현력, 집중력이 중요하다. 에반겔리스트로 탁월한 딕션을 자랑하는 김세일만의 표현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올해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로 선정되며 현재 국내외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은 '성장하는 음악가'를 꿈꾼다고 했다.
특정 작곡가에 매진하는 피아니스트와 달리 잔잔한 슈베르트부터 화려한 기교의 리스트를 오가며 다양한 활동을 보여주는 그는 "똑같은 연주 레퍼토리로 반복적인 투어를 하다보면 음악에도 정체가 오는 것 같다. 다양한 시도와 표현을 통해 한걸음씩 발전하는 음악가가 되고 싶다"며 웃었다. 이번 무대에서 선우예권은 '겨울나그네'에 앞서 리스트가 편곡한 슈베르트의 세레나데 피아노 연주를 통해 슈베르트의 음악 세계로 관객을 인도할 예정이다.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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