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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봉 이리온 원장의 반려동물, 그 행복한 동거] 잦은 구토, 치료해도 재발한다면 헬리코박터균 의심

반려동물 구토와 헬리코박터균

반려동물이 병원을 찾는 가장 흔한 증상 중의 하나가 구토다. 특별한 이유도 없이 잘 먹고 잘 놀던 반려동물이 갑자기 구토를 하는 광경을 자주 접하게된다. '비가 오면 구토를 하는 것 같다', '공복이면 구토를 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구토를 한다', '관심을 끌려고 구토를 하는 것 같다' 등 보호자가 생각하는 구토의 원인은 다양하다.

개와 고양이는 사람에 비해 해부학적으로 구토를 잘 하는 구조다. 그렇다고 아무런 이유도 없이 비가 오거나 배가 고프다고 구토를 하지는 않는다. 분명히 구토를 유발하는 원인이 있다. 자주 구토를 하거나 치료를 받아도 그 때 뿐이고 계속해 재발한다면 헬리코박터균 감염을 의심해봐야 한다.구토증상으로 내원하는 많은 수의 개와 고양이에서 헬리코박터균 감염이 확인된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는 개와 고양이에서 만성 구토를 일으키는 나선형 세균이다. 이 균은 요소분해효소를 가지고 있는데 이 효소는 헬리코박터 균이 위장점막에서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구성 성분이며 헬리코박터균의 유무를 확인하는데도 매우 유용하게 이용된다.

헬리코박터균은 주로 위장점막 감염돼 위염, 위궤양, 십이지장 궤양 등을 유발한다. 이 균에 감염된 개와 고양이는 식욕부진, 구역질, 구토, 복통 등의 증상을 보인다. 진단을 위해서는 내시경 검사가 필수적이다. 만성 구토, 간헐적 구토, 잘 치료되지 않는 구토 증상이 있는 개와 고양이는 일반 혈액검사, 방사선 검사(X-ray 검사), 초음파 검사 등에서 별 다른 이상을 보이지 않는다.

내시경 검사를 진행하면 위 점막의 발적, 미란, 출혈, 부종, 위축, 궤양 등 다양한 증상을 확인할 수 있다. 또 위 점막의 생검을 통해 헬리코박터균의 감염 여부도 확인할 수 있다. 생검한 위 점막을 이용해서 도말검사와 진단키트 검사, 조직검사 등으로 헬리코박터균의 확진이 가능하다. 혈액검사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의 항체 유무를 확인할 수 있는 진단키트검사를 하는 경우도 있다. 이 키트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이면, 현재 감염되었거나 과거에 감염된 후 항체가 형성된 경우이기 때문에 확진을 위해서는 내시경 검사가 필요하다.

헬리코박터균의 감염이 확인되면 항생제와 항구토제, 위장관 보호제 등을 처방하고 치료 기간은 보통 2~4주 정도 소요된다. 적절히 치료 받으면 잘 회복되는 질환이다.
내시경 진료가 아직은 일부 동물병원에서만 진행되고 있고 검사를 위해 마취가 필요한 진료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반려인이 검사를 꺼린다. 하지만 정확히 진단해야 처방이 가능한 만큼 내시경 검사가 사람처럼 일반화돼야 한다.

우리 아이가 습관적으로 구토를 한다면 한번쯤은 헬리코박터균 감염을 의심해보고 내시경 검사를 해보길 바란다.

문재봉 이리온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