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속에 등장할 것 같은 풍경이 있다. 방금 전까지 가족들이 머무른 듯 따뜻한 온기가 가득한 벽난로가 있는 집. 잠시 내릴 줄 알았던 눈이 끊임없이 오니 반가워서일까. 온 가족이 뛰어나와 만든 눈사람은 그들의 표정을 닮았다. 행복을 갈망하는 가족의 염원과 같이 원형의 '점'들이 화면 안에 끊임없이 이어져 있다. 아크릴물감을 사용해 강렬한 이미지의 점묘법으로 완성해낸 원색의 그림은 묘한 매력에 빠져들게 하며 몰입도를 극대화한다. 겨울이라는 계절이 이토록 따뜻하게 그려질 수 있을까. 화면 안에 그려진 '겨울'이란 계절의 온도는 과연 몇 도일까.
이 작품은 한국을 대표하는 색채마술사로 불리며 대중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는 김덕기 작가(47)의 '가족-함께하는 시간'(2016년)이다. 대표적 시리즈인 '가족-함께하는 시간' 중 겨울을 배경으로 한 이번 작품은 그의 여느 작품들처럼 일상적이지만 모두가 꿈꾸는 '장래희망' 같은 행복한 풍경이 그려져 있다. '실제로 존재할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길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은 봄, 여름, 가을, 겨울 그 어딘가에, 언제가는 맞이할 마지막 다섯번째 계절(제5계절)이 아닐까. 일상적인 풍경을 몽환적이면서도 초현실적으로 비칠 만큼 아름답게 구현하는 것. 그것이 바로 김 작가의 작품세계를 주목하게 하는 이유다.
실제 그림 속 풍경은 작가의 고향이자 작업실이 있는 경기 여주의 풍경을 모티브로 했다.
아름다운 풍경과 더불어 사용해 단순화된 원색의 바탕에 작은 미점들이 수없이 겹치면서 작가만의 삶의 흔적, 환희 그리고 행복의 아름다움으로 탈바꿈된 것이다. 김 작가는 인간 삶의 근원적 출발점을 '가족'이라고 본다. 그는 "가족이야말로 삶을 지탱해주는 에너지의 원천"이라며 "작품 속의 집들이 곧 '우리 모두의 집'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은주 갤러리조은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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