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천(敬天). 하늘의 이치에 따라 국가와 국민이 스스로 본분에 맞게 도리를 지키고 양심을 거스르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안중근 의사(1879~1910)가 사형 집행을 앞둔 1910년 3월 어느 날, 중국 뤼순 감옥에서 작성한 것임에 글귀에 깃든 엄중한 외침은 그 의미하는 바가 크다.
일제의 침략과 학살에 항거하다 후손들을 위해 서른살의 짧은 인생을 형장의 이슬로 마감한 안중근 의사.
그가 남긴 마지막 유묵(遺墨)과 그의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의 메시지는 2017년을 여는 이 시점에 이기심에 눈 멀고, 피 먹은 역사의 근간을 망각한 이들에겐 부끄러울 수밖에 없는 큰 울림으로 다가갈 것이다.
"네가 만약 늙은 어미보다 먼저 죽는 것을 불효라 생각한다면, 이 어미는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너의 죽음은 너 한 사람 것이 아니라 조선인 전체의 공분을 짊어지고 있는 것이다. 네가 항소를 한다면 그것은 일제에 목숨을 구걸하는 짓이다.
네가 나라를 위해 이에 이른즉 딴 맘 먹지 말고 죽으라. 옳은 일을 하고 받은 형이니 비겁하게 삶을 구하지 말고, 대의에 죽는 것이 어미에 대한 효도다. 아마도 이 편지가 이 어미가 너에게 쓰는 마지막 편지가 될 것이다. 여기에 너의 수의를 지어 보내니 이 옷을 입고 가거라. 어미는 현세에서 너와 재회하기를 기대치 않으니, 다음 세상에는 반드시 선량한 천부의 아들이 되어 이 세상에 나오너라."(안중근 의사의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의 편지)
지난 2014년 서울옥션에 경매 의뢰됐다가 유찰되기도 했던 이 유묵은 이후 서울 잠원동 성당이 사들여 천주교 서울대교구에 기증했다.
음정우 서울옥션 고미술 스페셜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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