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

"인공지능(AI) 로봇은 전자인간"…EU, 인간과 AI로봇의 공존 시대 열다

AI로봇 관련 EU 결의안 통과…내달 본회의 거쳐 '로봇시민법'으로 제정

“인공지능(AI)을 탑재한 로봇을 ‘전자인간’으로 규정한다. AI로봇은 인류에 기여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알고리즘을 설계해야 한다. AI로봇의 일탈에 대비해 시스템 작동을 강제 종료할 수 있는 ‘킬 스위치’도 반드시 탑재해야 한다. 동시에 인간 역시 AI로봇과 협력하며 살아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유럽연합(EU) 의회가 12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AI 로봇의 법적 지위를 ‘전자 인간(Electronic Person)’으로 인정하는 결의안을 의결했다. 전 세계적으로 AI 로봇이 금융·제조·의료 분야 등에서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는 가운데, 국가 차원에서 최초로 AI 로봇의 지위와 AI로봇 개발 및 활용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다. 특히 EU 의회는 AI 로봇이 인류에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대전제 아래 기술적·윤리적 기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EU 결의안에 대해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관련기사 12면
■AI로봇 사고치면 정부에 소스코드 접근권한 의무화…'킬 스위치'도 탑재
결의안은 AI 로봇 시대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킬 스위치’ 탑재를 의무화했다. 프로그램 오류나 해킹 등 비상상황에서 AI 로봇의 작동을 강제로 멈출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전쟁과 테러 등 AI 로봇 악용에 대한 사회적 불안을 해소하고, 정부의 무차별적인 규제도 예방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AI 로봇은 인간의 명령에 무조건 복종하면서 위협을 가하지 않도록 설계해야 한다. 로봇 개발자들은 당국에 로봇을 등록해야 하고 로봇이 사고를 일으키면 당국에 시스템 코드에 접근할 수 있는 접근 권한을 제공할 의무도 정했다.

■EU국가에 로봇 수출하려면 결의안 따라야
EU의회는 결의안을 통해 EU 집행 조직 안에 ‘로봇·AI 기구’를 신설해 AI 로봇을 둘러싼 기술적·윤리적 기준을 논의하도록 EU 집행위원회에 권고했다. 또 AI 로봇이 인간 사회의 법률이나 도덕 기준에 따라 작동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법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AI관련 기업들에게 지침을 제시하고, 이를 감독할 기구를 마련하도록 한 것이다.

또 EU 의회는 "AI 로봇 기술의 발전과 함께 인간의 노동 영역이 급변할 수 있다"면서 새로운 고용 모델을 제시할 것을 촉구했다. 조세 시스템도 개편해야 한다는 게 EU 의회의 권고다. AI 로봇이 확산되면 대규모 실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AI 로봇을 활용하는 이에게 일명 '로봇세'를 물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 결의안은 다음 달 본회의 의결을 비롯해 EU 회원국들이 각국 논의를 거쳐 법으로 제정된다. 이른바 ‘로봇시민법’으로, 다른 나라가 EU 회원국에 AI 로봇을 수출 할 때도 이 규정을 따라야 한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도 AI 기술 개발을 독려하는 것과 함께 개발윤리에 대한 가이드라인 마련에 속도를 내야한다는 조언이 확산되고 있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