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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산책] 운보 김기창 '학문매병'

매병의 품에 안긴 고고한 학

[그림산책] 운보 김기창 '학문매병'

상서로움을 지닌 동물로 여겨지는 학은 예부터 많은 화가들의 단골 소재가 되었다. 십장생 중 하나로 장수를 의미하는 학은, 자연과 어우러져 일생을 살며 고고한 기품을 유지하는 이미지를 담고 있다. 500원 동전에도 비상의 나래를 편 학의 모습이 담겨있으니, 일상에서 학을 보기란 쉽지 않으나 실상 우리의 삶에 언제나 함께하는 동물이기도 하다.

매병에 학이 날아드는 형상을 하고 있는 이 작품은 현대적인 동양화를 선보이는 운보 김기창(1913~2001)의 그림이다. 자유롭게 하늘을 나는 학이 매병의 품 속으로 들어가 학문매병(鶴紋梅甁)이 됨으로써 또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굵은 선으로 호방하고 자유롭게 그려낸 비대칭의 매병의 형태는 자유롭고 자연스러운 한국 자기의 멋을 보여주는 듯하고, 청자의 비색은 은은하고 무게감있는 색으로 그려냈다.
여기에 학의 붉은 머리색은 작품에 생기를 더하며, 구름과 학과 더불어 병의 바깥에는 불로초(영지)가 자리해, 작은 화폭 가득히 좋은 기운을 담아내고 있다.

부인인 우향 박래현(1920~1976)과 함께 현대적인 한국화의 가능성을 넓힌 운보 김기창은 화업을 잇는 동안 다양한 화풍과 실험적인 도전정신으로 현대 동양화의 선구자로 일컬어진다.

국보로 지정된 '청자상감운학문매병'을 운보 자신만의 시각으로 재해석한 이 작품을, 멋과 서정이 깃든 새해 선물로 여러분께 선보인다.

김현희 서울옥션 스페셜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