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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연습경기 통해 현미경 전력분석 ‘WBC 정보전’은 이미 시작됐다

일본 야구는 현미경 야구다. 세밀하게(細かぃ·고마카이) 들여다본다. 1987년 세이부 라이온즈와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일본시리즈. 요미우리의 감독은 유명한 오 사다하루. 왕정치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세이부의 감독은 모리 마사아키.

일본 매스컴은 왕정치를 '세계의 왕'으로 부른다. 홈런 세계 신기록(868개)을 보유했다는 의미다. 일본 내 인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이에 반해 모리는 수비형 포수 출신이다. 두 사람은 과거 요미우리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모리 감독은 시리즈를 앞두고 도쿄 시내 호텔 방에 틀어박혀 지냈다. 그는 요미우리의 경기 비디오를 보고 또 보았다. 요미우리와 세이부는 리그가 달라 직접 경기를 갖지 않았다(지금은 시즌 중에도 교환 경기를 갖지만).

세이부는 3승2패로 앞선 채 6차전을 맞았다. 2회 말 1사 2루서 세이부 부코비치가 깊숙한 중견수 플라이를 날렸다. 2루 주자 기요하라가 3루를 향해 뛰었다. 워낙 깊은 타구여서 3루는 무난해 보였다. 그런데 기요하라는 3루에 멈추지 않고 홈까지 내달렸다. 세이프.

8회에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1사1루서 아키야마의 중견수 앞 안타에 1루 주자가 홈까지 뛰어들었다. 2루타가 아니면 홈까지는 무리로 보였다. 그런데 역시 세이프. 어찌 된 일일까.

모리는 비디오 분석을 통해 남들이 보지 못한 요미우리 수비의 약점을 찾아냈다. 마치 셜록 홈즈가 아무도 발견해내지 못한 사건 단서를 콕 꼬집어 내는 것처럼. 모리는 수첩에 다음과 같이 적었다.

'거인 중견수 크로마티의 수비, 문제 있음. 단타로도 2루까지 가능.'

지난 19일 오키나와에서 벌어진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한국대표팀과 요미우리의 연습경기. 1회 요미우리 1번 타자 다테오카가 유격수 땅볼로 아웃됐다. 간발의 차이였다. 유격수 김재호의 수비 위치가 한 발 뒤에 있었더라면 내야안타였다.

반대로 한 발 더 앞이었더라면 쉽게 처리될 수 있었다. 다테오카는 4회 3루타를 때려냈다. 발 빠른 타자다. 내야수는 상대편 타자의 스피드 정도에 따라 수비 위치가 달라져야 한다. 한 발 앞이냐, 한 발 뒤냐에 따라 경기의 승패가 좌우될 수 있다.

이날 일본은 전력 분석 요원을 통해 철저히 한국 대표선수들의 스타일을 분석했다. 물론 한국도 일본 선수들의 기량을 낱낱이 해부한다. 지난 17일 애리조나에서 벌어진 네덜란드 대표팀과 kt의 연습경기에도 전력 분석 요원을 파견했다. 한국은 3월 7일 고척돔에서 네덜란드와 경기를 갖는다.

현대 야구는 정보 싸움이다.
상대의 장단점은 물론 무심결에 노출하는 버릇까지 세밀하게 관찰한다. 가령 변화구를 던질 때 투수의 손동작이나 도루하기 전 주자의 움직임 같은 것을 상세히 분석한다. 야구, 알수록 어려운 스포츠다.

texan509@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