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스와프 중국비중 70% 中 사드 문제 연계 가능성
대부분 협정도 달러 아닌 자국통화 교환 방식 계약
美.日과의 협정 서둘러야
#. 글로벌 금융위기 직격탄을 맞은 2008년 10월. 국내 금융시장은 한마디로 '패닉'이었다. 정부는 미국 재무부와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에 통화스와프 협정을 급히 타진했지만 미국은 냉담했다. 당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을 주축으로 한 경제팀은 '신흥국 금융불안이 미국으로 확대.전이될 수 있다'는 논리로 미국 측을 설득했다. 당시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도 연준 집행부 설득에 나섰다. 이후 이명박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의 전화통화까지 일사천리였다. 그해 10월 30일 300억달러 규모의 한.미 통화스와프 협정이 체결되면서 금융시장은 안정을 되찾았다.
우리나라 금융시장의 '안전판'이 실종됐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이지만 일본에 이어 중국과도 갈등의 골이 깊어지며 통화스와프 계약 체결 여부가 불투명해진 탓이다. 통화스와프는 외화가 부족해 유동성 위기에 놓였을 때 외환보유액처럼 꺼내 쓸 수 있어 '보험'으로 불린다. 이에 기축통화국인 미국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해 자본유출 변동성에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양자 통화스와프 70% 차지하는 중국
6일 기획재정부 및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양자.다자 간 체결한 통화스와프 규모는 총 1220억달러다. 문제는 중국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점이다. 실제 한.중 통화스와프 규모는 우리나라 전체 양자계약의 70%에 달한다. 다자 간 통화스와프 협정인 치앙마이이니셔티브(CMIM) 기금(384억달러)이 있지만 국제통화기금(IMF) 논의와 회원국 동의가 필요해 적시에 쓰기 어렵다.
당장 중국과의 통화스와프 협정이 10월 만료되지만 연장 여부조차 불확실하다. 지난해 4월 만기를 1년6개월 앞두고 유일호 경제부총리와 저우샤오촨 인민은행 총재가 양국 통화스와프 확대.연장을 합의했지만 구속력이 없는 구두합의에 불과했다. 사드 배치에 속도를 내고 있는 정부는 중국에 구체적인 통화스와프 연장 논의조차 꺼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반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문제 삼으며 보복조치를 쏟아내고 있는 중국이 우리나라를 위협할 '무기'로 통화스와프 협정을 꺼낼 가능성은 농후하다.
이미 정부 일각에서도 중국과 통화스와프 연장계약이 어렵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유 부총리 역시 지난 2월 사드 배치가 한.중 통화스와프에 미칠 영향을 묻는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현실적으로 그런 우려를 하기는 해야 한다"고 답했다.
건국대 최배근 교수는 "중국이 갈수록 보복 수위를 높이며 금융보복까지 나설 가능성이 있다"며 "국내 최대 채권국인 중국이 통화스와프 연장을 안하는 동시에 채권 대량매각 또는 자금인출로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미 통화스와프 추진해야"
최선의 대안은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계약이 꼽힌다. 중국, 일본과 갈등이 날로 격화되는 상황에서 경제적 타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다.
유 부총리도 지난해 2월 "한.미 통화스와프를 다시 체결해야 하는 게 맞다고 본다"며 한.미 통화스와프 재논의에 불을 붙였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도 구체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통화스와프에 미온적인 미국을 설득하는 것이 만만치 않다. 미국으로선 굳이 국제결제통화가 아닌 원화를 달러와 맞교환할 이유가 없다. 신흥국의 도덕적 해이를 이유로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다. 실제 미국은 일본, 영국, 캐나다, 스위스, 유럽연합(EU) 등 5개국과만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정부의 외교력 부재도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됐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정국 이후 국정공백이 장기화되면서 미 트럼프 행정부 고위급과 제대로 접촉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2008년 정부와 한은이 미 고위급들과의 탄탄한 인맥을 바탕으로 물밑 합의를 이끌어낸 것과 대비되는 행보다. 더욱이 중국의 부담을 무릅쓰고 미국이 원하는 사드 배치를 강행했음에도 정작 통화스와프 체결을 포함한 경제적 실익은 하나도 얻어내지 못했다.
정부와 한은은 여전히 대외건전성이 높은 만큼 한.미 통화스와프를 무리하게 추진할 필요가 없다는 게 공식 입장이다. 2008년만큼 위기상황이 아니라는 인식도 작용했다. 우리나라 외환보유액(2월 기준)은 3739억달러로, 세계 8위 수준이다.
한은 관계자는 "상대방이 있는 만큼 필요하더라도 형식과 시기에 신중을 기해서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미 금리 정상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본격화, 유럽 선거 등 대외 불확실성이 산적한 만큼 달러 '안전판'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한양대 이상빈 교수는 "자본유출은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등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정부가 2008년 외환보유액 2500억달러에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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