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정부 자리잡을 3~4개월.. 중요한 정책 결정 공백 생겨
中사드보복·美보호무역압박.. 적절한 대응 못할땐 치명타
美금리인상에 소비심리 악화.. 기업 "방어적 경영 할 수 밖에"
한국 경제가 시계제로다. 4월 위기설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헌법재판소가 10일 현직 대통령 탄핵인용 결정을 내리고 본격적인 대선정국이 펼쳐지면서 한국 경제도 한 치 앞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일부에서는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로 되레 긍정적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차기 정부가 자리잡을 앞으로 3~4개월가량 일상적 정책결정은 이뤄지겠지만 중요한 정책적 결정은 미뤄질 수밖에 없다. 책임지고 큰 방향을 고민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없어서다. 과거 정권교체기에 경제위기가 왔던 전례도 있다.
문제는 앞으로 몇 개월간 한국 경제는 중요한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는 것에 있다. 당장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보복 현실화와 미국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압박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 적절한 대책과 시기를 놓치면 한국 경제에 치명타가 될 수밖에 없다.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른 자본유출, 가계부채 부담에 따른 소비여력 감소도 한국 경제의 뇌관이다. 정치적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위기관리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이를 책임질 주체가 없다.
■사드보복·보호무역주의 대응은
올해 우리 경제팀은 대내외 불확실성을 유난히 강조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불확실성과 중국 경제의 경착륙, 국내 정치의 혼란이 불확실성을 키웠다. 그러나 다행히 지난해 말부터 수출 등이 살아나면서 그 나름대로 선방하고 있는 흐름이다. 물론 내수부진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지만 예상보다는 나쁘지 않다는 평가다.
최근 이런 흐름에 찬물을 끼얹는 돌발변수가 발생했다. 중국은 한국에 사드 배치가 기정사실화되자 전방위적 경제보복을 시작했다. 중국 내 롯데마트 매장이 영업정지를 당했고 한국 관광까지 사실상 금지했다. 화장품, 문화콘텐츠 등의 중국 수출도 막혔다. 일부에서는 중국의 경제보복이 더 강화되면 우리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의 대응은 느긋하다. 오히려 대응이 없다는 평가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비롯해 주요 내각 책임자들은 사드 보복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경제보복이 현실화되자 대응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도 관건이다. 특히 미국의 한·미 FTA 재협상을 예상보다 빨리 꺼내들 경우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도 쉽지 않다. 미국 무역대표부는 최근 발표한 '대통령의 2017년 무역정책 의제' 보고서에서 한·미 FTA로 한국과의 무역적자가 2배 이상 늘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결과적으로 한국과의 무역에서 적자가 2배 이상 늘었으며, 말할 필요도 없이 이는 미국인들이 그 협정으로부터 기대한 결과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본격적인 대선 정국에서 이 문제를 해결할 의지와 해법 찾기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일상적으로 해야 할 정책들을 수행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지만 누군가 큰 방향을 정하고 결정하고 실행해야 하는 변수에 대응하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경제주체들의 불안심리도 가속화
정치·경제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경제주체들은 더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 이미 소비심리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소비심리가 악화되면서 내수침체는 지속되고 있다. 불확실성이 높아질수록 이 같은 현상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소비심리뿐 아니라 미국의 금리인상 역시 내수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 자금유출을 우려해 한국은행이 금리인상에 나서면 한계가구가 증가하고, 가계의 소비여력이 줄어든다. 내수 활성화를 위한 근본 정책이 필요하지만 이 역시 몇 개월 뒤에나 가능해지는 셈이다.
기업들 역시 보수적으로 기업 운영에 나설 수밖에 없다.
어떤 정부가 들어서느냐에 따라 정책이 크게 달라질 수 있어 투자, 고용 등은 보류할 가능성이 크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지난 연말부터 정치적 혼란으로 모든 경영활동이 스톱된 상태"라며 "새 정부가 들어서 정책 방향을 내놓으면 빨라야 3.4분기이기 때문에 그 전까지는 방어적인 경영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탄핵정국으로 뒷전에 몰렸던 경제 문제에 시선을 돌려 정부가 부양책 등을 써서라도 위기관리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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