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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산책] 장욱진 '산속의 집'

깎고 깎아 도달한 '순진무구'의 경지

[그림산책] 장욱진 '산속의 집'

첩첩산중. 해와 달이 나란히 뜨고 지는 골짜기. 어딘가엔 어쩌면 호랑이도 살고 있을 것 같은 두메산골 한가운데 집 한 채가 있다. 아버지와 어머니, 세 가족은 할 일 없이 마루에 나란히 앉아 건너편 물가 섬과 같은 뭍에 솟은 한 그루 소나무와 그 위에 앉은 까치를 안온히 바라본다. 정적과 고요 속에 마주하게 되는 평온한 일상. 어쩌면 분주한 우리네 삶이 마음 한켠에서 가장 그리워하는 풍경이 이와 같지 않을까.

장욱진(1917~1990)이 1983년 그린 '산속의 집'은 단순한 구조에 사람과 자연의 조화로운 관계가 담겨 있는 작품이다. 최근 K옥션이 15일까지 진행 중인 '프리미엄 온라인 경매'를 통해 시작가 9000만원, 추정가 1억원에서 1억6000만원의 최고가 작품으로 선보였다.

충남 연기에서 출생한 장욱진은 일본 데코쿠미술학교를 졸업한 뒤 해방을 맞이하던 1945년부터 국립학예관과 서울대 교수로 재임하다 1960년 퇴직 후 작품활동에만 몰두한다.

'산속의 집'은 장욱진의 풍류적 정취가 확고히 되는 시기라고 불리는 이른바 '수안보 시대'의 작품이다. 매일 아침 일어나 작업을 한 후 온천에 다녀오는 일과를 반복했던 그는 가급적 자연의 상태에 가까워지려 노력했다고 한다. 그 결과 나이 들었으나 어른이나 도시화된 문명의 눈으로 본 세상이 아닌 맑고 호기심이 넘치는 아이의 눈으로 담아낸 세계를 화폭에 담아냈다.


생전에 '심플하다'라는 말을 즐겨 썼던 장욱진은 꾸미지 않고 솔직하면서 절제된 세계를 지향했고 이는 작품에서 단순한 선과 색의 형태로 표현됐다. 단순한 삶을 지향한 그는 작업을 통해 자기를 깎아내며 고도의 축약과 생략을 거듭했다. 그 끝에 나타난 절제된 세계가 '순진무구'의 경지에까지 이르렀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