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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형 회계기준원장 "韓 국제적 위상 높아..국제기준 제정에 제목소리 낼 것"

대우조선해양의 회계사기, 수주산업 회계논란 등 굵직한 회계 이슈들이 수년간 연례행사처럼 발생하면서 회계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다. 보험, 금융상품 등 이해당사자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게될 새로운 국제회계기준은 시행을 눈앞에 두고 있다. 안팎의 이슈들로 회계업계가 시끄러운 이때 15년만에 비 학계 출신으로, 회계 실무 영역에 있다가 최근 회계기준원장으로 취임한 김의형 신임 회계기준원장에 거는 시대가 어느때보다 큰 상황이다.

김 원장을 만나 회계신뢰도 제고 방안과 향후 계획에 대해 얘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 대우조선 회계사기 등으로 회계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큰 상황에서 회계 이미지 제고를 위한 방안은?
-몇년에 한번씩 회계분식 문제가 반복되고 국가적 회계 신뢰도가 개선되지 않는 사실은 매우 안타깝다. 특히 회계분식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주주나 채권자들을 생각하면 이런 일이 계속 반복돼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기업 활동에 대한 측정과 보고를 위해서는 일반 언어가 아닌 회계라는 특수한 언어가 쓰인다. 회계기준이란 회계라는 언어의 문법이고 철자법이며 표현법이다.

회계투명성 문제는 사실 회계의 문제기도 하지만 정직이나 신뢰에 대해 우리사회가 얼마나 큰 가치를 부여하는지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분식회계를 방지하고 회계 신뢰도의 제고를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고 사회전체의 다양한 처지를 고려하여 다각적인 처방이 필요하다. 기업, 투자자, 감독기관, 정책기관과 함께 제도 개선을 포함해 다각적인 노력을 하겠다.

▲한국이 아시아·오세아니아 회계기준제정기구그룹(AOSSG) 의장국으로서 2년째를 맞는데 올해 중점 추진계획이 있다면?
- AOSSG의 목표는 우선 아시아와 오세아니아 지역 국가들이 국제회계기준을 더 많이 채택하도록 독려하고 역내 국가들이 국제기준 제정 과정에서 더 많은 목소리를 내도록 돕는 것이다.

지금까지 AOSSG는 그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지만 아직도 여러 나라가 국제기준 도입을 망설이고 있으며 관심이 부족하다.

의장국으로서 책임을 느끼고 이를 극복하는 방안으로 몇가지 계획을 세우고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약 20개 정도의 소그룹이 활동하고 있었지만 그 활동이 부진하다고 판단해 이를 재편하고 6개 정도의 새로운 소그룹으로 운영키로 했다. 한국이 주도하고 호주와 일본, 중국 등과 논의를 거친 새로운 소그룹은 5월에 최종 확정되고 하반기부터 작동할 것이다.

▲보험이나 금융상품 등 시행을 앞두고 있는 새로운 회계기준들이 많은데, 원활한 제도 정착을 위해 준비중인 사항은?
- 금융상품, 수익, 리스, 보험 등 중요한 새로운 회계기준들이 조만간 시행된다. 이에 회계기준원은 이들 각각의 새로운 기준이 큰 무리없이 적용될 수 있도록 정착지원 태스크포스(TF) 등을 운영하는 등 노력하고 있다. 자체적으로는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보고 있다.

새로운 기준서에 대한 소개와 정보제공은 물론이고 예상되는 여러가지 상황과 이슈들에 대한 논의를 하고 그 과정 및 결과를 공유하고 있다.

특히 금융상품과 보험업 관련 기준에 대해서는 개별 업체는 물론 관련 산업 단체나 감독기관들이 더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 기대 이상의 대응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수익인식 기준서가 조금 더 걱정이다. 금융업종 이외에 새로운 수익 기준서로부터 영향을 받는 업종과 개별기업들의 경우 그 시행시기가 당장 2018년부터다. 바로 앞에 다가온 새로운 기준서에 대해 다소 준비가 부족하지 않은가 판단돼 특별 대책을 고려중이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회계기준원장 탄생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큰 상황인데 앞으로 회계 실무와 이론을 어떤 식으로 접목할 계획인지.
-상당수의 기업과 일부 감사인조차도 국제회계기준의 내용 자체가 이해하기 어렵고 실무에 적용하는데 어려움이 많다고 호소하고 있다. 회계기준서가 어려운 이유는 새로운 경제 환경,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가 복잡해지면서 기준서도 함께 어려워진 점도 있고 소위 시가평가의 원칙을 도입하다보니 어려워진 점도 있다.

또 회계정보 이용자들로부터 요청받는 상당한 정도의 정보 공개 요구를 충족시키느라 다소 과중한 요구를 회계기준에 반영한 영향도 있다. 더구나 국제회계기준이 원칙중심의 회계기준이기 때문에 이를 실제상황에 적용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좀 더 편리하고 쉽게 회계기준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회계기준원뿐 아니라 회계법인과 감독기관이 다각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실무를 하는 분들이 겪는 어려움을 조금 더 이해하고자 하는 입장에서 업계와 현장의 목소리와 요구를 더 경청하고자 한다.

▲IFRS 도입 6년이 지났는데 현재까지의 도입에 따른 성과와 향후 과제가 있다면?
-IFRS를 적용한지 지난해 말로 6년이 지났다. 우리나라에서 원칙중심 회계기준인 IFRS가 제대로 뿌리내릴 수 있을지 많은 우려가 있었지만 회계기준의 국제적 정합성과 회계정보의 품질향상이라는 목적은 충분히 달성했다고 본다.

이에 더해 해외 상장기업의 재무제표 이중 작성 부담이 사라졌고 해외 종속기업 관리가 쉬워졌으며 국경을 넘나드는 인수합병 등 계약체결에 소요되는 원가와 노력도 줄었다.

그러나 회계투명성 제고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등의 효과는 가시화되지 않은게 사실이다.

향후 과제로서는 우선 국제기구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한국의 입장과 상황을 최대한으로 이용해 국제회계기준 제정에 선제적·선도적으로 참여하겠다. 현재 국제회계기준의 제정과정에 우리가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다.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 IFRS재단, IFRS 해석위원회 등에 국내외 관계자들이 진출해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또한 기업이 회계기준을 적용하는데 지출하는 비용을 최대한 줄일 수 있도록 지원하고 회계정보 이용자들이 더 쉽고 편리하게 정보를 이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수단을 강구하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현안이 되고 있는 몇개의 새로운 회계기준서가 잘 정착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 kim091@fnnews.com 김영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