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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공각기동대] 압도적인 SF비주얼과 현란한 액션, 스칼렛 요한슨이 완성하다

[리뷰┃공각기동대] 압도적인 SF비주얼과 현란한 액션, 스칼렛 요한슨이 완성하다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명작을 재현한다는 것은 대단한 결단이다. 원작의 팬은 날카로운 눈을 지니고 있을 테고, 처음 접하는 대중들은 기대를 품은 채 작품을 기다리고 있을 게 분명하다. 그런 그들의 마음을 동시에 얻어내는 건, 결코 쉽지 않은 문제다.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은 모험을 꾀했다.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을 연출한 루퍼트 샌더스 감독은 일본 만화 원작인 ‘공각기동대’의 유명한 팬임을 자처했다. 작품에 대한 깊은 이해도와 ‘덕심’이 더해진 이 실사 영화는, 스칼렛 요한슨의 매혹적인 몸짓과 연기로 완성형에 도달했다.
[리뷰┃공각기동대] 압도적인 SF비주얼과 현란한 액션, 스칼렛 요한슨이 완성하다


인간과 로봇의 경계가 무너진 가까운 미래, 이 배경 속에서 강력 범죄와 테러 사건을 담당하는 엘리트 특수부대 섹션9의 리더 메이저(스칼렛 요한슨 분)는 인간과 인공지능이 결합해 탄생한 특수요원이다. 어느 날, 메이저는 세계를 위협하는 음모를 꾸미는 범죄 테러 조직을 저지하기 위한 임무를 부여받고 활동에 나서지만 그는 그 과정에서 자신이 잃어버린 과거와 존재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된다.

‘공각기동대’의 최대 강점은 강하게 눈을 사로잡는 비주얼이다. 원작인 애니메이션이 부럽지 않을 정도로 빼어나게 구현해냈다. 루퍼트 샌더슨 감독이 표현한 미래도시는 소름 돋을 정도로 기괴하지만 가히 장관이다. 미래로 들어서면서 동서양의 모든 경계가 허물어진 그 곳은 수많은 홀로그램과 조명으로 화려함을 자랑한다.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낯선 광경이다.

또한 인간과 기계, 명확한 정체성 없이 등장하는 존재들을 묘사한 방식도 신선한 충격을 선사한다. 사람의 골격을 갖췄으나 기계인 존재, 인간의 영혼(Ghost)를 지녔으나 기계로 두른 외면. 루퍼트 샌더슨 감독은 이 두 존재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오가며 자신만의 장기를 녹여냈다.
[리뷰┃공각기동대] 압도적인 SF비주얼과 현란한 액션, 스칼렛 요한슨이 완성하다


무엇보다 스칼렛 요한슨의 연기는 그의 장기를 마음 놓고 즐기게 만드는 일등공신이다. 이미 마블의 ‘어벤져스’ 시리즈 등의 작품들 속에서 블랙 위도우로 활약하며 믿고 보는 액션을 선사했던 그녀는 한 단계 더 올라섰다. 촬영 1년 전부터 강도 높은 실전 훈련을 통해 쌓인 강렬한 액션은 관객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하다. 특히, 고층 빌딩에서 망설임 없이 몸을 던지는 그녀의 자태와 눈빛은 황홀할 정도로 감각적이다.

그 몸짓에 눈빛과 깊은 감정까지 더해졌다. 사실상 그녀의 역할은 기계와 다름없어 더할 나위 없이 냉정하지만, 미세한 감정 변화도 눈치 챌 수 있도록 떨림 하나에도 힘을 실었다. 그 덕에, 잃어버린 과거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느끼는 쓸쓸함과 공허함은 관객에게 온전히 전해진다.

일본 원작에서 등장하는 동양인 캐릭터가 백인인 스칼렛 요한슨으로 캐스팅되자 화이트 워싱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지만 극의 후반으로 들어서면 그 논란을 불식시킬만한 장치가 등장해 우려를 지운다.
[리뷰┃공각기동대] 압도적인 SF비주얼과 현란한 액션, 스칼렛 요한슨이 완성하다


원작의 팬이라면 본래 지닌 철학이 가벼워졌다 느낄 만도 하지만, 영화로 처음 접한 대중들에게는 마냥 가볍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각기동대’는 인간과 기계 사이의 존재로써 자신 앞에 주어진 운명과 스스로 선택하는 운명, 두 가지의 기로에 놓인 메이저의 삶과 고뇌를 뛰어난 감각 효과와 함께 담아내며 인간 존재에 대한 근본적 화두를 던진다.

물론, 아쉬움을 자아내는 지점도 있다.
신선함을 듬뿍 담은 미래도시 연출과는 달리, 사실 극의 서사는 이미 기존 할리우드 액션물에서 내리 봐오던 흐름이다. 어떠한 이유로 인해 기억이 상실되고, 우연한 계기로 자신을 향한 고찰이 시작되고, 그리고 결국 정체성을 찾아간다는 익숙한 일련의 과정들을 밟아간다. 하지만 ‘공각기동대’는 무한한 상상력의 결과를 화려한 기술로 접할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꽤 흥미로운 작품이다. 29일 개봉.

/fnstar@fnnews.com fn스타 이예은 기자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