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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훈의 힙합읽기] ‘아쿠아맨’…빈지노도 어장관리를 당했을까?



[유지훈의 힙합읽기] ‘아쿠아맨’…빈지노도 어장관리를 당했을까?
결혼정보회사 듀오는 2009년 ‘어장관리’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500여 명 가운데 50.3%에 해당하는 사람이 “어장관리에 당해본 적 있다”고 답했죠. 방법에 대해서는 ‘여지를 남기는 멘트 사용’을 1위로 꼽았으며, 뒤를 이어 ‘꾸준한 전화, 문자 연락’, ‘정기적인 데이트’ 순이었습니다. 한국 사람의 절반은 한 래퍼의 사랑 노래에 공감할 겁니다.

‘아쿠아맨’은 빈지노의 EP앨범 ‘24 : 26’의 네 번째 트랙입니다. 프로젝트 팀 재지팩트(JazzyFact)로 인지도를 쌓은 그는 이 앨범을 통해 다시 한 번 대세 래퍼임을 증명했죠. 돈, 죽음, 방황, 욕심 등 무거운 주제를 자신만의 이야기로 풀어내는 능력을 가감 없이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아쿠아맨’에는 어장관리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한 남자의 고민이 담겨 있습니다.

[유지훈의 힙합읽기] ‘아쿠아맨’…빈지노도 어장관리를 당했을까?


A는 어항 속 고기들과 자신을 비교합니다. 그리고 “어쩌면 내가 더 멍청할지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이유는 최근 짝사랑하게 된 B 때문이었습니다. B는 때때로 A에게 관심을 보였습니다. 예상치 못한 순간 문자와 전화를 하며 끊임없이 A를 들었다 놨다 했죠. A는 혼란스러웠습니다. B는 분명 아름다운 미모를 가지고 있었고 스스로를 꾸밀 줄도 알았습니다. 때문에 그를 좋아하는 사람은 많았습니다.

수많은 남자들과 경쟁하게 된 그는 B의 SNS에 집중합니다. 그녀의 페이스북에는 자신과 비슷한 상황에 놓인 남자들이 글을 올리고 있었습니다. A는 주도권을 가져가기 위해 쿨한 면모를 보이지만 이 역시도 ‘쿨한 척’일 뿐입니다. 이성을 되찾은 A는 그녀의 SNS에 글을 남긴 남자들에게 동질감을 느꼈습니다. 그들 역시 B가 만든 어항에 갇힌 물고기였습니다.
[유지훈의 힙합읽기] ‘아쿠아맨’…빈지노도 어장관리를 당했을까?


A의 마음은 두근거렸습니다. B가 갑자기 전화해 “어디 있냐”고 물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집”이라고 말한 그의 심장은 점점 더 빠르게 뛰기 시작했습니다. 통장 잔고, 그녀와의 데이트에 입고 나갈 옷을 하나씩 체크했습니다. 모든 준비를 끝낸 그는 B의 답을 기다립니다. 하지만 그녀는 데이트를 신청하지 않았습니다. 김이 빠진 A, 이제 이성적으로 상황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B와의 지지부진한 관계를 정리하는 것이 옳다고 결정했습니다.

[유지훈의 힙합읽기] ‘아쿠아맨’…빈지노도 어장관리를 당했을까?


큰 결심을 한 A는 B에게 그동안의 설움을 털어놓습니다. “넌 내가 상처 받는 거 신경도 안 쓰잖아”라고 쏘아붙였죠. 하지만 B는 당당하게 “널 가지고 논 적 없다”고 말합니다. A는 자신의 외모를 이용해 남자들의 마음을 이용했던 B에게 “너의 얼굴과 몸이 영원 하겠냐”고 비난합니다.

[유지훈의 힙합읽기] ‘아쿠아맨’…빈지노도 어장관리를 당했을까?


타인의 마음을 얻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호감을 사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상대의 취향에 맞춰 변화를 꾀하기도 하죠. 이를 지켜보는 상대방은 어떤 생각을 할까요. 순정만화였다면 이 모습에 호감을 가지고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어갈 겁니다. 하지만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현실은 다릅니다. 만약 어장 속을 헤엄치고 있는분이 있다면 뭍으로 나와보세요. 바깥 세상에는 매력적인 이성이 정말 많답니다.

fnstar@fnnews.com fn스타 유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