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고 배터리 생산
전체 공정 100% 자동화, 7년간 100만대 수주 확보
1공장 풀가동 체제 운영
내년 하반기 2공장 가동땐 글로벌 톱 배터리기업 진입
충남 서산오토밸리에 위치한 SK이노베이션 서산배터리공장에서 글로벌 고객사에 납품될 전기차 배터리들이 자동화 라인을 통해 생산되고 있다.
【 서산(충남)=최갑천 기자】"모든 자동차가 우리 배터리로 달리는 그날까지, 휘발유를 대체하는 그 순간까지, SK 배터리팀은 계속 달립니다. 나도 같이 달리겠습니다."
지난달 27일 찾은 SK이노베이션 충남 서산배터리 공장의 대회의실 한쪽 벽에 최태원 회장이 직접 쓴 액자 속 글귀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김진영 서산배터리공장 공장장(상무)은 "최 회장이 대전연구소 방문 당시 쓴 글인데 2012년 배터리공장을 가동하면서 공장으로 가져왔다"며 "공장 직원들이 글로벌 배터리 기업으로의 도약을 목표로 하루하루 자부심을 갖고 일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산오토밸리에 위치한 서산배터리 공장은 석유기업에서 탈피하려는 SK이노베이션의 사업다각화 프로젝트의 전초기지다. 실제로 이날 둘러본 서산공장은 2018년 이후 7년간 100만대 규모의 수주물량을 확보해 놓을 만큼 최고 수준의 품질과 안전성을 앞세워 글로벌 톱 배터리 제조사의 꿈이 영글고 있었다.
■연구시설같은 배터리공장
현재 가동 중인 서산배터리 1공장은 200m 남짓한 일자형 생산라인으로 구성됐다. 특히 서산공장은 배터리 소재들인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을 결합하는 전극 공정을 시작으로 조립과 화성(전해액을 주입해 전기적 성질을 부여하는 공정)을 거쳐 완성품인 팩까지 생산하는 일괄생산 체제가 돋보였다.
전체 공정은 100% 자동화로 진행됐다. 그래서인지 공장 바닥은 티끌 하나 찾아볼 수 없었다. 소음도 거의 없어 연구개발(R&D) 시설에 온 것 같은 착각마저 들었다. 현장 직원들은 개별공정 시스템을 관리하거나 불량검사, 팩 조립 등 일부 공정에만 투입됐다.
신동석 배터리품질보증팀 대리는 "외부 자극에 민감한 전기제품 특성상 티끌 하나가 불량품으로 이어질 수 있어 작업장 환경을 최우선으로 관리하고 있다"며 "일부 공정은 반도체 공정에 못지않은 100~1000클래스(class) 수준까지 유지할 정도"라고 말했다. 100클래스는 1세제곱피트(0.028㎥) 안에 100개 이하의 먼지수를 유지하는 것이다. 보통 의약품 제조공장이 1만클래스 수준이다.
이날 1~3라인으로 구성된 1공장 생산라인에서는 다임러와 기아차 등 주요 고객사에 납품할 전기차 배터리들이 쉴 새 없이 생산 중이었다.
신동석 대리는 "서산공장의 또 다른 경쟁력은 주력제품인 기아차 '쏘울EV'를 비롯해 국내외 다양한 고객사들이 요구하는 배터리 셀을 맞춤형으로 빠르게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올해도 글로벌 신형 전기차에 탑재될 배터리들이 대거 생산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세계최고 비결 '전수조사'
서산공장이 가동 5년 만에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잇단 수주를 따낸 데는 '전수 품질조사'라는 혹독한 품질관리도 숨어있다.
김태현 배터리생산지원팀장은 "공정마다 카메라, 검사기 등으로 실시간 품질검사가 가능한 '인라인 시스템'을 도입, 불량률 제로에 도전하고 있다"며 "여기다 제품을 출하한 후 사고가 나더라도 셀 제조 시기·방법 등을 배터리 팩의 바코드를 통해 추적할 수 있는 '셀 추적시스템'도 갖춰 사후 제품관리까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임러 외에도 유럽 굴지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 미국 메이저 완성차 업체와도 배터리 공급 협의를 하고 있다"며 "배터리 공급까지 고객사들이 보통 일곱 번은 공장을 방문하는데 한결같이 생산라인의 청결도와 자동화에 깊은 인상을 받고 간다"고 자랑했다. 그러면서 "서산공장은 국내 완성차업체가 분기마다 평가하는 품질조사지수에서 경쟁사들을 압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2공장 증설 순항…글로벌 톱 메이커 '눈앞'
SK이노베이션은 올 초 베이징 배터리팩 공장(BESK) 가동이 중국 정부의 보조금 규제로 중단되는 위기에도 서산공장은 풀가동 체제로 운영 중이다. 그동안 SK이노베이션은 서산공장에서 생산한 배터리 셀을 베이징 팩 공장에 공급해 베이징자동차 등에 공급해 왔다.
김진영 공장장은 "베이징공장이 보조금 이슈로 가동이 중단됐지만 국내외 다른 고객사 물량으로 대체가 가능해 서산공장 가동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며 "'선수주·후투자' 방식의 배터리 사업전략도 우리 기술력과 제품이 글로벌 고객사들로부터 인정받은 증거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내년 하반기에는 글로벌 톱 배터리기업이라는 목표에 성큼 다가선다. 현재 서산공장은 4~6호 라인이 들어서는 2공장 공사가 한창이다. 메인 건물의 철골 공사가 막바지단계로 25%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4~6호기가 완공되면 현재 연간 1.1GW(4만대) 규모인 생산능력이 3.9GW(14만대)로 대폭 늘어난다.
4호기는 내년 1월 시험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2공장의 규모는 1공장과 비슷하지만 고도화 공정을 도입해 생산능력은 3배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다.
김진영 공장장은 "2공장 건설은 한 치 오차 없이 계획대로 진행 중"이라며 "내년 하반기 2공장이 가동되면 곧바로 세계 톱 배터리업체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cgapc@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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