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CF에 나오듯 공유에게 세상에서 가장 작은 카페가 있다면, 가수에겐 팬들만 알고 있는 은밀한 카페가 있답니다. 타이틀곡만 소비되고 빠르게 사라져버리는 요즘, 알고 보면 다양한 재료로 훌륭한 조합을 이뤄낸 명곡이 많거든요! 미처 알지 못했던 수록곡의 비밀스러운 레시피를 파헤쳐드립니다. <편집자주>
05. 스누퍼 네 번째 미니앨범 ‘아이 워너?(I Wann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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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줄게’‘‘남자와 소년의 경계’는 요즘 남자 아이돌 그룹이 가장 자주 사용하는 클리셰다. 각 잡힌 군무와 상큼발랄한 매력을 동시에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점점 성숙해져가는 모습을 보여주며 성장을 정의하기에도 딱 좋은 콘셉트다.그룹 스누퍼도 그렇다. ‘쉘 위 댄스(Shall we dance)’로 귀여운 소년미를 장착하고 데뷔한 스누퍼는 여러 변화를 시도하며 색깔을 구축해나는 중이다. ‘지켜줄게’로 레트로 감성을, ‘너=천국’으로 청량한 매력을 드러낸데 이어 ‘잇츠 레이닝(It's raining)’부터 점차 성숙해지기 시작했다.최근 발매한 네 번째 미니앨범 ‘아이 워너?’부터는 좀 더 분명한 분위기 변신을 시도했다. 이번 앨범은 ‘백스테이지’와 ‘스테이지’, 상반된 두 버전으로 구성됐는데, 이런 반전매력으로부터 나오는 스누퍼의 성장은 타이틀곡 ‘백허그(Back:Hug)’뿐만 아니라 수록곡에서도 느낄 수 있다.특히 네 번째 트랙 ‘해줄게’는 스누퍼가 처음으로 시도하는 재즈 알앤비 장르다. 데뷔 때부터 함께하던 스윗튠이 아닌, 로얄플러시와 손을 잡은 곡이기도 하다. 익숙함에서 탈피해 새로운 매력을 담았다는 말이다. 지금껏 스누퍼가 보여준 발랄함이 무대 위에서 방긋방긋 웃는 모습이나 강아지 같은 귀여움이었다면, ‘해줄게’에서는 달콤한 소년미를 느낄 수 있다.
◇ 레시피: 시원하고 달콤한 아이스 바닐라 라테아메리카노를 잘 마시지 못하는 사람들이 주로 선택하는 커피는 바닐라 라테가 아닐까. 여기에도 에스프레소가 한두 샷 정도 들어가지만, 투명한 바닐라 시럽이 들어간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시럽을 한 펌프 한 펌프 넣을수록 에스프레소의 쓴 맛은 달콤함으로 중화된다. 고소한 우유까지 더해지니, 못 먹는 사람을 찾기가 힘들다.친숙한 멜로디로 구성된 ‘해줄게’는 이처럼 커피를 마시지 못하는 사람들도, 좋아하는 사람들도 즐겨 찾는 바닐라 라테와 같다. ‘그대가 원하는 남자가 돼 줄게요’ ‘정말로 멋진 하루가 돼 줄게요’ 등 마음에 살랑살랑 봄바람이 스민 듯한 가사는 달콤함을 더한다.게다가 이 음료는 따뜻하게 마실 때와 시원하게 마실 때, 그 맛이 조금은 다르게 느껴진다. 귓가를 간질이는 멤버들의 부드러운 목소리와 산뜻하면서도 리드미컬한 멜로디는 얼음을 동동 띄운 아이스 바닐라 라테로 제격이다.더 나아가 어린 시절, 커피는 왠지 어른의 음료 같았다. 부모님도 커피에 손을 못 대게 하셨다.
스누퍼의 이미지가 스무디나 에이드 같은 논커피 음료였다면, ‘해줄게’는 이제 스누퍼가 ‘커피’라는 어른의 영역으로 넘어왔다는 걸 알려주는 곡이다.물론 해당 앨범에는 ‘내 여자의 여우짓’ 같이 기존의 발랄함을 내세운 곡도 수록되어 있다. 그렇지만 ‘해줄게’는 스누퍼가 사랑스러운 무드도 연출할 수 있음을 보여줬기에 더 흥미로운 곡일 수밖에. 포근한 날씨와 어울리는 달콤함을 듬뿍 담아낸 스누퍼가 앞으로 어떤 베리에이션으로 또 어떤 맛을 보여줄지 자꾸만 입맛을 당긴다./lshsh324_star@fnnews.com 이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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