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 이후 단절됐던 노사정 협의채널이 다시 열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노사정 채널인 '대통령 소속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노사정위)'는 박근혜정부의 일방적 노동개혁 추진에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노총)이 반발해 탈퇴하면서 현재 식물위원회로 전락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고용문제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중요시하는 형태로 정책방향을 전환하면서 한노총의 노사정위 복귀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다만 한노총은 새 정부의 노사정위 개편방안을 본 뒤 복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노사정위 운영체계 개편 가능성은 크다. 새 정부의 일자리정책 '컨트롤타워'이자 노사정 경제 협의 채널인 '일자리위원회'가 새로 출범하면서 노사정위의 역할 조정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노총 관계자는 17일 "현재와 같은 노사정위 운영 체계에 있어서 복귀 여부를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며 "다만 새정부에서 노사정위 운영체계 개편이 이뤄질 경우에는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 "기존의 노사정위는 한쪽으로 기울어진 추라고 볼 수 있다"며 "균형이 바로잡히면 사회적 대화를 거부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노사정위는 1997년 말 외환위기 후 노사정 간 사회적 대화와 타협으로 이를 극복하기 위해 설치된 사회적 기구로, 1998년 1월 5일 출범했다. 한노총은 정부의 일방적 노동개혁 추진에 반발해 지난해 1월 '9.15 노사정 대타협' 파기 선언과 함께 노사정위를 탈퇴했다. 한노총 탈퇴 후 노사정위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다.
이에 따라 노사정위 운영체계 전반에 대한 개편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근로시간 단축 등 그동안 노사정위 핵심 논제 등은 일자리위원회에서 다뤄질 가능성이 크다.
문 대통령은 대선 공약에서 민간부문 고용창출을 위한 핵심 정책으로 노동시간을 단축해 일자리 50만개를 만들겠다고 했다. 주당 68시간인 노동시간을 52시간으로 축소하는 방안은 일자리위원회 논의 안건인 셈이다.
현재 주당 근로시간은 근로기준법상 52시간(주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이다.
하지만 고용노동부의 1주에 '토요일과 일요일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행정지침으로 휴일근로까지 포함, 최장 68시간을 일할 수 있다
한편 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의 노사정위 복귀는 여전히 요원하다. 민노총은 지난 12일 '노·정 교섭' 제안 기자회견에서 "노사정위는 노동계의 일방적 양보를 전제로 정부 정책수단을 관철하는 기구로 변질된 지 오래"라면서도 "노정교섭을 통해 노동 개혁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확인하는 등 사회적 대화기구 제안이 오면 내부 논의를 거쳐 참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민노총은 지난 1999년 타임오프제 등에 반발해 노사정위에서 탈퇴했다.
ssuccu@fnnews.com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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