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부) 반려동물산업 해외 선진사례에서 배운다 1.유기동물보호소
독일동물보호연합이 동물보호소 700곳 운영, 여길 통해서만 입양 가능
입양 안된 동물들은 보호소서 복지 누리며 생활
영국도 안락사는 최후 수단
배터시 독스앤캐츠홈 연간 7000여마리 보살펴
동물권 위한 캠페인도 진행
동물반려인구 1000만명 시대를 맞아 이제 반려동물은 인간에게 즐거움을 주는 애견의 존재를 넘어서서 함께 삶을 살아가는 동반자가 됐다. 그러나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부족해 유기 및 학대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와 일부 민간동물보호단체 등을 중심으로 유기동물을 보호하는 유기동물보호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개선해야 할 문제점이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파이낸셜뉴스는 국내 유기동물보호소 실태와 해외 선진사례를 조명하고 개선방안을 알아본다.
독일 베를린 유기동물보호소 '티어하임 베를린'은 최첨단 시설을 갖추고 유기동물 안락사 '제로'를 실천하고 있다. 유기반려동물을 위한 각종 시설을 갖춘 티어하임 베를린 내부.
■한국, 열악한 보호시설에 안락사율 20% 넘어
22일 동물보호단체 등에 따르면 현행 동물보호법상 유기동물 관리는 지방자치단체 소관이다. 하지만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는 유기동물보호센터는 2015년 기준 전국적으로 28곳에 불과하다. 민간 위탁보호소도 279곳으로 2014년(343개)보다 22.9% 줄었다.
동물보호센터로 보내진 유기동물들은 일정기간 내 입양되지 못하면 안락사하게 된다. 2015년 한해 동안 발생한 유기동물은 8만2000여마리다. 이 중 입양이 이뤄진 유기동물은 32%에 그쳤다. 동물보호센터의 열악한 관리 및 시설도 문제다. 특히 사설보호단체 같은 경우 유기견 유치와 보호, 정책적 지원 등에 대한 규정이 없어 보호.관리환경 악화 등 각종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동물복지 수준이 높은 미국, 일본, 유럽 등에서도 동물 학대와 유기는 빈번하다. 하지만 국가 차원에서 유기동물 보호가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동물 학대에 대한 처벌도 강화하는 추세다.
■독일 티어하임 보호소 안락사 '제로'
독일 베를린에 있는 유기동물보호소 티어하임 베를린(Tierheim Berlin)은 최고의 시설과 함께 가장 선진적인 동물복지 시스템을 갖췄다. 이곳에서는 의료적으로 가망이 없는 불가피한 상황을 제외하면 안락사가 없는 '노 킬(no kill)' 정책을 고수한다. 이는 독일 정부가 동물보호법 등의 강력한 법을 제정하는 등 동물복지에 대한 인식 자체가 높아서다. 독일에서는 반려동물 매매가 법적으로 금지돼 있으며 보호소를 통한 입양만이 가능하다. 독일 전체로 90%의 동물이 입양되고 입양되지 않는 10%는 보호소에서 복지를 누리며 살아갈 수 있다. 동물보호소는 대부분 독일동물보호연합이라는 단체에서 운영하며 독일 전역에 700개의 지소가 있다.
티어하임은 동물복지에 초점이 맞춰진 곳이다. 이곳에는 개, 고양이는 물론 토끼, 새, 원숭이 등 여러 종류의 동물 1500여마리가 생활한다. 동물들이 행동장애를 보이면 행동교정을 통해 입양을 돕는다. 동물입양 절차도 까다롭다. 가족 중 한명이라도 입양에 반대하면 입양을 할 수 없다. 입양 전에 일정 기간 보호소를 수차례 방문해 동물과 충분히 교감하도록 한다. 입양한 동물을 제대로 돌볼 수 있는지 평가하는 입양 자격 테스트를 실시해 입양을 신중하게 결정할 수 있도록 한다.
■동물권 향상 앞장 영국 배터시 독스앤캐츠홈
독일과 함께 가장 오래된 동물보호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영국에서도 동물 유기문제가 사회문제로 등장해 있다. 여러 웹사이트나 펫숍을 통해 동물을 사고팔 수 있을 뿐 아니라 유기문제도 무시할 수 없는 추세다.
하지만 영국의 유기동물 보호소는 체계적으로 운영되며 안락사는 최후의 수단으로 여겨진다. 영국에서 가장 오래된 배터시 독스앤캐츠홈(Battersea Dogs & Cats Home)은 1860년 홀로웨이에 '길 잃은 굶주린 개들을 위한 임시보호소'로 설립됐다. 현재 런던과 올드윈저, 브랜즈해치에 자리잡고 있다. 이곳에서는 연간 7000여마리의 동물이 보살핌을 받으며 입양을 기다리고 있다. 보호소마다 400여명의 직원이 다양한 분야에서 보살핀다. 또 120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유기동물의 사회화 활동은 물론 청소, 행정업무, 교육 등을 돕는다.
배터시 독스앤캐츠홈에서는 회복이 불가능하거나 공격적인 성향으로 인해 입양처가 없는 경우를 제외한 모든 상태의 동물들을 받아들인다. 건강이 좋지 않은 동물들은 보호소 내 클리닉에서 치료를 받게 되며 성향에 따라 격리를 통해 안정을 돕는다.
정부와 함께 동물보호 강화 법안도 추진 중이다.
명견관리법안 철폐, 동물학대 처벌 강화, 퍼피밀 금지, 동물 생산 및 판매업 관리 강화, 반려견 마이크로칩 의무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한 각종 캠페인도 진행한다.
한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는 "국내 사설 유기동물보호소는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 없이 자원봉사자와 후원금 등으로 자체적으로 운영하다보니 운영 자체가 정상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조기교육을 통한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동물법을 강화해 동물 유기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지금 당장은 보호시설에 대한 관리규정 및 제도적 기반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반려동물전문기자■제보를 받습니다 반려동물 특별취재팀 pet@fnnews.com 페이스북 www.facebook.com/fnpet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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