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

[fn★인터뷰] ‘아름다운’ 배우 이하늬로 산다는 것



[fn★인터뷰] ‘아름다운’ 배우 이하늬로 산다는 것
건강한 몸을 유지하는 것도 어렵지만, 건강한 정신을 만드는 것도 어렵다. ‘마음가짐’이라는 게 좀처럼 되지 않는 일이기 때문이다.배우 이하늬처럼 산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대부분의 대중들은 이하늬의 건강한 에너지가 저절로 생겨난, 혹은 선천적으로 품고 있던 것이라 생각한다. 사실 이하늬는 자신의 삶을 아름답게 가꾸기 위해 부단한 노력하고 있는데 말이다. 그는 겉치장이 아닌 내면을 들여다보며 ‘진짜’에 집중한다.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역적’에서 이하늬가 연기한 장녹수 역시 그렇다. 장녹수는 연산의 후궁이자, 창기로서 왕의 후궁이 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간 장녹수는 미모와 교태로 연산을 사로잡은 요부로, 희대의 악녀로 그려졌다. 하지만 이하늬의 장녹수는 달랐다. 특별했다기보다 장녹수가 지닌 아름다운 재능에 집중했고, 그 결과 ‘예인’ 장녹수가 탄생했다.“‘역적’의 녹수는 다른 포인트가 있어서 매력을 느꼈어요. 궁에 들어가 권력을 쥐기까지 무수한 일과 선택의 기로가 있었을 것이고, 악한 요소를 가지게 되기까지의 과정이 있을 텐데 그걸 이해하다보니 ‘여자로서 그럴 수 있겠다’ 싶었어요. 개척해나가는 신여성에 가까운 인물이죠.”이하늬의 말에 따르면 사학을 전공하거나 부전공했던 작가와 감독 덕분에 드라마의 역사관은 분명했다. 절대 역사를 왜곡하지 않되, 그 안에서 새로운 시선을 찾자는 것이다. 모든 배우들에게 ‘조선왕조실록’을 꼭 읽으라고 권유하기도 했다. 덕분에 탄탄한 배경의 ‘역적’ 속 장녹수는 ‘역대급’이라는 호평을 받았다.“지금 사랑하는 여자가 가장 사랑하는 여자라고 하잖아요. (웃음) 시청자 분들이 상대평가가 아닌, 절대평가를 해주신 것 같아요. 전 캐릭터를 연구할 때 전사를 꼭 쓰는데, 작가님이 이미 훌륭한 전사를 깔아주셨어요. 제가 그걸 하나하나 밟아 가면 저절로 녹수가 되어가는 과정을 걷고 있는 거였어요. 이 과정을 그린 게, 시청자들이 다르게 느끼셨던 포인트 같아요.”

[fn★인터뷰] ‘아름다운’ 배우 이하늬로 산다는 것
이하늬가 해석한 장녹수는 주체적으로 여성성을 드러내고, 예술적인 감각을 펼치는 ‘예인’이었다. 기생으로서 가진 예체능적인 부분에 중점을 뒀기에, 촬영 몇 개월 전부터 어떤 춤이 어울릴지 그리고 어떤 걸 준비할 수 있을지 수많은 회의를 거쳤다.이하늬는 “제작 환경상 70~80% 만족에서 그쳐야 한다”고 했지만, 또 “가채와 의상으로 인해 수면제를 먹지 않으면 잠이 안 올만큼 극심한 고통을 느꼈다”고 했지만, 그가 보여준 국악은 몰입도를 높이기에 충분했다. 특히 이하늬는 국악을 전공하고 가야금을 연주하는 ‘국악인’이었기에 실력은 두말할 것도 없었다.“다 보여줬으니 이제는 깔 패가 없구나 생각도 들었어요. (웃음) 사실 많이 아꼈던 부분이었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연기에 대한 생각도 많이 바뀌기도 했고, 이번에는 사활을 걸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감독님을 신뢰했거든요.”이하늬는 변화에 대해 이야기했다. 20대에서 30대, 그리고 미(美)를 바라보는 기준에 대해서 말이다. 이는 가치관과 함께 그의 연기관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극중 저를 움직이게 한 가장 큰 동기는 분노에요. 사또에게 저를 데려간 사람이 어머니라는 걸 잊을 수 없다고 하죠. 실제로도 20대의 분노는 큰 에너지가 되는 것 같아요. 30대가 돼서는 에너지원이 바뀌죠. 달라져야 하는 것 같아요. 20대 때에는 불마차 같이 달려도 데미지가 있는지 모르고 달렸거든요? 30대가 되니 신체적인 한계도 크고, 좀 더 슬로우템포가 되는 것 같아요.”천천히 가는 것에 대해 두려움이 없는 이하늬였다.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가 ‘행복’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생각이었다. 그가 말하길, 분노와 우울로 삶을 채우기에는, 나이를 먹을수록 화나고 슬픈 일들이 켜켜이 많아지기 때문에 자신의 삶에 절대 만족할 수 없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라는 말처럼, 딱 이하늬의 현명함을 느낄 수 있었다.
[fn★인터뷰] ‘아름다운’ 배우 이하늬로 산다는 것
“선한 파장이 있어야 주변 사람들에게도 전달되는 것 같아요. 지금도 이렇게 다같이 숨을 나누고 있듯, 여러 숨이 모여서 삶이 되는 거잖아요. 악역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그 사람이 아파하면 내 슬픔으로 받아들이는 거죠.”‘철학자 같다’고 말하기에는 너무 거창하지만, 확실히 이하늬는 자신의 마음가짐과 생각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이렇게 내면을 가꾸는 면모는 이하늬가 뿜어내는 아름다움의 원천이었다.“기생 역할 섭외도 몇 번 왔었는데, 저한테 그런 건 아픈 부분인 것 같아요. 저의 선생님은 실제로 국악을 하기 위해 그런 길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어두운 면을 지니고 계시고, 저도 그걸 알고 있는데 제자라고 하면서 그 역할을 하는 게 좀 아닌 것 같았어요. 역할을 거절해서 저를 거의 안보다시피하는 감독님들도 계신데, 그때 저는 그게 정직하다고 믿었고 그게 저였어요.”현재 이하늬의 마음은 한층 열린 상태다. 좀 더 실질적인 가치를 지니는 것들을 돌아보게 된 것이다. 그는 “그게 또 달라진 나”라며 스스로를 받아들였다.“마음의 아름다움에 대해 생각해요. 미스코리아 대회 나가면서도 사람들이 ‘아름답다’고 하는 것, 그게 뭘까 하는 궁금증이 있었어요. 가죽에 대한 이야기는 그만하고 싶어요. 좀 더 한국적인 것들에도 관심을 가졌으면 하고요. 대중문화를 하는 사람이지만, 한국적인 것들을 해왔던 사람으로서 책임감이 있는 것 같아요. 자국의 문화에 대한 자존감이 높을수록 뿌리가 깊어지고 유니크해진다고 생각해요.”그렇다고 이하늬가 진지하기만한 사람은 아니었다. 부지런히 움직이며 불같은 열정을 태우는 면도 있었다. 그는 어디선가 들었다던 말 “본업은 취미처럼, 취미는 본업처럼”을 언급하며, 요즘에는 민화를 배우고 싶다고 했다. 취미가 없다면 재미없게 살고 있다는 느낌이란다.“이하늬로 사는 기분이 어떠냐고요? 빡세죠. (웃음) 그런데 감사함이 커요. 슬럼프를 오래 겪었거든요. 웃으면서 내색을 안 하지만, 어디에다 토해내고 싶은 곳이 없어서 답답한 때였어요. 쉬는 시간도 필요한 것 같아요. 몸이 아프면서 더 느꼈죠. 건강에 자신이 있는 편인데, 3년 전인가 방송과 공연을 병행하면서 쓰러졌었거든요. 그때 모든 일정이 취소되면서 많은 걸 배웠어요. 배우가 몸으로 연주를 하는 사람이라면, 악기를 조율하듯 건강한 상황을 만들어야겠구나. 직무유기를 저지른 것 같아 죄책감이 너무 많이 들었어요.”긍정적인 기운이 넘치는 만큼, 열도 많고 우울감도 센 사람이 이하늬다.
그래서 그는 ‘어두운 에너지들을 얼마나 건강하게 전환시키냐’를 삶의 화두로 뒀다. 좋은 사람이 돼야 좋은 배우가 될 수 있다는 소신 때문이다. 이하늬는 그 길을 여전히 찾아나서는 중이다.“매해 저에게 ‘최선을 다해 임할 수 있을 것인가’ 물어봐요. 이번 해에는 그 대상이 ‘역적’이었고요. 풀파워로 하지 않으면, 98%여도 소용이 없어요. 몸을 내던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정말 힘들지만 고된 만큼 엄청난 보람이 있는 것 같아요.”

[fn★인터뷰] ‘아름다운’ 배우 이하늬로 산다는 것
/lshsh324_star@fnnews.com 이소희 기자 사진=김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