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를 자신의 시대로 만들며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의 대중을 단숨에 ‘브리트니’의 세계로 초대한 그녀,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드디어 한국을 물들이기 위해 등장했다. 그녀를 둘러싼 일련의 사건과 뜸해진 활동 탓에 ‘한물간 디바’라는 꼬리표가 붙기도 했지만 무대 위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보여준 건재함은 결코 녹슬지 않았다. 세월이 흐름과 동시에 반짝거렸던 활동적인 몸짓은 연해졌지만 대신 진하게 풍기는 노련미와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가 남았다.
10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동 고척스카이돔에서 미국의 팝 가수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첫 내한 공연, ‘브리트니 라이브 인 서울 2017(BRITNEY LIVE IN SEOUL 2017)’이 개최되어 국내 팬들과 함께 했다.
이날 고척스카이돔 앞은 다양한 연령층의 관객들과 다국적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특히 일부 팬들은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무대 의상을 모티브로 삼아 코스프레했고 각종 응원도구를 준비해 그녀를 향한 애정을 오롯이 느끼게끔 했다. 또한 남녀노소 불구한 많은 팬들은 브리트니의 음악을 크게 틀어놓거나 춤을 추며 공연을 향한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주최 측의 진행이 계속해서 지연되는 탓에 본래 예정됐던 시작 시간인 8시를 훌쩍 넘겨 8시 20분부터 무대의 막이 올랐다.
이러한 잡음을 지우겠다는 듯 압도적인 오프닝과 함께 등장한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Work bitch‘를 시작으로 팬들을 열광케 했다. 그녀는 첫 곡이 끝나고 열기가 채 가시기도 전에, 수많은 대형 히트곡 메들리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Toxic‘에 버금가게 국내에서도 큰 사랑을 받았던 'Womanzier'의 무대가 시작된 순간, 관객들은 일제히 환호했다. 공연 도중 돌출무대로 등장해 팬들과의 첫 눈맞춤에 나서더니 ’What's up Seoul‘을 외치며 폭발적인 팬들의 사랑에 화답했다. 이후 'Hit me'에서 'Oops‘로 이어진 무대에서 붉은 천과 붉은 조명을 이용한 관능적인 퍼포먼스는 농밀함 그 자체였다.
이어진 무대에서는 과거, 많은 소녀들을 춤으로 이끌었던 'Me Against' 'Gimme more'부터 'Scream&Shout' 'Boys' 'Come Over' 'Missy mix' 'Get Naked Transition' 'Slave 4 U' 'Make me Ooooh' 'Freakshow' 'Do Something' 'Circus' 'If you seek Amy' 'Breathe on me' 'Touch Of My Hand' 'Toxic' 'Stronger' 'Crazy’, ‘World Ends' 까지 단 한순간도 쉴 틈 없이 휘몰아쳤다.
수많은 히트곡들과 함께 팝 역사의 크나큰 일부가 된 그녀는 자신의 건재함을 증명하듯 모든 세트리스트를 누구나 알 만한 댄스곡으로 가득 채웠다. 24곡 이상의 곡들이 빠른 템포로 이루어진 어마어마한 세트리스트였지만 브리트니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비록 라이브가 아닌 립싱크로 채워진 무대라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으나 대체할 수 없는 댄스 퍼포먼스와 꼼꼼한 서사를 갖춘 공연으로 관객들을 휘감기에는 충분했다.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브리트니는 더욱 깊어진 섹시함을 선보였다. 세계적으로 반향을 일으켰던 ‘Do something'의 공연이 시작될 때는 관객들의 떼창을 들을 수 있었다. 흥을 주체하지 못한 일부 관객들을 함께 뛰며 춤을 추기도 했다.
특히 ‘Freakshow' 무대에서는 한 남성 관객을 위로 올려 함게 무대를 연출했다. 마치 남성을 개처럼 다루고 조종하며 제압하는 파격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였고 이에 남성 관객도 재치 있게 응답하며 관객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다. 무대가 끝난 뒤에는 그에게 “최고의 댄서였다”는 극찬과 함께 싸인을 건네는 팬서비스까지 잊지 않았다.
무엇보다 국내에서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명성을 가장 뜨겁게 알렸던 ‘Toxic'은 최고의 히트곡답게 아마존 전사를 연상케 하는 웅장한 백댄서들의 몸짓으로 포문을 열었다. 이후 양갈래 머리와 붉은 란제리를 입은 브리트니가 등장해 기존의 노래가 지닌 빠른 리듬 대신 잔잔한 리듬으로 편곡해 무대 위 묘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마침내 본래의 리듬대로 진행된 순간, 가장 화려하고 강력한 퍼포먼스로 탄성을 자아내며 관객들을 쥐락펴락했다.
뿐만 아니라 객석을 비추는 다채로운 레이저 쇼, 갖가지 색과 빛을 이용한 조명, 의자, 대형 상자 등 갖가지 소품과 장치들을 활용해 훌륭한 무대를 선사했다. 더불어 가죽 의상부터 형광색 의상까지 다수의 의상을 재빠르게 갈아입으며 프로페셔널한 면모를 뽐냈고 ‘slumber party’에서 ‘touch of my hand’로 넘어가는 사이에 자신이 직접 헤어스타일을 바꿔 관객들의 환호성을 얻어내기도 했다.
중간 중간 짧은 시간을 마련해 관객들과의 대화에 직접 나서진 않았지만 무대 도중 국내 팬들을 향해 ‘함께 부르자’ ‘나와 놀자’ 등을 외치며 흥분감을 감추지 않았다. 이에 호응하듯 팬들은 'make me' 무대 시작 전, 스마트폰을 들고 환한 라이트를 켜고 브리트니를 밝게 비췄다.
남녀 백댄서들과 함께 펼치는 절도 넘치는 군무를 포함해 섹시함을 흠뻑 적신 강렬한 퍼포먼스, 그리고 느린 템포의 서정적인 곡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부르는 브리트니의 모습에서 그녀가 지닌 장악력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었다.
비록 원활한 행사 진행의 실패, 몇몇 관객들의 비매너 행태, 아쉽게 충족하지 못한 규모 등 콘서트를 둘러싼 일부 말들을 무시할 수는 없겠으나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펼친 그녀의 몸짓은 완벽했다.
한때 대한민국의 많은 소녀와 소년들이 그녀의 노래에 맞춰 춤을 췄고, 거리에는 그녀의 수많은 명곡들이 울려 퍼졌으며 지금의 우리에게는 추억의 한 공간을 선물했다. 음악과 무대라는 예술로 하나의 향수를 남긴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여전히 완전한 디바다. /9009055_star@fnnews.com fn스타 이예은 기자 사진 iMe KORE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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