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값 하루가 다르게 올라… 매물 없어요"
정부 부동산 대책 발표 기대 단기간 아파트 가격 급등.. 강남, 공급이 수요 못따라.. 전셋값 폭등에 월세.구매 등 주거 트렌드도 변하고 있어
"래미안 퍼스티지 매매는 지금 나와 있는 게 하나도 없어요. 집값이 오르니까 집주인들이 다 보류를 시켜놔서… 2주 전부터 조금씩 거둬들이더니 지금은 하나도 없네요."
-서울 반포동 M공인 관계자-
"집이 나와 있어서 문의했더니 집주인이 며칠 새 마음을 바꿔 안 판다고 한다. 소형 위주로 보고 있는데 방배동, 반포동, 인근 흑석동까지 매물이 씨가 말랐다고 한다."
-이사갈 집 찾는 30대 수요자-
서울의 아파트 가격 오름세가 계속되면서 강남권의 경우 거래 가능한 매물이 자취를 감췄다. 반포동 '래미안 퍼스티지'의 경우 2444가구 대단지임에도 현재 나온 물건이 단 1건도 없는 상황이다. 래미안 퍼스티지 전경.
■2000가구 이상 대단지에 매물 '0'개
지난 9일 파이낸셜뉴스가 돌아본 강남 주택시장은 매도자와 매수자 간 눈치싸움이 치열했다. 서울 강남구 반포동과 송파구 잠실동 등 대규모 아파트단지들이 밀집한 동네에서도 "매매할 수 있는 물건은 하나도 없다" "중대형은 있어도 소형은 정말 귀하다" "전화번호를 남기면 다음에 연락주겠다"는 대답만 들을 수 있었다.
새 정부 출범 후 더욱 가팔라진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매물의 씨를 말리는 상황을 만든 것이다. 게다가 정부가 이른 시일 내 부동산대책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나마 있던 매물도 자취를 감췄다.
반포동 '래미안 퍼스티지' 인근 M공인 관계자는 "집값이 강세를 보이면서 아예 올스톱된 분위기다. 정부에서 발표한다는데 그걸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래미안 퍼스티지는 2444가구 대단지인데도 단 1건의 매물도 없는 것이다.
인근 또 다른 B공인 관계자도 "래미안 퍼스티지는 아예 없다. 반포동에서 구하려면 아크로 리버파크에 물건이 있는데 그것도 몇 개 없고 전용 84㎡가 20억원을 넘어간다"면서 "조금 기다려보는 게 좋지 않겠냐"라고 조언했다.
■물건 씨 마르자 대기자 명부까지 등장
송파구 잠실동 대단지 아파트인 '잠실엘스'도 상황이 비슷했다. 전용 59㎡ 매매 물건을 찾는다는 말에 C공인 관계자는 "매매로 나온 게 딱 2개 있는데 10억9000만원이고 11억원"이라면서 "그나마 저층이라서 물건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잠실엘스는 총 5678가구 중 1150가구가 전용 59㎡다. 이 관계자도 "꼭 엘스를 고집하는 게 아니면 건너편 '트리지움'에 10억2000만원에 나온 물건이 딱 1개 있다. 빨리 결정하라"고 말했다.
이 밖에 강남구 잠원동 일대에서는 매물이 없는 현상이 계속 이어지면서 공인중개업소마다 대기자 명부가 만들어졌다. 삼성동 '삼성 힐스테이트'도 1144가구 대단지이지만 현재 매물로 나와 있는 물건은 단 2개다.
■투자도 있지만 실수요 많다는 것 입증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철저한 수요·공급의 논리"라고 입을 모았다. 서울의 경우 주택이 여전히 부족하고 그중에서도 강남은 특히 공급이 수요를 따라오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현재 단기간 내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니까 매도·매수자 간 괴리가 더 심해지는 것"이라면서 "매도자는 더 오를 것으로 판단해 매물을 회수하고, 매수자는 오른 가격에 부담을 갖는 시점이 됐다"고 분석했다. 박 전문위원은 "하반기에도 재건축.재개발 이주 수요가 많아서 전세시장은 여전히 불안할텐데, 이 중 일부가 매수로 전환할 경우 또 주택가격을 밀어올릴 수 있다"면서 "정부가 정책을 통해 집을 지금 꼭 사지 않아도 앞으로 집값이 더는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시그널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콘텐츠본부장은 지금의 아파트 가격 상승과 매물 부족을 투자적 관점에서만 보는 것은 곤란하다고 평가했다.
양 본부장은 "특히 서울은 대출규제나 전매제한 때문에 투자 수요가 들어오기 힘든 상황인데도 거래량이 자꾸 늘고 값이 오르는데 이건 그만큼 실수요가 탄탄하다는 것"이라면서 "전세 리스크가 커지면서 아예 월세 혹은 직접 구매로 나서겠다는 쪽으로 주거 트렌드가 변하고 있다. 시세차익을 위한 투자로만 봐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영진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지난 2014년 장이 안 좋을때 6억~7억원대에 멈춰 있던 아파트를 많이 추천했는데, 그때 안 사던 사람들도 지금은 같은 물건이 10억원대로 뛰었는데 사겠다고 나선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강남권에서 수요가 더욱 증가한 요인을 은퇴세대의 투자전환에서 찾기도 했다. 이 팀장은 "최근 들어 은퇴세대들이 상가나 꼬마빌딩 대신 아파트 임대사업을 통해 노후를 대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며 강남 아파트 매수에 적극 나서고 있다"면서 "이들이 반포나 잠원, 대치 등 수요가 일정한 곳 소형아파트를 2~3채씩 매입하는 바람에 가격이 많이 올랐다"고 말했다.
wonder@fnnews.com 정상희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