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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이주열 "경제상황 인식 같다"… 더 강해진 금리시그널

한은부터 달려간 경제부총리.. 1층까지 마중 나온 한은총재
1시간 넘게 배석자없이 회동 ‘10년지기 경제수장들’

김동연-이주열 "경제상황 인식 같다"… 더 강해진 금리시그널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13일 서울 남대문로 한국은행을 방문, 이주열 한은 총재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김범석 기자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13일 한국은행 방문은 상당히 이례적 행보로 평가된다. 문재인정부의 가장 시급한 현안인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처리를 요청하기 위해 취임식도 미룬 채 전날 국회를 방문한 데 이어 두 번째 외부일정으로 한은 방문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경제가 당면한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선 통화정책을 담당하는 한은과의 긴밀한 정책공조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실제 김 부총리와 이 총재는 이날 가계부채 급증세와 부동산 과열 등 경제상황에 대한 인식을 같이하고 통화와 재정의 '정책조합'을 통해 정책 효과를 극대화하기로 했다.

■3년 만에 한은 찾은 경제부총리

10년 전부터 가까이 지내는 사이로 알려진 두 사람은 이날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인사를 나눴다. 경제부총리가 한은을 직접 찾은 것은 지난 2014년 현오석 전 부총리 이후 3년여 만이다. 특히 두 사람은 배석자 없이 1시간10분여간 오찬을 함께 하며 다양한 경제 현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총재와 김 부총리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정책협의를 위해 손발을 맞춘 바 있다. 당시 김 부총리는 청와대 재정경제비서관, 경제금융비서관으로 근무했고 이 총재는 한은 부총재보였다.

김 부총리가 인사말에서 "한은은 우리 경제를 운용하고 이끌어가는 정말 중요한 기관"이라고 운을 띄우자 이 총재도 "부총리께서 그동안 쌓아온 지식과 풍부한 경험, 훌륭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중장기적 시계에서 일관성 있게 정책을 펴 간다면 분명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날 두 사람의 회동은 인사말 공개 후 비공개로 진행됐다.

그러면서도 이 총재는 "최근 우리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대내외 불확실성이 산적해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주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고, 통상환경도 녹록지 않다"며 "국내 상황을 보면 가계부채 증가세, 청년실업, 노동시장 이중구조 등 여러 구조적 문제가 산적해 있다"고 언급했다.

김 부총리는 회동을 마친 후 기자들에게 "격의 없이 국내 경제상황, 미국의 금리인상 등에 대해 여러가지 이야기를 많이 했다"면서 "경제 상황에 대해 인식을 거의 같이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회동 정례화 계획과 관련해선 "필요하면 정례화할 수 있고, 정례화보다 더 자주 만날 수 있다"고 답했다.

■재정.통화 '찰떡 공조' 이뤄질까

이날 회동에서는 가장 먼저 새 정부의 역점과제인 일자리 창출과 관련된 논의가 비중 있게 다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시기가 미묘하다. 정부가 추경 편성 등 재정을 풀어 경기부양에 나서겠다고 밝힌 가운데 이 총재는 전날 67주년 창립기념사를 통해 "통화정책 완화 정도의 조정이 필요할 수 있다"며 금리인상을 시사하는 발언을 내놓았다. 정부는 돈을 푸는데 한은은 돈을 죄는 모양새가 연출되면서 자칫 정책 엇박자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이 총재는 이날 회동 후 기자들에게 "경기상황이 호전되면 적합한 통화정책을 펴야 하는 것"이라면서도 "(경기상황) 단서를 보면 당분간은 완화기조를 끌고 갈 필요가 있다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136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 대책도 주요 논의 대상이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관계부처에 오는 8월 가계부채 종합관리 방안 마련을 주문할 만큼 가계부채 문제 해결이 시급한 상황에서 금리인상은 불가피한 수순으로 평가된다.

김 부총리도 이날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를 통해 "부동산 투기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내비쳤다. 당분간 정부의 일자리 창출정책에 발맞춰 한은이 완화적 통화정책을 이어가더라도 결국 가계부채 문제 및 부동산 과열을 해결하기 위해 양측이 금리인상 시기를 조율할 가능성이 높다.

두 사람은 미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도 모색했다.

당장 14일 새벽 연준 통화정책결정회의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정책금리를 인상할 것이 확실시된다.
현재 0.75~1.0%인 금리가 1.0~1.25%로 인상되면 우리나라 기준금리와 같아진다. 연준이 하반기 한 차례만 더 금리를 올려도 한·미 간 금리가 역전된다. 한은은 여전히 대규모 외국인 자금유출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지만 자금유출이 현실화될 경우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큰 충격이 불가피하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