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일'을 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물론 결심하는 게 쉽진 않았죠."
'도대체 무슨 배짱으로 대한민국 최고 회계법인인 삼일회계법인을 그만뒀느냐'는 질문에 서른두살의 이총희 청년공인회계사회 회장(사진)은 새 명함을 건네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가 건넨 명함에는 '경제개혁연대 연구위원/공인회계사 이총희'라는 직함이 뚜렷하게 찍혀 있었다.
지난 2007년 대학재학 중 공인회계사시험에 합격한 이 회장은 2008년 국내 빅3 회계법인 중 하나인 삼정회계법인에서 일을 시작했다. 이후 2011년 한국 최고의 회계법인이라는 삼일회계법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일류 회계법인에서 일하던 그가 '인생의 대전환점'을 맞은 것은 2011년 겨울이다.
"당시에는 일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다"는 이 회장은 "몇몇 동료 회계사와의 우리나라 회계감사제도의 문제점에 대한 토론이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젊은 회계사들의 토론은 인터넷 공간으로 옮겨갔고, 그 공간에서 수많은 회계사의 우리 회계감사제도에 대해 '이대로는 안된다'고 불만을 제기했다"며 "이 정도 문제의식이면 바꿀 수 있겠다 싶었고, 용기를 내서 청년공인회계사회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처음엔 그 역시 '드러내놓고' 활동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삼일에 속해 있었고 생업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어서 언론을 만나도 반드시 '익명처리'를 부탁했다"고 말했다. 그랬던 그가 청년공인회계사회 회장으로 유명세를 탄 것은 2012년 4월 국회의원선거 때다. 이 회장은 "당시 국회 김기식 의원실에서 '외감법(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에 대한 토론회를 개최했는데, 그때만 해도 순진하게도 '몰라서 그렇지 알게 된다면 당연히 바뀌겠지'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후 그는 청년공인회계사회 회장으로 왕성한 활동을 시작한다.
하지만 삼일회계법인에 재직하면서 청년공인회계사회 회장을 겸직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이 회장은 "터키로 여행을 떠나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뭔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온 후 미련없이 그만뒀다"고 말했다. 경제개혁연대에서 연구위원직을 제안받은 것은 그 이후다. 경제개혁연대로 자리를 옮긴 그는 고려대 대학원에서 법을 공부하며 보다 넓은 주제의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5일엔 '법인세 실효세율'에 대한 보고서를 냈다. 그는 "대선기간 법인세 실효세율에 대한 산출방법부터 논란이 존재했다. 실효세율이 낮다면 왜 그런건지 확인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실무'를 포기하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삼일에서 나온 후에도 감사시즌이 되면 이현회계법인에서 일을 했다. 실무를 안한다면 현상을 보는 시각에도 '괴리'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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