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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벙커샷' 박노석, "컷 통과요? 최선을 다해야죠"..KPGA선수권대회 첫날 3언더파 선전

역대 챔프 김종덕, 강욱순과 맞대결서 우위 점해 

'섬진강 벙커샷' 박노석, "컷 통과요? 최선을 다해야죠"..KPGA선수권대회 첫날 3언더파 선전
22일 경남 양산시 에이원CC에서 열린 제60회 KPGA선수권대회에 역대 우승자 카테고리로 출전한 박노석, 강욱순, 김종덕(왼쪽 부터)이 1라운드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00년, 2003년 우승자인 박노석은 이날 3언더파 69타를 쳐 녹슬지 않은 샷감을 과시했다.
양산(경남)=정대균골프전문기자】"정말 힘드네요."
라운드를 마친 뒤 힘들어 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그런 가운데서도 플레이 내용이 만족스러웠는지 만면에 웃음이 가시지 않는다. 현역 시절 '섬진강 벙커샷'이라는 닉네임으로 명성을 날렸던 박노석(50)이다. 박노석은 22일 경남 양산시 에이원CC(파72·6988야드)에서 열린 제60회 KPGA선수권대회(총상금 10억원) 첫날 1라운드에서 3언더파 69타를 쳤다. 출전 선수들의 버디 풍년으로 순위는 중하위권에 머물렀지만 동반자 중에서는 가장 나은 성적이다.

박노석은 역대 우승자 카테고리로 이 대회에 출전했다. 통산 7승(해외 1승 포함)을 거둔 박노석은 이 대회서 2000년과 2003년에 우승했다. 2015년까지는 투어에서 현역으로 활동했으나 현재는 은퇴한 뒤 서울 송파구 위례 신도시 소재 밀레 토피아 골프 연습장에서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박노석은 현역시절 단신에도 불구하고 가공할만한 장타를 날려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벙커 세이브율도 투어를 대표할 정도로 높았다. 그래서 붙여진 별명이 '섬진강 벙커샷'이다. 그가 투어에서 본격적으로 두각을 나타내기 이전에 섬진강이 가까운 전남 순천 승주CC에서 헤드프로로 근무했던 것을 빗댄 것이다. 또 하나의 닉 네임이 있다. '원년 대회 킬러'다. 박노석은 7승 중에서 1997년 제1회 SK 텔레콤 클래식(현 SK텔레콤오픈), 아시안투어 필립모리스 아시아컵, 2004년 2004 JU그룹 오픈, 그리고 2005년 SBS 에머슨퍼시픽그룹 오픈 등 4개의 원년 대회서 우승했다. 그런 박노석을 두고 당시 국내서 라이벌이자 절친이었던 최경주(47·SK텔레콤)는 "내가 본 선수 중에서 가장 볼을 잘 치는 프로"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은 바 있다.

한편 올해로 60회째를 맞은 이 대회에는 역대 우승자 16명이 출전했다. 최윤수(69), 이강선(68) 등 왕년의 기라성 같은 스타 플레이어들이 오랜만에 골프팬들의 모습을 향수를 자극하고 있다. 박노석의 이번 대회 1, 2라운드 동반자는 현역 시절 자주 챔피언조에서 우승 경쟁을 펼쳤던 김종덕(56·혼마), 강욱순(51)이다. 경기도 안산에서 자신의 이름을 건 골프 아카데미를 운영중인 강욱순은 1오버파 73타, 시니어투어서 활동하며 2승을 거두고 있는 김종덕은 3오버파 75타로 부진했다. 섭씨 30도를 넘나드는 폭염에다 체력적 한계를 극복하기 쉽지 않은 게 부진 원인이었다.

그나마 박노석은 두 형님들에 비해 다소 젊어 체력적 부담이 덜한 게 타수를 줄이는 원동력이 됐다. 그렇다고 힘이 들지 않은 건 아니었다. 박노석은 "2년 가량 전동 카트에 의존해 라운드 하다가 오랜만에 워킹 라운드를 했더니 정말 힘이 들더라"고 말했다. 박노석이 공식 대회에 출전한 것은 작년 이 대회 이후 1년여만이다.
작년 대회서 박노석은 컷 통과에 실패했다. 그에게 컷 통과가 자신있느냐고 물었다. 박노석은 "오랜만에 대회에 출전해 경기감각이 무뎌져 있지만 내일도 최선을 다해볼 생각이다"며 "후배들의 기량이 워낙 좋아 장담은 할 수 없지만 즐겁게 라운드하다 보면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겠는가"라고 은근히 기대감을 나타냈다.

golf@fnnews.com 정대균 골프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