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반대 여론에 떠밀려 인허가 둘러싼 갈등 속출.. 사체 불법처리 등 부작용
#1. 지난 5월 경기 광주의 한 마을에서는 동물장례시설 설립을 반대하는 주민시위가 이어졌다. 한 외지인이 이 마을 땅을 사들인 후 '애완동물 테마파크'를 짓는 과정에서 테마파크에 동물장례 시설이 포함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민들이 강력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이 때문에 테마파크 조성에 난항을 겪고 있다.
#2. 동물 반려인인 이모씨는 기르던 애완견이 병들어 죽었다. 그런데 이씨는 애완견의 사체를 처리하지 못해 발을 동동구르고 있다. 장례식장이 많지 않은 데다 정상적인 절차로 장례를 치르려다 보니 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이다.
동물반려인구가 급증하는 데 비해 죽은 반려동물을 처리하기 위한 장묘시설은 태부족인 상태여서 반려동물 사체 처리가 새로운 사회문제로 등장했다. 법적으로는 장묘사업이 등록제로 규정돼 있어 행정절차를 밟아 사업자로 등록해도 시설 건립 과정에서 주민 반발로 제대로 시설을 갖추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불법 장례가 빈발하고 인허가를 둘러싼 사업자와 지자체 간 소송전이 펼쳐지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불법 장묘행위 적발 잇따라
26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달 동물장묘업체 43곳(등록업체 24곳, 불법영업 의심업체 19곳)에 대한 점검 결과 불법영업장 7곳 등 총 9건의 위반행위가 적발됐다. 동물장묘업은 동물전용 장례식장, 동물화장시설 또는 동물건조장시설, 동물전용 납골시설 가운데 한 곳 이상을 설치.운영하는 업종이다. 동물보호법에 따라 반드시 지방자치단체에 영업등록을 해야 한다.
적발된 업체 7곳 중 2곳은 자체 화장시설을 만들어 동물 사체를 불법으로 태우다 적발됐다. 나머지 업체들의 시설물이나 운영실태는 대체로 양호했지만 일부 영업장은 청결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거나 불법 화장시설을 이용해 지속적인 지도.점검이 필요한 것으로 파악됐다. 농식품부는 이번에 적발된 불법 동물장묘업체의 명단을 지자체에 통보해 사법 당국에 고발 조치토록 계획이다.
농식품부는 앞서 지난 3월 법개정을 통해 동물보호법 위반에 대한 처벌을 강화했다. 또 동물보호법 위반행위 수사를 전담하는 특별사법경찰제도를 도입해 동물보호법 위반행위를 적극 수사할 방침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반려동물 사체를 불법 화장.매립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말했다.
■님비 영향 장묘시설 태부족
그러나 정작 합법적으로 허가를 받고 동물장묘업을 영위하려고 해도 행정기관의 정식 허가를 받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장묘시설에 대해 주민들이 '유해시설'이라며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업 인허가권을 가진 기초자치단체들도 주민 여론에 떠밀려 허가를 내주지 않으면서, 업체와 소송까지 벌어지고 있다.
포천시는 지난 3월 한 업체가 신청한 132㎡ 규모의 동물화장시설에 대해 '국도로부터 300m 안에는 동물화장장을 설치할 수 없다'는 내부지침을 만들어 인가를 내주지 않았다. 건축법상 문제가 없지만 주민 반대가 이어지자 내부지침까지 만든 것이다. 이 업체는 포천시의 결정이 부당하다며 경기도에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파주시에서는 업체와 지자체 간 소송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월 파주시에선 동물장례업체가 허가를 받지 못하자 시를 대상으로 행정심판을 제기해 승소했지만, 파주시는 건축물에 문제가 있다며 다시 불허했다.
업체는 두 번째 행정심판을 제기했다가 기각되자 행정소송을 걸어 최근 승소했다. 시는 이에 다시 항소한 상태다. 경기 양주시 역시 이미 내줬던 허가를 주민 반대로 취소했다가 행정심판에서 패소해 올 1월 다시 허가를 내주기도 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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