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문화회관 '畵畵-반려·교감'展-서울대미술관 '미술관 동물원'展
최민건 '게놈 프로젝트-잃어버린 시간'
'반려동물'이라는 개념이 생겨난지 이제 35년 남짓. 물론 선사시대부터 사육의 개념은 있었으나 인간과 공생하는 존재이자 감정을 나누는 친구, 가족과 같은 존재로서 인식한지 그 정도 됐다는 얘기다. 야생동물 혹은 가축으로서 우리 주변에 있던 동물 앞에 '짝이 되는 동무'라는 뜻의 '반려'라는 단어가 붙기 시작한 건 1980년대. 급격해진 도시화와 서구식 생활습관이 확산되면서 아파트 등 다세대 주택 안에 소형 동물들이 '애완동물'로 길러지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1000만명을 넘어섰다. 인구수를 감안하면 5명 중 1명은 반려동물과 함께 지내는 셈이다.
자연 상태에서 각자의 영역 속에 떨어져 있던 동물들이 인간과 가까이 하기 시작한 시기. 인권을 넘어 동물의 권리에 대해서도 화두가 던져지는 시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반려동물을 바라보는 인간의 시선은 이기적인 경우가 많다. 국내에서 사람에게 버려지는 동물 수가 한 해에 10만 마리, 100마리 중 한 마리가 유기된다. 이런 현실 속에서 동물과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 들여다 볼 수 있게 해주는 두 개의 전시가 관객을 맞이하고 있다. 이 지구를 함께 살아가는 동료로서의 동물, 진정한 '반려'의 의미가 무엇인지 돌아볼 수 있게 하는 전시다.
세종문화회관 '화화-반려교감'展 전경
■반려 동.식물과의 교감 '畵畵-반려.교감'展
세종문화회관에서는 반려동물과 식물을 주제로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을 모은 '화화(畵畵)-반려.교감'전을 다음달 9일까지 진행중이다.
동물과 식물을 통해 치유와 교감을 추구하는 사회적 현상이 어떻게 표현되고 있는지 보여주는 이 전시는 미술사에서 동·식물에 부여된 주술적·상징적 의미를 넘어 인간의 친구인 반려로서 피로에 찌든 인간의 삶을 어떻게 위로하는지 살펴본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개와 고양이 같은 보편적인 반려동물뿐 아니라 식물과 벌레, 곤충 등 포괄적인 대상을 반려 동.식물로 다뤄 이채롭다. 권두영 작가는 미디어 아트 작품 'HMD를 착용한 루'를 통해 반려견의 일상에 대해 많은 생각을 갖게 하며, 이동기 작가는 진돗개를 모티브로 한 '도기독', 노석미 작가는 다양한 표정을 짓고 있는 고양이가 그려진 '여자와 고양이', 소윤경 작가는 곤충과 사람이 대등한 관계임을 드러내는 '콤비'를 선보인다. 정우재 작가는 반려견이 작가 자신에게 큰 존재로 위안과 위로를 주는지를 표현한 '브라이트 플레이스'와 '글리밍-터치 더 블루', 허윤희 작가는 매일 산책길에서 만나는 나뭇잎 그림으로 일상을 기록한 '나뭇잎 일기'로 관객들의 교감을 이끌어낸다. 그밖에 강석문, 공성훈, 곽수연, 박상혁, 박장호, 백지혜, 윤정미, 이소연 등 총 37명의 작가들의 회화, 사진, 조형 등 시각예술 작품을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세종문화회관 '화화-반려교감'展 전경
이동헌 '플라스틱 백 독'
엇모스트 '코디악 베어 램프'
■동물의 눈으로 본 인간 '미술관 동물원'展
서울대미술관이 오는 8월 13일까지 여는 '미술관 동물원'전은 인간이 바라보는 동물이 아닌 '동물이 바라보는 인간'으로서 우리가 일상에서 당연시 여기는 '동물을 구경한다'는 생각을 뒤튼 작품들을 전면에 내세웠다. 정영목 서울대미술관 관장은 "사람들이 즐겁게 찾는 동물원이라는 공간은 아이러니하게도 잔혹함과 폭력이 깃든 장소"라며 "인간의 참혹한 민낯을 보여주는 동물원이 '호기심의 방'으로 포장돼 진귀한 것들을 수집하고 보여주는 교육과 엔터테인먼트적인 기능을 담당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원래 있어야 할 초원을 벗어나 콘크리트 바닥의 우리에 갇힌 동물들이 미동도 없이 누운 채 인간의 시선에 조차 무감각해진 모습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상처럼 되어버린 현대사회에 다시 질문을 던지기 위해 기획된 이번 전시는 동물원을 주제로 펼친 작가 14명의 작품 55점을 통해 그 안에 숨겨진 인간의 욕망을 들춰낸다.
한번 쓰고 버려지는 일회용 비닐봉지와 동물들의 모습을 결합한 이동헌의 작품들은 소비지상주의 산업사회 속 돌연변이 생물체를 통해 생산, 소비, 버려짐의 행위가 반복되는 현대사회를 고발하고 약자인 동물을 대하는 인간의 잔혹성을 드러냈다. 디자인그룹 엇모스트는 상업적 쓰임을 가진 동물 조각을 선보였다.
작품 속 펭귄과 곰은 이제 머리 위에 조명이나 쟁반을 짊어지고 있다. 최민건은 '잃어버린 시간' 프로젝트를 통해 반려동물의 시선에 주목했다. 관람객을 응시하고 있는 강아지의 눈빛을 통해 소유물이 아닌 하나의 주체로서 인정받기 원하는 반려동물의 모습을 담아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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