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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욱기의 삶이 있는 얘기'-기성세대의 책임

미국을 보면 참 '대단한' 나라라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세계에서 가장 잘 산다는 말은 굳이 필요 없을 것이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가 18조5610억달러로 세계 1위다. 세계 2위의 경제규모를 자랑하는 중국(11조3910억달러)이나 3위인 일본(4조7300억달러)을 가볍게 제친다.

이런 거대한 경제가 2000년 이후 연평균 2% 성장했으니 그 성장세가 부럽다. 지난해 1.6%에 머물렀지만 그 성장세는 실로 놀랍기 짝이 없다. 경기과열을 막기 위해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3월에 이어 6월에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추가 인상을 시사할 정도다.

성장률은 지난해 4분기 2.1%에 이어 올해 1분기 1.4%를 기록했다. 높은 성장률에 익숙한 한국 사람들의 눈엔 '낮은 수준'으로 보일지 몰라도 미국의 경제규모를 생각하면 실로 어마어마하다. 연간 2% 성장한다고 가정하면 경제규모가 1년에 3600억달러 정도 불어난다. 중소 신흥국가 규모만 한다.

놀라운 것은 이 거대한 경제 대국의 일자리 창출 능력이다. 경제가 활황세를 보이면서 5월 13만8000개의 새 일자리가 만들어진데 이어 6월에는 17만4000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실업률은 지난달 4.3%, 6월 4.4%로 추정된다. 이 정도면 '완전고용' 수준이라고 한다.

참으로 부럽다. 우리나라의 성장률은 1분기 1.1%에 그쳤고 2분기에는 0%로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연간 성장률은 2% 후반대로 점쳐지고 있다. 2015년과 2016년 성장률은 각각 2.8%에 그쳤다.

미국에 비하면 10분의 1도 안 되는 나라가 이렇게 활력을 잃었으니 안타깝기 그지 없다. 성장률 하락으로 새로운 일자리는 가뭄에 콩나는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데서 잃어버린 경제활력을 확인할 수 있다. 전체 실업률은 4.3%지만 15~29세 청년층 실업률은 무려 11.2%에 이른다. 어디 이 뿐인가. 취업은 했으되 새로운 일자리를 찾고 있고 구직은 않지만 일할 의사가 있는 사람을 포함한 잠재실업률은 무려 20%가 넘는다. 청년 다섯 중 한 명이 실업자인 나라인 것이다.

일자리가 없으니 청년층이 기를 펴고 살 수 없음은 능히 짐작할 수 있다. 우리 청년들은 대학에 들어가기도 어렵고 대학에 들어가도 한 한기에 500만원에 육박하거나 넘는 학비를 감당하느라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한다. 졸업을 하면 더 힘들다. 많은 월급을 주는 대기업 정규직 일자리를 구하기는 그야말로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 만큼 어렵다.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일자리를 구해서는 연봉이 적다. 대졸자 중 상당수가 빚을 지고 사회생활을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영주의원이 최근 발표한 '연령별, 종사상 지위별 소득 대비 가계대출비율(LTI)' 자료만 보면 우리의 청년층들이 얼마나 무거운 빚부담에 허덕이는지 확인할 수 있다. 30대 이하의 LTI는 185.2%로 40대(202.3%), 50대(207.1%) 보다 낮지만 3년 무려 36.2%나 증가해 같은 기간 40대와 50대의 증가율 24.3%와 15.1%를 월등히 앞서고 있다. 30대 이하는 소득의 근 두 배를 빚 갚는데 써야 한다는 계산인데 이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는 빚의 무게에 짖눌려보지 않은 사람은 상상하기 어려운 부담이다.

우리의 청년층이 이 같은 질곡을 벗어나지 못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경제가 활력을 잃어 일자리를 만들지 못한 것이 근본 원인일 것이다. 경제가 활력을 찾지 못하는 이유 또한 한둘이 아닐 것이다. 치열한 경쟁에다 과도한 규제로 기업이 옴쭉달싹도 못할 처지가 된 것도 이유일 것이다.

결국 이 모든 난국의 책임은 경제를 이끌어가는 우리 기성세대에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 기성세대는 더욱더 힘을 내야 한다. 규제를 혁파하고 새로운 제품을 개발해서 새로운 시장을 찾아서 청년층들이 일할 자리를 만들어줘야 한다.
경영자인 필자는 일자리 창출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점을 잘 안다. 그래도 해야만 하는 것이 우리의 책무라는 것은 더 잘 안다. 그것이 우리 기성세대가 청년층에게 줄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의 선물이기 때문이다.

김욱기 한화그룹 사장
courage@fnnews.com 전용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