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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칼럼] 문재봉 이리온 동물병원장---반려견 치매 방치해선 안돼

최근 반려동물도 수명이 늘어나면서 치매로 고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러나 많은 보호자들이 반려동물 치매 증상을 단순히 나이가 들어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행동이라고 여기고 가볍게 넘기는 경우가 많다. 반려동물도 나이가 들면서 평소와 다른 행동을 보인다면 치매(인지기능저하 증후군)를 의심해야 한다.

나이가 들면서 뇌의 기능이 떨어지고 인지기능에 문제가 생기게 마련이다. 인식 능력의 변화, 학습능력 및 기억력 결핍, 자극에 대한 반응 능력 감소 등이 발생한다. 초기 증상은 가볍게 나타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증상이 점점 악화된다. 반려견 나이가 11살이 넘으면 50% 정도에서 인지기능저하 증후군이 나타나며 최소한 1가지 이상 증상이 발현된다.

집안 구석에서 길을 잃거나 평소 출입하는 문에서 열리는 부위가 아닌 경첩 부위로 머리 방향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인다. 이런 무기력한 모습으로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목적의식 없이 집안 여기저기를 어슬렁거리거나 종종 불안해한다. 이유 없이 짖거나 울기(특히 밤에), 식욕 감소, 평소와 다른 수면 습관을 보이기도 한다. 평소보다 잠을 많이 잔다든지 밤낮이 바뀌어서 낮에 자고 밤에 깨어 있는 모습도 보인다. 과도한 핥기, 방향감각상실, 극도의 예민함, 대소변 실수 등의 증상도 나타난다.

평소와 달리 부르는 소리 또는 명령어에 반응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는 치매와 관계 없이 노화의 결과로 청각 능력이 소실된 것일 수도 있다.

사람도 치매의 원인이 확실하게 규명되지 않았듯이 반려동물 인지기능저하증후군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까지 불명확하다. 유전적 요인이 원인 중의 하나로 보인다.원인이 명확하지 않으니 뾰족한 치료 방법이 없다. 그렇다고 방치하면 증상은 더욱 심해진다.

치매는 약물 치료와 행동교정치료를 통해 증상을 개선하고 진행을 늦출 수 있다. 비타민 E, 비타민 C, 셀레늄, 플라보노이드, 베타 카로틴, 오메가 3, 카르니틴 등의 섭취도 인지기능 향상에 도움이 된다.

인지기능 저하는 반려동물 자신도 괴롭겠지만 가족의 삶의 질도 함께 떨어뜨린다. 똑똑하던 반려견이 이상행동을 보여 아무 때나 짖고 울고, 배변한다고 생각해보자. 고령인 반려동물이 평소와 다른 행동 패턴 또는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이는지 잘 관찰하도록 하자. 조기에 발견하고 적절한 관리를 시작하면, 행복한 시간을 좀 더 연장할 수 있다.

가정에서 진단할 수 있는 사람의 치매 증세와 동물의 치매 증세에는 차이가 있다.
강아지가 치매로 의심되는 행동 변화 또는 증상을 보이더라도 인지기능저하 증후군이 아닌 심한 스트레스 또는 불안한 상황, 통증, 비뇨기 및 소화기 질환, 뇌질환 등 다양한 원인으로도 비슷한 증상을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치매가 아닌 이같은 원인이라면 치료를 통해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다. 따라서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면 병원을 찾아 진찰을 받고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게 중요하다. hsk@fnnews.com 홍석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