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을 1주일 앞둔 지난 15일 오후 경기 성남 모란시장의 일명 '개고기 골목'에서는 나무판자와 천막으로 가린 채 식용을 위한 개를 도축하고 있었다. 개 비명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이내 털 그슬리는 고약한 냄새가 삽시간에 시장안에 가득 퍼졌다. 현장 앞에서는 동물보호단체 회원들이 눈물을 흘리며 개도축을 중단하라는 시위를 벌였다. 경찰을 사이에 두고 맞은 편에서는 육견협회 측 관계자들이 맞불집회를 펼쳤다.
동물 반려인이 1000만명을 넘어서며 5가구 중 1가구가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두고 있는 데도 대한민국의 서울 한복판에서는 여전히 식용을 위한 개 도살과 고기 판매가 버젓이 이뤄지고 있다. 서울 경동시장은 물론이고 대표적인 개고기 유통시장으로 알려진 성남 모란시장에서도 반려인과 다른 개들이 보는 앞에서 도축하고 도살된 개고기를 그자리에서 판매하고 있다. 개 도축에는 특수제작된 전살도구를 사용한다. 이 방법은 2~5분 사이에 죽음에 이르는 경우도 있지만 종종 10~20분 동안 지속되기도 한다. 이런 집단 도축장을 제외하고는 아직도 대부분이 공개된 장소에서 때리거나 목을 매다는 등의 잔인한 방법으로 도살해 그 고기를 먹는게 현실이다.
■도심에서도 버젓이 개 도살 이뤄져
24일 동물보호단체 등에 따르면 현행 동물보호법상 개를 목을 매다는 등 잔인하게 죽게하거나 같은 동물이 보는 앞에서 죽이는 경우, 그리고 노상에서 죽이는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면 처벌하도록 돼 있다. 그래서 시장 등에서는 전기충격을 이용한 집단 도살 방법을 동원해 처벌을 피한다. 특히 식용 목적의 도축은 축산물위생관리법의 적용을 받는다. 하지만 이 법에는 개가 포함돼 있지않다. 더구나 대부분의 도살은 잔인한 방법으로 이뤄져 동물보호법도 위반하는 만큼 국내에서 이뤄지는 식용 목적의 개 도살은 거의 대부분이 불법인 셈이다.
더구나 삼복더위를 맞아 전국 곳곳에서는 보신을 명분으로 내세운 불법도살이 집중적으로 이뤄진다. 국내에서 식용 목적으로 사육되는 연간 250만마리 중 200만 마리 정도가 삼복더위에 '개죽음'을 당한다는 동물보호단체의 집계 추산치도 있다. 이에 대응해 동물보호단체를 중심으로 이 시기에 개 도살 및 개고기 식용 반대 활동도 활발히 전개된다.
동물권단체 케어의 박소연 대표는 "연간 200만 마리의 개들이 식용 목적으로 집단 도축되고 있으며 전통시장이나 도살장 등을 통해 식당과 가정 등지로 공급되고 있다"면서 "식용을 목적으로 한 개 도살은 명백한 불법행위"라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개는 축산물 위생관리법을 적용받지 않으며 현행 동물보호법(제8조 제1항의 4)에 따르면 '수의학적 처치의 필요, 동물로 인한 사람의 생명·신체·재산의 피해 등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한 '정당한 사유 없이 죽이는 행위'를 동물학대로 금지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개를 식용 목적으로 죽이는 도살행위는 명백한 동물보호법 위반"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케어는 지난 22일 성남 모란시장에서 ‘프리 독 모란’을 선언하고 모란시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동물보호법 위반 행위를 중단시키기 위해 총력전에 들어갔다. 케어는 앞서 초복인 지난 12일 서울 중앙시장 1개 업소와 모란시장 4개 업소에서 수집한 식용 목적 불법 개도살 증거자료를 토대로 동물보호법 위반혐의로 개고기 판매 업주 및 종업원 등 15명을 서울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
박 대표는 "성남 모란시장 등 일부 전통시장에서 수 십 년간 개를 이용한 불법적 폭리와 학대가 이뤄져왔다"면서 "그동안 일부 전통 시장에서의 불법 개 판매는 동물유기를 조장했고 도살행위는 많은 시민들의 마음에 상처를 남기고 있다" 지적했다. 박 대표는 "앞으로 불법적 동물학대행위에 대한 감시와 모니터링을 강화,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당국에 고발 등 강력한 조치를 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자체는 식용견 사육 조장···'육견농가' 지원
이런 가운데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식용을 위한 개 사육농장을 지원하며 식용견 사육을 조장하고 있다.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에 따르면 현재 6개 시도의 14개 시·군에서는 개 농장을 '육견농가'로 명명하며 축사 등 사육환경 개선,육견사육농가 경영장비 현대화 등의 명복으로 식용견 사육을 조장하고 있다.
일부 지자체는 특정 협회의 소속으로 한정하거나 아예 'A협회 기능보강사업'을 실시 등으로 특별 지원까지 하고 있다.
카라의 김현지 정책팀장은 "동물학대 등으로 개농장을 신고하면 법적 근거가 없다며 무시하던 지자체들이 뒤쪽으로는 개농장을 지원한다는 사실이 경악스럽다"며 "한 협회에서는 한 목소리를 내야 (지자체)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이 돌기도 한다"고 꼬집었다.
동물보호단체 다솜의 김준원 대표는 "개식용을 하는 나라에서 동물복지와 동물학대를 논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면서 "동물반려 인구 1000만 시대에 동물복지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개식용 금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hsk@fnnews.com 홍석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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