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로 손톱만큼 작고 저렴한 양자난수생성 칩 시제품 개발
#. 사물인터넷(IoT) 기반 제품들은 통신 인증을 위해 자체 고유값을 암호화해 기지국에 알려준다. 무작위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일정한 패턴이 있는 ‘유사 난수’로 암호화된다. 해커가 연산 능력이 뛰어난 슈퍼컴퓨터로 특정 고유값을 탈취해 IoT를 해킹하게 된다. 그러나 패턴이 불규칙한 ‘양자 난수’를 활용해 암호화하면 해커가 데이터 송·수신 중간에 난수를 탈취해도 활용할 수 없도록 해 해킹을 방어할 수 있는 길이 생긴다.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기반 초연결 시대에 각종 해킹으로부터 데이터를 지켜줄 보안 기술이 등장했다. 물질을 분자와 원자 등으로 쪼갤 때 더 이상 작게 나눌 수 없는 최소단위인 ‘양자’의 복제 불가능한 특성을 활용한 양자난수생성기 상용화 시대가 다가온 것. 특히 인터넷에서 암호화된 양자로 전송된 메시지는 전송구간에서도 도청이 어려워 일반인들의 통신보안은 물론 국방, 금융, 의료 등 정보보안이 핵심인 시장을 중심으로 양자암호통신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SK텔레콤 분당사옥에 위치한 ‘양자암호통신 국가시험망’에서 SK텔레콤 직원이 5x5mm 크기의 양자난수생성 칩을 들고 있다. /사진=SK텔레콤
■슈퍼컴퓨터도 해킹 불가한 '양자 난수'
SK텔레콤은 세계에서 가장 작은 양자난수생성 칩 시제품을 개발했다고 23일 밝혔다. 양자난수생성기(QRNG, Quantum Random Number Generator)란, 에너지의 최소단위로 쪼개 복제조차 할 수 없는 양자의 특성을 반영해 예측이 불가능한 ‘순수 난수(True Random Number)’를 지속적으로 만들어주는 장치다.
양자난수생성기로 만든 순수 난수를 암호로 활용하면, 연산이 아무리 빠른 슈퍼컴퓨터도 암호를 풀어낼 수 없다. 즉 해킹의 위험성이 낮아지기 때문에 미국과 중국 등 주요 국가들은 각각 양자난수생성기를 개발해 군사 등 특수 용도로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상용화된 양자난수생성기 대부분은 신용카드만한 크기로 크기가 큰데다, 가격대도 수백~수천 달러 수준으로 비싸 일반 제품에는 탑재할 수 없는 어려움이 있었다.
이와 관련 SK텔레콤은 반도체 공정으로 대량생산도 가능한 초소형(5x5㎜) 칩으로 양자난수생성기를 개발했다. 당장 내년부터 IoT 제품에 손톱만한 양자난수생성기를 탑재해 보안 수준을 한 차원 높일 수 있게 된 것이다.
SK텔레콤은 또 USB 형태의 양자난수생성기 개발에도 착수했다. 초소형 칩 형태의 양자난수생성기는 제품 개발 단계부터 탑재를 해야 하지만, USB 형태는 이미 상용화된 제품에 연결해 양자 난수를 생성해 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양자암호통신 가동…IoT 해킹·도청 막는다
SK텔레콤은 이번에 개발한 양자난수생성기를 스마트폰과 네트워크 장비 등에 탑재, 양자암호통신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양자암호통신은 송신자와 수신자가 주고받는 암호키를 지속적으로 안전하게 생성하고, 전송구간에는 현존하는 어떤 해킹 기술로도 뚫을 수 없는 체계를 갖췄다.
앞서 SK텔레콤은 지난달 양자암호 장거리 통신을 위한 전용 중계 장치도 개발했다.
양자암호통신은 단일 양자 수준의 미약한 신호를 이용하기 때문에 80㎞까지만 전송할 수 있었다. 이에 SK텔레콤은 지난달 통신 거리를 120㎞까지 넓힌 전용 중계 장치를 개발, 이를 여러 대 연결하면 통신 거리를 수백∼수천㎞까지 늘릴 수 있어 통신 거리 한계를 극복했다.
SK텔레콤 박진효 네트워크기술원장은 “인공지능, 자율주행 시대가 다가오면서 데이터 송수신을 위한 암호의 중요성이 더욱더 높아질 것”이라며 “향후 중소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양자암호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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