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최고 기대작으로 떠올랐던 영화 ‘군함도’가 26일 개봉 첫날부터 비상이 걸렸다. 베일을 벗기 전부터 어느 정도 예측됐던 문제지만, 스크린 독과점을 둘러싼 논란이 제대로 수면 위에 떠올랐다.
대중 앞에 공개되기 한참 전부터 연일 회자되며 ‘예비 천만영화’의 행보를 걸었던 ‘군함도’는 제강점기 ‘지옥섬’이라 불리던 하시마 섬에서 강제 노역에 시달리던 조선인들이 탈출을 감행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베테랑’으로 천만 감독 대열에 들어선 류승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배우 황정민, 소지섭, 송중기, 이정현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힘을 합쳤다. 결코 잊어서는 안 될 역사적 사실을 재조명하는 것과 더불어 순수 제작비만 220억 원인 사실이 알려지자 초대형 작품을 향한 기대감은 날로 커졌다.
그 기대에 부응하듯 ‘군함도’는 개봉 첫날부터 70%에 달하는 예매율을 보이고 55만 예비 관객을 확보하며 흥행길만 걸을 것으로 전망됐지만 호평보다는 혹평이, 칭찬보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관객에게 모습을 비춘 ‘군함도’가 뼈아픈 강제 징용 사실을 단순히 배경으로 다뤘다는 아쉬운 눈총과 함께 과도한 스크린 독점 수가 문제로 대두된 것이다.
현재 ‘군함도’에게 주어진 스크린 수는 교차 상영까지 포함해 2000여 개를 훌쩍 뛰어넘은 것으로 추산된다. 앞서 최고 스크린 수를 기록했던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에게 주어진 1991개를 월등하게 앞선 수준이다. 아울러 ‘군함도’의 배급을 맡은 CJ엔터테인먼트가 CJ CGV에게 스크린을 몰아준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등장했다.
일각에서는 “극장에 가면 ‘군함도’ 말고 선택지가 거의 없으니, 이 정도면 강제 천만 영화”라는 강도 높은 비판까지 쏟아냈다. 더불어 ‘사랑이 이긴다’ ‘너를 부르마’ 등을 연출했던 민병훈 감독까지 SNS을 통해 전면적으로 일침에 나섰다.
26일 민병훈 감독은 “제대로 미쳤다. 2168. 독과점을 넘어 이건 광기다. 신기록을 넘어 기네스에 올라야 한다. 대한민국 전체 영화관 스크린수 2500여개. 상생은 기대도 안 한다. 다만, 일말의 양심은 있어야한다. 부끄러운 줄 알아라”며 분노를 표출했다.
류승완 감독은 수차례 ‘국뽕 영화’가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다.
국민으로서 기억해야할 사명과 아팠던 본질에 집중하길 바랐다. 하지만 ‘군함도’는 자신들이 지닌 의미마저 빛바래질 위기에 처했다. 이제 흥행에 성공하거나 혹은 실패해도 긍정적인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위치가 되어 아쉬움을 남긴다.
/9009055_star@fnnews.com fn스타 이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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