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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맞은 공연예술 창작산실 지원사업 공연예술가·관객 모두 호평

작품성 보증하고 장르 다양성도 지켜주니 관객은 '창작산실'브랜드 믿고 작품 선택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올해부터 '관객평가단' 도입.. 심사에 대중성까지 고려
88개 작품에 46억 넘게 지원.. 원작의 재해석 등 6가지 콘셉트
올해는 새로움의 가치에 주목

10년 맞은 공연예술 창작산실 지원사업 공연예술가·관객 모두 호평

10년 맞은 공연예술 창작산실 지원사업 공연예술가·관객 모두 호평

"제가 알기로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 창작산실 지원작 중 연극 '깨비가 잃어버린 도깨비 방망이'가 최초로 선정된 가족극인 걸로 알고 있어요. 이번에 지원을 받아 좋은 여건에서 창작을 할 수 있는 예산과 시간이 확보돼 감사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가족극이 성인극에 비해 무시당한 적도 있었죠. 이번엔 성인들도 어린이들도 모두 좋아할 양질의 작품을 선보이겠다는 사명감이 듭니다." (극단 하땅세 대표 윤시중 연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공연예술 창작산실' 지원 사업이 올해로 10년째를 맞이했다. 2008년 '창작팩토리'라는 이름으로 출발해 지난 2013년 지금의 이름으로 자리잡은 공연예술 창작산실 지원 사업은 2014년 예술위가 본격적으로 주관하게 되면서 성장을 거듭, 연간 예산 94억원에 달하는 명실상부 공연예술계 선택.집중형 대표사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90여개의 작품에 총 36억4800만원의 예산이 지원됐고, 올해는 전년보다 10억여원 늘어난 46억7000만원의 예산이 총 88개의 작품에 투입된다.

■10살된 공연예술 창작산실… 흥행에도 성공

지난해 공연예술 창작산실 지원사업은 전년 대비 강화된 심의 과정으로 보다 우수한 작품들이 선정될 수 있는 기반이 됐다. 공연 기획자가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공연의 가치를 설명하고 쇼케이스 실연 심의도 거치는 등 절차가 더욱 정교화된 것. 무대에서 펼쳐지는 극의 특성상 대본 낭독심의만으로는 작품의 진면목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전년에 낭독심의에서 탈락했던 단체가 이듬해 실연 심의에서는 창작산실 지원 작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심사가 정교해졌기 때문일까. 지난해 창작산실 지원 작품 중 올해의 신작 23편을 관람한 관객수는 3만7831명, 이중 유료관객 비율 58%로 흥행에도 성공했다.

포털 네이버와의 협업도 시너지를 냈다.창작산실의 공연 실황을 7차례 중계하면서 9만1710명이 온라인 실시간 동영상으로 작품을 접할 수 있게 됐고 일부 공연의 경우 실시간 검색어 10위 안에 진입하기도 했다. 공연 실황 중계 이후의 효과도 있었다. 뮤지컬 '레드북'의 경우 공연 실황 중계 이후 객석점유율이 80% 이상 올랐고 연극 '신인류의 백분토론'은 전 회차 매진을 기록하기도 했다.

예술위 관계자는 "작품의 면면을 살펴보면 공연시간이 6시간에 달하는 연극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등 상업적으로 참패 가능성이 높은 작품들도 많았지만 예술위가 지원을 하고 '창작산실'이라는 브랜드를 통해 작품성을 보증하면서 대중들의 관심을 끌고 사업의 성공으로 이어지게 됐다"고 평가했다.

■관객 평가 더해진 올해 신작… 새로움 가치에 주목한 작품 선보여

올해는 심사에 대중성을 더하기 위해 '관객평가단'을 도입했다. 실연심의 시 총점 중 관객평가단의 점수가 10% 반영됐다. 이를 통해 오페라를 포함해 총 22개의 작품이 '올해의 신작'으로 총 6가지 컨셉으로 나뉘어 선정됐다.

'원작의 재해석'이 가미된 작품은 뮤지컬 '카라마조프'와 무용 '인생의 사계를 그리는 춤', 무용 '물속골리앗', 전통예술 '오셀로와 이아고' 등 총 4편이다. 이 중 '인생의 사계를 그리는 춤'은 영화감독 김기덕의 2003년 작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에서 모티프를 차용했다.

'이 시대, 나와 우리의 모습'을 담은 뮤지컬 '그림일기'와 연극 '고래가 산다', 연극 ''미인도' 위작 논란 이후 제2학예실에서 벌어진 일들', 무용 '가족놀이' 등도 주목할 만 하다. '새로운 예술을 만드는 창작의 시도'를 그린 작품에는 연극 '최서림, 야화순례기행전'과 무용 '바로크 고즈 투 프레젠트', 무용 '더 카오스', 전통예술 '완창판소리프로젝트 1' 등이, '삶의 본질'을 주제로 한 무용 작품으로 '퍼펙트 데스'와 '가상리스트', 전통예술작품 '美 A(미아)' 등도 있다.

'전쟁의 상흔'을 돌아보는 연극 '선을 넘는 자들'과 '암전', 전통예술 '아리랑, 삶의 노래' 등과 온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작품 뮤지컬 '줄리앤폴'과 연극 '깨비가 잃어버린 도깨비 방망이', 연극 '모래시계' 등 세 편도 더해졌다.


심사위원들은 "공연예술은 시장의 검증을 통해 성장해야 하지만 시장의 획일화는 오히려 장르의 성장을 가로막는 한계가 되기도 한다"며 "시장의 논리가 우선될 때 작품의 숫자는 아무리 많다 해도 다양성으로 이어지지 못한다. 다양성이 확보되지 못한 시장은 튼튼할 수 없기에 새로운 작품의 개발이 필요하다. 올해 신작 지원 사업은 이러한 새로움의 가치에 주목했다"고 전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