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콘서트홀 개관 1주년 기념, 19일까지 공연
20년 합 맞춘 국내외 유명 연주자 85명 모여
프로젝트성 악단… 1년에 1~2회 정기 연주회
마에스트로 정명훈(64.사진)이 국내 무대로 돌아왔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지휘봉을 놓은지 2년 만이다.
"한국에서 복잡한 일은 모두 떠났다"고 말하던 그의 발걸음을 다시 국내로 돌려놓은 힘은 무엇일까. 그것은 "음악보다 인류애"라는 '대의'였다. 세계적인 지휘자로서의 사명감, 평생을 음악인으로 살아온 무게감이 아니라 인간이 더 중요하다는 깨달음이다.
프로젝트성 오케스트라인 '원코리아 오케스트라'의 지휘를 맡은 그는 18~19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롯데콘서트홀 개관 1주년 기념 공연 무대에 선다.
'상설화될 가능성은 없다'고 못을 박은 만큼 다음 연주 일정을 확정할 수는 없지만, 대신 내년 1월 창단 연주회가 예정된 '원 코리아 유스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을 맡아 장기적인 활동도 계획하고 있다.
정명훈은 최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음악보다 중요한 게 한 가지 있다. 인간, 인류애다. 음악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그런 일이 아니라면 한국에서는 더 이상 할 일이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음악가로서 음악을 통해 어떤 역할을 할 기회를 준다면 언제든 '오케이'다"고 했다.
그는 "(국내에서 어떤 자리를 맡는) 그런 음악적 책임은 떠났다. 이제 인간으로서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하는 그 뜻으로 시작했다. 원코리아도, 원코리아 유스 오케스트라도 그런 방향으로 간다"고 강조했다.
그가 이 자리에서 거듭 밝힌 것은 "음악이 도움이 될 수 있고, 음악으로 하나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특히 북한 연주자와 함께 무대에 서고 싶다는 그의 오랜 꿈을 드러내기도 했다.
'남북 합동 오케스트라'는 그의 숙원이다. 2011년과 2012년 두 차례 평양을 방문하며 꿈에 다가갔지만, 냉랭해진 남북관계가 발목을 잡았다.
그에게 '남북 합동 오케스트라'가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가는 그의 말에서 알 수 있다. "남북 합동 오케스트라가 만들어졌고 그걸 맡아달라고 하면 그 자리에서 '예스'라고 답할거다. 다른 걸 아무것도 못 하게 된다 해도 상관없다. 그만큼 (저에게) 중요하다."
이어 그는 "저는 연주와 음악 외에는 많이 알지 못한다. 그런데 항상 갖고 있는 꿈이 있다. 외국에서 살았기 때문에 더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건 음악가로서 오랫동안 갈라져 있고, 사이가 더 나빠지고 있는 남·북한을 음악으로 모으고 연결해주는 역할이다"라고 덧붙였다.
음악을 통해 하나가 되는 오래된 꿈을 젊은 음악가들이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도 털어놨다.
'원 코리아 오케스트라'라는 이름 그대로 '하나되는 한국'을 위한 첫 발걸음인 이번 공연명도 '음악으로 하나되는 곳'이라고 붙였다. 20년 가까이 합을 마춰온 바이올리니스트 이경선이 악장을, 첼리스트 송영훈.이정란, 팀파니스트 아드리안 페뤼숑, 클라리네티스트 채재일 등 국내외 유명 연주자 85명이 모였다.
특히 첫날인 18일 연주는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베토벤 협주곡 제5번 '황제' 협연으로 1400석이 예매 시작 5분 만에 매진되기도 했다. 19일에는 정명훈이 지휘와 피아노 연주를 함께 선보인다.
이번 공연의 주요 레퍼토리는 베토벤의 '황제'와 '운명'이다. 그는 "베토벤은 자유를 위해 싸운 작곡가다. 그의 교향곡 5번 1악장은 처음 시작할 때 듣는 이의 마음의 문을 활짝 여는 역할을 한다. 두들겨서 일단 마음을 열어놓고 그 안에서 싸우다 나중에 항상 모든 것을 이겨낸다. 그것이 음악에 표현돼 있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쉽지만 '원코리아 오케스트라'는 프로젝트성 악단이어서 지속적인 활동을 펼치진 않는다. 대신 '원코리아 유스 오케스트라'는 좀 더 장기적인 프로젝트다. 롯데문화재단과 함께 한국의 젊은 인재를 길러낸다는 목표로 1년에 1~2회 정기 연주회를 펼칠 예정이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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