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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준 신부가 전하는 소록도 간호사 마리안과 마가렛

"40년도 넘게 한센인 위해 봉사.. 그 빚 갚으려 노벨상후보 추천"

김연준 신부가 전하는 소록도 간호사 마리안과 마가렛
연합뉴스

"소록도에서 40여년간 한센인을 보살피며 여생을 마감하고 싶다고 늘상 말씀하셨지만 이를 지키지 못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1962년부터 2005년까지 40년이 넘게 소록도 간호사로 살아 온 마리안 스퇴거, 마가렛 피사렉. 이들의 이야기를 영화로 제작한 김연준 소록도성당 주임신부(사단법인 마리안마가렛 이사장.사진)는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인터뷰를 갖고 마리안과 마가렛이 소록도를 빈손으로 떠날 수밖에 없었던 사연을 들려줬다.

마리안과 마가렛은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간호학교를 졸업하고 1962년, 1966년 소록도를 찾아 40년이 넘게 한센인을 위해 간호사로 헌신했다.

김 신부는 "이분들은 40여년간 한국에서 월급도 없이 평생 자원봉사자로 살아오셨다"며 "마리안이 70세가 넘어 대장암에 걸려 이를 치료하기 위해 한국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소록도에서 왕복 4시간 넘게 이동해 순천시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했다. 또 평생 봉사로 삶을 살아 치료비 역시 부담이었다. 김 신부는 "아파서 예전처럼 환자들을 살피지 못하는데 소록도에서 집을 얻고 생활하는 것에 대해 상당한 부담을 느끼셨다"며 "누구도 간호사 마리안과 마가렛의 노후를 챙겨주지 못했다"고 전했다. 고향으로 돌아간 마리안은 암을 극복하고 건강을 되찾았다.


그러나 마가렛은 단기 치매에 걸려 양로원에서 거주 중이다. 김 신부는 "1960년대 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였던 대한민국에서, 나아가 소록도 사람들의 친구와 어머니가 돼 주셨던 분"이라며 "맨손으로 직접 환자의 환부를 만지고 연고를 발라주고 피고름을 닦아주었다"고 말했다.

김 신부는 "우리는 그들에게 엄청난 빚을 졌다"며 "그들의 헌신적인 삶을 알리는 게 그들을 기억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