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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리뷰] 20세기 한국형 B급 코미디…세 얼간이의 쇼, ‘로마의 휴일’



[fn★리뷰] 20세기 한국형 B급 코미디…세 얼간이의 쇼, ‘로마의 휴일’


영화 ‘두사부일체’(2001)의 조연출을 맡았던 이덕희 감독이 어깨 너머로 배우며 키워온 발군의 실력을 뽐내기 위해 등장했다. 영화 ‘로마의 휴일’은 과거 한국 영화의 한 줄기를 담당했던, 20세기 코미디 감성을 고스란히 차용했다.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한 이덕희 감독의 주 무기는 코미디 연기의 대가, 임창정과 공형진 그리고 신예 코미디 강자 정상훈이었다.

같은 고아원 출신으로 친형제보다 진한 우애를 자랑하는 인한(임창정 분), 기주(공형진 분), 두만(정상훈 분). 정신적 지주인 인한을 중심으로 세 사람은 실패해 죽더라도, 원 없이 돈을 써보겠다는 일념으로 현금수송 차량을 탈취하는 계획을 세우고 성공한다.

하지만 어딘가 모자라고 허술한 기주 탓에 세 사람은 경찰에게 발각되고 ‘로마의 휴일’이라는 간판을 지닌 나이트클럽에 숨게 된다. 나이트에 놀러 왔던 100명의 인원을 인질로 잡게 된 삼총사는 그들을 볼모로 경찰을 위협한다. 그들이 거창하게 바라는 건 없었다. 말 그대로 완벽히 계획에 실패하며 한 공간에 사람들과 고립됐고, 본의 아니게(?) 악질 강도가 되고 말았다.

사태는 점점 확대되어 경찰부터 특공대까지 삼총사를 잡기 위해 나섰고, 매스컴에 대대적으로 보도되기에 이른다. 험상궂게만 그려지는 것과 달리 ‘로마의 휴일’ 내부의 풍경은 사뭇 다르다. 마치 군대 혹은 수련회를 연상시키는 체계에, 상상 불허의 분위기가 형성된다. 100명 중 반장을 뽑아 한 명의 누락 인질이 없도록 꼼꼼한 체계로 관리하는가 하면, 인질들을 대상으로 탈출 오디션을 여는 등 기상천외한 인질극(?)이 벌어진다.



[fn★리뷰] 20세기 한국형 B급 코미디…세 얼간이의 쇼, ‘로마의 휴일’
더불어 기주와 두만은 인질들과 점점 친해지면서 살뜰하게 의식주까지 챙겨준다. 괴롭힘 당하는 웨이터를 반장으로 뽑아 권력을 주고, 미성년자 손님을 받은 웨이터를 응징하고, 빚에 시달리는 여성의 빚을 대신 갚아준다. 몹시 어리숙하고 순진하지만 종잡을 수 없는 그들의 행동은 경찰들을 쥐락펴락하는 꼴로 펼쳐진다. 인질들은 이러한 상황을 공포가 아닌 흥미롭게 즐기거나 이를 넘어서 호감까지 느끼며 기묘한 동거에 몰입한다.

이덕희 감독은 웃음과 엉뚱함만으로는 관객들에게 만족감을 줄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는지, 한 차례 변주를 꾀한다. 인한의 과거사를 조명하면서 감동의 서사를 삽입한 것. 후반부로 흐를수록 불우한 유년 시절과 가정사를 다뤄내면서 코믹적 요소보다는 이야기 측면으로 더욱 힘을 가한다.



[fn★리뷰] 20세기 한국형 B급 코미디…세 얼간이의 쇼, ‘로마의 휴일’
그래서였을까. 이덕희 감독은 임창정을 다르게 활용했다. 능청스럽고 우스운 생활 연기를 유려하게 펼치기로 정평이 난 임창정이지만, ‘로마의 휴일’에서는 그 누구보다 묵직하다. 까불까불한 정상훈과 공형진과 달리 과묵하며 그들을 책임지는 리더 노릇을 톡톡히 한다. 개그와 코믹함은 오롯이 임창정을 제외한 인물들의 몫이다. 공형진은 어딘가 덜 떨어진 인물의 외피를 표현하는 데에 부족함이 없었고 정상훈은 진지와 유머 사이에서 자유롭게 오가며 극의 중심을 잡는다.


더불어 이 영화의 실질적인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인질들은 코믹한 요소를 모두 책임진다. 밑도 끝도 없이 불량하지만 어딘가 허술한 나이트의 사장부터 대표라는 명분하에 권력을 잡게 된 웨이터 지배인까지 123명의 인질들이 틈새의 호흡을 장악해 웃음을 선사한다.

‘로마의 휴일’이 전형적인 한국형 코미디라는 타이틀을 깨부수고 관객들에게 반가운 인사를 건넬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오는 30일 개봉 예정.

/9009055_star@fnnews.com fn스타 이예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