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문학분야 베스트셀러 '82년생 김지영'의 조남주 작가가 말하는 82년생 김지영은
"평범하게 사는 여성이라고 쓰고 싶었어요"
왜 30대 여성의 삶이었을까
사회에 만연한 여성 혐오에 대해 이젠 써볼 때가 됐다고 생각
인터넷 리뷰 보거나 독자 만나보면 많이 공감했다는 얘기들 해줘
어렸을때, 결혼 후, 엄마 되보니 차별이나 폭력이라고 느꼈지만 차마 표현하지 못했던 일들 말할 수 있는 계기가 된거같아
딸이 살 세상은 우리가 산 세상보다 나아져야 하고 그럴거라고 믿어
"우리 사회가 바라보는 젊은 여성들에 대한 시각은 비틀려 있다. 진짜 평범한 여성들은 이러한 모습으로, 이렇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
올해 문학분야 최고 베스트셀러인 '82년생 김지영'(민음사)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정의당 노회찬 의원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권한 책으로 유명세를 탄 뒤 어느새 25만부가 팔려나가 히트작이 됐다.
대한민국의 평범한 30대 여성 김지영씨의 팍팍한 삶을 그린 이 소설이 문학계를 넘어 정치인의 입에서 오르내릴 정도로 열풍의 중심에 선 이유는 무엇일까.
29일 서울 서교동 레드빅스페이스에서 열린 라운드테이블에서 조남주 작가(사진)는 '82년생 김지영'에 대해 "특별한 주인공이 겪는 흔하지 않은 일이 아니라, (한국에서 살고 있는 여성에게는) 굉장히 보편적인 이야기"라고 전했다.
이 소설은 82년생 김지영이라는 가상인물의 삶을 통해 한국 사회의 성차별과 구조적 불평등을 꼬집는다. 어떤 이에게는 불편하고 이해가 되지 않는 이야기일 수 있겠지만, 누군가에게는 매일 닥치는 현실임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여성이기에 누구나 한 번쯤은 겪는 성차별, 구조적 불평등을 그렸기에 '페미니즘'의 대표 주자로 단숨에 떠오르기도 했다. 그렇다면 조남주 작가는 왜 자신의 소설로 30대 여성의 삶을 선택했을까.
"딱 한 장면을 꼬집기는 어렵지만, 이 소설을 써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을 때 관련 이슈들이 많았다. 미디어에서 여성 혐오 발언들이 쏟아졌고, 한 칼럼에서는 'IS(이슬람국가)보다 무뇌아적 페미니스트가 더 위험하다'는 말을 꺼리낌없이 쓰기도 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여성 혐오에 대해 써볼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굳이 1982년생으로 설정한 것도 그래서였다. 1980년대는 가장 성비 불균형이 두드러지는 시기다. 산아제한 시절, 성감별이 가능해지면서 여아 선별 낙태가 암암리에 행해졌고, 청소년기에 IMF를 겪으며 학창시절이나 취업에서도 많은 제한을 받았다. 그런 그들이 엄마가 됐을 때, '무상보육' 정책이 시작되면서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놀러나 다니는 젊은 엄마들이라는 프레임으로 비난을 받기도 했다.
누군가는 성차별을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기 위한 왜곡된 설정이라고 비판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1980년대에 출생한 여성들만의 특별한 경험이라기엔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수많은 차별이 존재한다. '김치녀' '된장녀' '맘충'이라는 비아냥에서 지난해 '강남역 살인사건'까지 '여성 혐오'와 관련된 크고 작은 일들이 빈번하다.
조 작가도 높은 인기의 이유로 '공감'을 꼽았다. 그는 "작품 자체의 완성도라기 보다는 이 소설을 보고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졌던 것 같다"고 했다. "인터넷 리뷰나 독자들을 만나보면 그렇게 본인 이야기를 많이 한다. 어렸을 때, 결혼을 해보니, 엄마가 되고 나니… 그런 거. 누구나 다 느끼며 속상했고, 차별이나 폭력이라고 인지하지만 차마 표현하지 못하고 덮어뒀던 일들을 말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생각이다"고 덧붙였다.
조남주 작가는 이날 예스24가 마련한 '예스24 문학학교' 제3강의 강연자로 독자들과 만나 '우리네 삶을 그린 소설 읽기'를 주제로 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 자리에선 독자들의 수많은 질문이 쏟아졌고, 그중엔 "앞으로 현실이 변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도 있었다. 이에 대해 조 작가는 "소설 후기에 '딸이 살 세상은 제가 사는 세상보다 더 나아져야 하고 그럴 거라고 생각합니다'라고 썼다. 더 나아진 미래, 살고 싶은 미래를 상상하고 생각하고 행동하라고 어떤 작가가 말씀하셨는데 그래서 저도 그렇게 하고 있다"고 답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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