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위협한다는 우려 있지만 규제 앞세워 발전 막아선 안돼"
"산업 활성화 전략 짜는 동시에 연구자 윤리 강화도 유도해야"
"해외는 정부가 산업 주도하는데 우리는 벌써 규제카드 만지작"
"강점인 서비스 분야 밀어주고 역기능 해결책도 함께 찾아야"
"AI에 대한 위험성이 높다고 AI를 연구할 필요가 없다는, 구더기가 무서워서 장을 담그기 어려운 상황이 올까 우려된다" (김진형 지능정보기술연구원 원장)
"AI 위협에 대한 걱정은 그야말로 기우다. 하늘이 무너질까봐 아무것도 못하는 것처럼, 역기능에 대한 우려로 규제만 고민하면 또 우리만 뒤쳐진다." (이봉규 연세대학교 정보대학원 원장)
김진형 지능정보기술연구원 원장
이봉규 연세대 정보대학원 원장
전세계 기업들이 인공지능(AI) 기술경쟁을 벌이면서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에 AI 기술을 주입하는데 주력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AI가 인류의 미래를 위협할 수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AI가 북한의 핵보다 위험하다는 자극적인 발언이 나오는가 하면 AI 기술개발을 중단해야 한다는 경고도 들린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AI의 위협은 '기우'라고 진단한다. AI가 위협적인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그 위협을 걱정하며 AI 기술 개발을 등한시하는 것이야말로 구더기 무서워 장을 못 담그는 격이라는 것 것이다.
이 때문에 우선 기술개발과 시장확대를 통해 AI 산업발전 전략을 세우고, 이에 맞춰 윤리와 규제 논의를 동시에 진행하는 국가차원의 투트랙 전략이 마련돼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조언이다.
■"인터넷 규제 사례 되돌아 봐야, AI 역기능 우려에 규제 앞세우면 안돼"
12일 지능정보기술연구원 초대 원장을 맡고 있는 김진형 원장은 "AI의 역기능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AI를 규제를 먼저 내세우는 결론이 내려질까 우려스럽다"고 강조했다. 일부 AI 프로그램이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수집해 학습해 개발자의 뜻과 어긋나는 행동을 했던 사례들이 등장하면서 AI 역기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 김 원장의 설명이다.
특히 세계적으로 AI 기술 개발 열풍이 불고 있는데 우리나라가 나서서 AI 역기능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는 것은 우리가 스스로 경쟁력을 깎아먹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김 원장은 과거 인터넷 규제에 앞장섰던 기억을 되살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전세계에서 공인인증서를 쓰기 위해 액티브X라는 규제를 가장 먼저 만든 나라가 우리나라"라며 "가장 먼저 인터넷 규제를 도입하면서 우리가 인터넷 활용이 굉장히 뒤진 나라가 됐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 역기능에 대한 우려는 기우"
이봉규 연세대학교 정보대학원 원장 역시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이봉규 교수는 AI의 역기능에 대한 우려는 '기우'라고 잘라 말했다. AI가 인류의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은 지금이 아니라 30년, 50년 후에 해야 할 얘기라는 것이다. 지금은 살상로봇과 같은 강한 AI 기술이 아닌 챗봇이나 데이터 분석과 같은 약한 AI 기술을 주목해야 하는 시대라는 것이 이 교수의 설명이다.
이 교수는 "미국이나 독일, 일본 등 AI에서 앞서 있는 나라들은 정부와 기업, 대학이 맞물려서 빠르게 AI를 산업에 적용시키고 있다"며 "아직 우리는 대학만 연구를 하고 있고 정부와 기업은 AI 기술을 등한시 하고 있는 상황인데 벌써부터 규제 얘기가 나오면 안된다"고 했다. 그나마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인터넷 기업들이 AI에 투자를 하고 있어 다행인데 규제로 이를 꺾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AI의 위협도 분명히 제기되고 있는 만큼 문제가 발생했을때 해결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연구도 진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AI 기술을 연구하는 연구자들의 윤리의식도 한층 강화돼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김진형 원장은 "AI 기술은 연구하는 연구자들이 윤리의식을 강화할 필요는 있다"며 "연구자가 스스로 판단하고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서 연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봉규 교수도 "우리나라가 강점을 가지고 있는 AI 기술 응용 서비스 분야를 집중적으로 지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한 연구도 함께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jjoony@fnnews.com 허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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