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MBC 수목드라마 ‘병원선’이 동시간대 시청률 1위 자리를 지키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병원선은 병원이나 보건소가 없는 작은 시골 섬마을들을 돌며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선박을 말하는데, 드라마는 이 병원선에 상주하는 송은재(하지원 분), 곽현(강민혁 분), 김재걸(이서원 분) 등 젊은 세 명의 의사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특히 주인공 송은재는 과거 큰 병원 내 촉망받는 외과의였으나, 출세가 보장됐던 시절 자신의 실수로 모친을 잃고 만다. 그 후 모든 것을 버리고 병원선에 소속돼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게 됐다.병원선은 선박이니만큼 운행에 도움을 줄 선원이 상주하기 마련인데, 그 중 강정호(송지호 분)라는 선원이 사고로 팔에 심각한 부상을 입는다. 이에 송은재는 근처에 있던 도끼로 정호의 팔을 내리쳐 절단한 후 육지의 병원으로 가 접합수술을 시도,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쳤다.하지만 송은재가 강정호의 지명으로 접합수술은 진행했을지언정, 팔을 절단하는 것부터 일련의 과정에서 보호자 동의를 받은 사실이 없다. 차후에 강정호가 이를 문제 삼고 이의를 제기한다면, 송은재는 어떤 법적인 책임을 지게 될까?우선 정호의 팔을 자르자 분노한 선원들에게 곽현은 이 절단이 수술과정에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일단 사실적 의학지식은 배제하자면, 은재의 절단행위가 사고로 인한 부상의 치료과정 가운데 하나라는 것을 전제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그렇다면 은재는 통상절차대로 보호자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채 수술을 진행한 셈이 되는데, 보건의료기본법 제12조는 모든 치료방법에 선행해 충분한 설명을 들은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할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또한 사고를 당한 환자가 빨리 치료를 받지 않으면 심신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 응급의료를 받을 권리가 있는데, 이때도 환자의 의사결정능력이 없거나 설명 절차로 치료가 지체되면 위해가 발생하는 정도가 아닐 경우 반드시 설명의무를 이행하고 동의를 구해야 한다.즉, 이번 사례 은재의 법적 책임을 따져보려면 당시 정호가 입은 팔 부상이 얼마나 긴박한 상황이었는지 의학적 검토가 필요하다.
만일 정호가 은재의 동의 없는 침습행위에 소송을 진행하고자 한다면, 차후 병원 측에서 작성할 의무기록지를 감정해봐야 할 것이다.긴박하고 열악한 상황에서 환자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의사들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흥미를 위한 극적인 장치들이 실제 현장에서 뛰고 있는 의료인들의 본질을 가리는 일은 철저하게 지양해야 할 것이다.
법무법인 고도 이용환 변호사 사진=MBC '병원선'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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