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 스스로 경각심 가지고 사업용 차량 처벌 수위 높여야
"졸음운전을 과실로 보는 것도 문제입니다. 졸릴 수 있고,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데도 운전을 하고 사고를 냈기 때문에 과실이 아니라 고의로 봐야 합니다."
이윤호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안실련) 사무처장(사진)은 졸음운전 사고 위험을 낮추기 위해서는 "근로여건 개선, 첨단기술 도입과 함께 처벌 강화까지 전반적 시스템이 같이 맞아가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부는 지난 7월 졸음운전으로 인한 대형사고가 끊이지 않자 운전자 근로여건 개선과 첨단 안전장치 장착을 골자로 한 사업용 차량 졸음운전 방지대책을 내놨다. 이에 더해 처벌 강화조치도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이 처장의 주장이다. 졸음운전은 대형 참사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도로 위 흉기'로 불리지만 피해 규모에 비해 처벌 수위는 낮은 편이다. 현행법상 졸음운전 사고 처벌은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최대 형량이다. 지난해 7월 40여명의 사상자를 낸 영동고속도로 봉평터널 사고의 관광버스 운전자도 최근 1심에서 금고 4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이 처장은 "지난 7월 경부고속도로 광역버스 사고 이후 졸음운전이 문제가 되니까 단속에 나선다고는 하는데 예를 들어 의무화된 운행기록장치를 설치하지 않더라도 과태료 10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며 "처벌이 약하니까 사업자 입장에서는 단속에 걸리면 재수 없는 것이고, 과태료만 내면 끝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졸음운전 사고는 과실이 아니라 고의라며 업체뿐만 아니라 개인에 대한 제재도 병행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사고가 났을 때 운전자에 대한 동정 여론이 있지만 사실은 개인도 처벌해야 한다"며 "졸릴 수 있고 사고가 날 우려가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운전하는 것인데, 사업자와 운전자가 갑과 을의 관계라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겠지만 그래도 문제 제기를 해야 하고 전체적인 시스템을 되돌아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운전자들은 생계의 문제라고 하지만 접점을 찾아야 한다"며 "냉정하게 판단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고 덧붙였다.
이웃나라 일본은 지난해 1월 나가노현 18번 국도에서 졸음운전으로 인한 관광버스 추락사고가 발생하자 강경한 대책을 내놨다. 업체에 부과하는 벌금을 1000만원에서 10억원으로, 개인에 대한 처벌도 징역 1년 이하, 벌금 1500만원으로 강화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정부의 대책마련 발표 이후에도 졸음운전 사고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지난 2일에는 천안∼논산고속도로에서 또다시 졸음운전 사고가 발생하면서 국민의 불신이 커져가고 있다.
이 처장은 정부 대책이 난항을 겪는 가장 큰 이유는 예산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는 "근로여건 개선도 돈이고, 첨단기술을 적용하는 것도 돈이다. 결국 예산이 가장 중요한데 국민생명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예산에 대해 정부가 능동적인 판단을 해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더불어 예산 확보를 위해 대중교통 요금을 인상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지금 우리나라 대중교통 요금이 저렴한 편인데 적정 수준까지 올리고, 그 비용을 투자하면 서비스의 질이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 대책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그는 졸음운전의 근본 원인인 근로환경을 효과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시행 중인 '4시간 운전, 30분 휴식'과 관련, "그래봐야 서울에서 부산까지 4시간 걸려 도착해 짐을 싣는 동안 차에 있다가 바로 출발하는 것이다. 4시간 운전 후 30분 휴식보다는 2시간 단위로 쉬어야 한다"며 "잠은 반드시 그때그때 자야 한다. 2시간 운전하고 10분만 쉬더라도 그래야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졸음운전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한 정부 대책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졸음운전을 방지하는 최고의 방법은 운전자 스스로 경각심을 갖는 것이다. 이 처장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졸리면 자는 것'이라고 했다.
민족 대이동이 이뤄지는 추석 명절 연휴를 앞두고 그는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것이 눈꺼풀이다. 졸리면 자고 가야 한다. 그것 외에 보약은 없다"며 운전자들에게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jun@fnnews.com 박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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