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업계 ‘안도의 한숨’
中 훙하이 일단 배제하면서 시장 점유율에 큰변화 없어
한.미.일 연합 지분 49.9%.. 일본이 경영권 쥐고있지만 SK 지분투자로 협력 모색
삼성 ‘반도체 독주’도 견제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연합이 도시바 인수에 사실상 성공하면서 세계 반도체 업계는 "일단 한시름 놨다"는 평가다. 최악의 시나리오인 중국을 견제하면서도 당장 시장점유율에 큰 변화가 없이 충격을 최소화했기 때문이다.
여전히 도시바와 일본 기업 측은 50.1% 지분으로 경영권을 쥐고 있다. 다만 낸드플래시 업계는 향후 업계 2위인 도시바의 지분 변화에 대비한 후발업체의 치열한 싸움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도시바·SK하이닉스·애플이 중심이 된 한.미.일 연합은 삼성전자의 독주 체제에 맞서 어떤 식으로든 동맹 관계를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시바메모리 지분다툼은 '현재진행형'
20일 한.미.일 컨소시엄 인수구조는 의결권 지분을 베인캐피털이 49.9%, 도시바 40%, 일본 기업이 10.1% 가져가는 구조다. 일본으로선 지분을 50.1%로 맞춰 해외 기술유출에 대한 우려를 덜었다.
이번 인수전에서 거둔 가장 큰 수확은 중국 견제에 성공했다는 점이다. 애플의 거점 생산업체로 유명한 훙하이그룹(폭스콘)은 시장의 평가보다 수조원이나 많은 30조원을 베팅했으나 일본은 기술유출과 국민정서를 고려해 이를 마다했다. 중국이 최근 샤프(디스플레이)에 이어 도시바까지 삼킬 수 있다는 '반도체 굴기'의 의지를 전 세계가 확인한 현장이었다.
베인과 같은 재무적투자자(FI)는 3년 후로 예상되는 도시바 메모리의 상장 시점에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한 지분매각(엑시트)을 노리는 것으로 파악됐다. 일본 관민펀드인 산업혁신기구(INCJ)와 일본정책투자은행(DBJ)은 도시바와 웨스턴디지털(WD)의 소송위험 해소를 투자의 전제조건으로 걸고, 소송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베인 등이 보유한 지분을 인수하는 방법으로 참가한다.
이 과정에서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나머지 주주들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는 미지수다. 또 반대 진영인 WD를 우호세력으로 한.미.일 연합에 끌어들일 가능성도 열려 있다.
SK하이닉스는 도시바 지분 참여로 반도체 원천기술과 회사 운영 등 양사의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 및 생산량에 대한 접근은 인수 후에도 일본 측이 엄격하게 제한할 것으로 관측된다.
베인 진영은 이와 관련,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앞서 한 차례 도시바가 한.미.일 연합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도 말을 바꾼 적이 있어서다. 아직도 일각에서는 도시바가 WD와 협상을 유리하게 하기 위한 연막일 것이란 주장이 나와 한.미.일 측을 긴장시키고 있다.
■'SK·도시바 동맹', 삼성 독주 막는다
SK·도시바 동맹은 세계 메모리 반도체 맹주인 삼성을 견제할 세력으로서 판도 변화를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현재 낸드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독주가 지속되고 있다. 삼성의 시장점유율은 지난 2.4분기 기준 35.6%로 도시바(2위 17.5%)와 WD(3위 17.5%)를 합친 것보다 높다. SK하이닉스는 4위 마이크론(12.9%)에 이어 5위(9.9%) 수준이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49.9% 지분을 보유할 베인에 대한 대출을 통해 SK하이닉스는 도시바 지분을 간접적으로 보유하게 된다"며 "관건은 이를 모를 리가 없는 도시바가 과연 향후 기술 및 경영권의 해외유출 위험을 무릅쓰고 한.미.일 연합에 지분을 매각할 것이냐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일본 산케이신문은 "SK하이닉스의 미래 의결권은 15%로 제한하는 데 합의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어쨌든 SK하이닉스와 도시바는 지분투자를 통한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이들의 점유율을 합치면 27.4%로 삼성과 격차를 10%포인트 이내로 좁히게 된다. 또 한.미.일 연합의 한 축인 애플도 이들의 든든한 고객사가 되고, 삼성과의 가격협상에도 한.미.일 연합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세계 최초로 3D낸드플래시를 양산한 삼성전자는 3D낸드가 없어서 못 판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높은 수익을 내고 있다.
미국 인텔과 도시바, 마이크론, SK하이닉스 등도 3D낸드 생산에 뛰어들었다.
'초격차(경쟁사보다 한발 빠른 전략)' 기술력으로 선두를 지켜내려는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4세대 64단 낸드 양산을 시작했고, 96단 낸드 개발에도 착수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말 48단 낸드 제품 출하를 시작한 데 이어 지난 7월 72단 낸드플래시 양산에 들어갔다. SK하이닉스는 내년 말 생산제품의 50% 이상을 3D 낸드로 채울 방침이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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