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를 구하고, 세계를 구하고, 지구를 구하면서 위대한 업적을 행하는 슈퍼 히어로는 언제나 전세계 영화 팬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슈퍼 히어로로 활약할 수 있는 특권은 남성에게만 주어졌고 최근에 들어서야 DC 세계관 속 ‘원더우먼’의 갤 가돗, 마블 시리즈 ‘블랙 위도우’의 스칼렛 요한슨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가모라의 조 샐다나 등 일각에서 여성 히어로 등장의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남성 히어로에 편향되어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
그래서일까, 강인하게 묘사되는 남성 히어로에 대적할만한 악역은 언제나 동등한 권력을 지닌 남성 배우에게 주어졌고 여성 배우들은 남성 히어로들의 ‘트로피 와이프’에 그쳐 아쉬움을 자아냈다. 올 가을, 찾아올 외화 속 여성의 형태는 조금 다른 모양새를 띤다. ‘킹스맨: 골든 서클’의 줄리안 무어, ‘토르: 라그나로크’의 케이트 블란쳇이 당당하게 ‘여성 빌런’의 탄생을 알렸다.
오는 27일 개봉을 앞둔 ‘킹스맨: 골든 서클’은 비밀리에 세상을 지키는 영국 스파이 조직 킹스맨이 국제적 범죄조직 골든 서클에 의해 본부가 폭파당한 후 미국으로 건너가 만난 형제 스파이 조직 스테이츠맨과 함께 골든 서클의 계획을 막기 위한 작전을 시작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스파이 액션 블록버스터로 1편에 누렸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국내를 찾았다.
극중 등장하는 국제적 범죄 조직, 골든 서클은 킹스맨 본부를 폭파시킨 주체로, 상당히 괴랄한 분위기 속에서 악행을 저지른다. 그 지휘권은 희대의 악역 포피로 분한 줄리안 무어에게 주어졌다.
‘클로이’ ‘헝거게임: 모킹제이’ ‘스틸 앨리스’ ‘로렐’ ‘매기스 플랜’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하며 명실상부 최고의 배우라고 일컬어도 모자람 없을뿐더러 아카데미를 비롯해 골든 글로브, 칸, 베를린, 베니스 세계 5대 영화제를 석권하며 우아하고 고혹적인 배우 줄리안 무어. 그녀는 본래 지닌 매혹적이고 고상한 미소를 십분 이용해 파격적 변신에 나섰다.
숲속 깊은 곳 자신만의 놀이공원인 포피랜드에서 포피는 각종 바이러스를 주입한 마약을 전세계에 퍼뜨리고 온갖 범죄를 저지른다. 포피는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인육으로 버거를 만든다든지, ‘뷰티봇’ ‘로봇견’ 발명 ‘분쇄기’ 등 상상을 초월하는 발명품을 내놓으며 세계인을 점령할 거대한 야망을 꿈꾸고 있다.
일각에서는 전편인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 속 악인, 발렌타인(사무엘 L. 잭슨 분)보다 포피의 괴기함이 두드러지지 않는다는 지적도 흘러나왔지만 그럼에도 불구, 줄리안 무어가 가진 기존의 이미지 덕에 포피의 맨얼굴은 더욱 충격적인 반전을 선사함과 동시에 매력적인 악역으로 다가온다. 이는 걸음걸이, 손짓, 말투 그 어떤 것도 허투루 내보내지 않는 줄리안 무어의 독보적인 재능 덕이며 더불어 모든 것을 본인의 존재감으로 휘감는 줄리안 무어의 힘이었다.
그런가 하면, 10월 25일 개봉을 앞둔 ‘토르: 라그나로크’를 통해 케이트 블란쳇이 악인의 얼굴을 두르고 찾아온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시리즈 사상 첫 여성 빌런이라니, 그야말로 새로운 혁명이다. ‘토르: 라그나로크’ 측에 따르면 케이트 블란쳇이 분할 헬라는 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치명적인 파워를 가진 존재로, 흉폭한 그녀의 군단을 대동하여 온 우주를 죽음의 그림자로 잠식하며 토르(크리스 햄스워스 분)에게 일생일대의 고난을 선사한다. 특히 이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시리즈 사상 최초 여성 빌런으로 더욱 눈길을 끈다.
눈부신 호연에 고귀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지니며 넘볼 수 없는 아우라를 지닌 케이트 블란쳇은 세기의 명배우다. 공개된 스틸에서 그녀는 180도 달라졌다. 강렬한 스모키로 얼굴을 뒤덮었고 냉혹한 눈빛과 위협적인 의상과 함께 카리스마를 뽐낸다. ‘엘리자베스’ ‘반지의 제왕’ ‘호빗’ ‘벤자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블루 재스민’ ‘캐롤’ 등 장르의 경계를 자유로이 넘나들며 전세계 관객들을 물들인 케이트 블란쳇이 보여줄 반격에 기대가 모아지는 건 당연하다.
‘토르: 라그나로크’의 연출을 맡은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은 “헬라는 빌런에 대한 고정관념을 무너뜨릴 것이다. 그녀는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우리가 여성 빌런에게서 기대하는 모든 것을 보여줄 예정이다”고 밝히기도 했다.
남성의 전유물에 가깝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슈퍼 히어로와 슈퍼 악역. 이 터부를 완벽히 깨부술 줄리안 무어와 케이트 블란쳇의 변신에 대중들의 기대가 쏠린다.
/9009055_star@fnnews.com fn스타 이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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